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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2
    Letter from Kunner 2007. 7. 2. 20:13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강박 속에 나를 괴롭히며 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긴, 이런 생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긴 하지만..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그러게.. 그냥 갓끈만 고쳐 쓰지 않으면 되는 걸.

    어쩌면 나는 오얏나무를 인식하는 그 자체에도 내 자신을 실망스러워 하기 일쑤고.
    갓끈을 고쳐써야 할 정도로 비뚤어졌다는 것 마저도 나를 닥달하곤 했는지도 모르겠어.


    엄밀히 따지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야.
    눈이 있으니 오얏나무가 보일 수도 있는거고, 살다보면 갓끈이 비뚤어질 수도 있는거고..
    하필 갓끈이 오얏나무 아래서 풀어졌대도, 괜한 오해 사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갓끈을 고치지 않으면 될 뿐인데..
    정말 딱 그 뿐인지도 모르는데 말야.

    살아가며 자연스러운 일에도 부담을 느끼고 나를 채근하는 일이 분명 옳은 일은 아닐 거야.
    실은 그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기 때문에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 혼자 안달하는 거라면 말야.
    그렇겠지?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 이런 생각들이 내 입맛에 맞게 말을 끌어다 맞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나의 생각, 행동, 그 모든 것들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은데 오얏나무 따위의 고사나 들먹이며 내 좋은대로 해석하고 싶은 추한 욕망의 일면은 아닐까 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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