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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숨고르고.. 다시 일상.
    Letter from Kunner 2007. 1. 29. 07:07
    *
    4개월 간의 긴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나씩 헤아려보면 그렇구나.. 하다가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잠시 망연해진다.

    아찔할 정도로 빨리 흘러가는 모양이다, 삶이란건. 
    정작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말이다.
    정작.. 그 안에 있을 때는 그 찰나 마저도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르는데, 말이다.


    **
    4개월 간 세개의 사이트를 만든다.
    아주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시간도 분명 아니다.
    더구나 이번처럼, 사업 특성 상 회의가 많고 제출해야 하는 문서가 많은 경우에는 모자란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세개의 사이트를 다 만들었다. - 수고했어...

    나름대로 치열하게 보낸 지난 4개월이었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탓에 부실한 근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내 할 일 미뤄두지 않았고 나 때문에 미적거리는 일 없었으니 그래도 잘 했다고 해 주자.


    ***
    긴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뭔가 허탈감이 느껴진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두번 하는 일이 아닌데도, 늘 그래. 
    늘 처음처럼 그렇게, 어쩐지 허탈하다.

    한창 정신없이 일할 때는 시간이 딱 그때로 영영 멈춰 버릴 것 같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끝을 내고 나면 그제서야 정신이 들고, 시간이 멈춰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또 몰두해야 할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는 사실 때문에..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허탈한 건 아닐까?
    그 이유가 뭐건간에.. 지금 난 몹시 허탈하다.


    ****
    관계.
    다가섬에 있어 우리는 언젠가 그만큼 멀어져야 함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연인의 관계든, 친구의 관계든.
    설령 그 관계가 나의 바람과는 전혀 상관없이 시작된 부모나 형제와의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난.. 실은 그 말을 믿지 않아.


    *****
    이례적인 폭설 후, 추워진다던 일기예보는 말짱 헛소리가 되었다.
    밤 새워 회사에 있는 탓에 내내 바깥 날씨를 살펴 볼 수 있었는데..(사무실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아주 잠깐 가랑비가 온 것 말고는 눈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날씨도 전혀 춥지 않았고. (기상청 바보)

    물론 폭설 같은 건 그다지 좋지 않지만.. 눈이 그렇게 많이 온다니 아주 약간 설레었던 건 사실이다.
    "눈 오면 길이 질퍽해져, 게다가 빙판 - 길이 미끄러워 사람도 차도 모두 거북이가 돼."
    "눈 오고 난 다음엔 길이 엄청 더러워진다고, 차라리 비가 낫지 뭐야."
    그래그래.. 하지만 아주 가끔은 강아지마냥 눈 오는게 반가울 때가 있기도 하단 말야.
    일년에 한번 쯤, 눈 기다려 보는 일도 그리 나쁘진 않잖겠어.
    나이 먹은 티를 그렇게 낼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지.

    하지만 그런 설렘과는 관계 없이 눈은 전혀 오지 않았고.
    눈이 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더 이상 설레지도 않는다.
    프로젝트 막바지를 흰 눈으로 축복해 주시기라도 할 참인가 싶었는데 말이지. 하하..


    ******
    영원히 눈 감는 것 말고, 삶에서 과연 끝이란게 있을까.
    더구나 그 눈 감는 일마저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게 끝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의 시작인지 알지 못하지.
    어쨌거나..
    나의 이 끝도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일에 관해 말하자면, 아직 마무리도 다 짓지 않은 차에 다른 일을 하기로 했고.
    그마저도 끝내고 나면 이것저것 할 일 투성이다.
    개중에는 마무리 짓지 못하고 미뤄둔 일들도 있고, 또 어떤 것은 가히 새로운 시작이라 부를 만한 것도 있고.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긴 하지만..
    젊은 나이, 할 일이 많다는 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
    감사하며 살아가자.


    *******
    윌스미스가 주연한 "행복을 찾아서" 라는 영화를 봤다.
    예전같았으면 스크린 샷 몇장 올려 놓고 어줍잖은 영화평이라도 써 올렸겠지만..
    요즘의 나는 권태의 한 중간에 있다.
    글 올리는 것도 이렇게 오래간만인데 영화평 같은 걸 쓸 여력이나 있겠나.

    여튼..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에는 안 그랬는데, 정작 영화를 다 보고 자리에 들고 나니 도무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딱히 어떤 장면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그냥 갑자기 뭔가 울컥 - 그래 울컥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 울컥거림은 꽤나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다음 날 회사에 가서도
    갑자기 - 그야말로 "suddenly" - 울컥거리는 통에 무척이나 혼났다.


    열심히, 더 열심히.. 그런 얘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입에도 못이 박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약한 사람인 나는, 자꾸만 잊고 살아.
    터무니없이 게을러지기도 하고,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 후회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런 일, 어찌 없을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더 열심히 살자. 그래보자.


    그래.. 잠시 숨고르고, 다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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