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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까지만
    Letter from Kunner 2006. 8. 13. 11:49
    키보드를 두드리면, 아픈 얘기들을 하게 될 걸 알고 있었어.
    좋은 얘기, 즐거운 얘기가 아니라..
    가슴 가득한 절망을 한가득 뿌려낼 거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면 마음이 풀어질까.
    시간이 지나면 나의 이 나약한 맘을 다잡을 수 있을까.
    나를 감고 있는 이 절망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싶었어.

    그렇게 조금만 참고 있으면.. 삭이고 있으면 좋아질까 했지.


    사실 효과가 아주 없진 않을거야.
    어찌됐건 난 여전히 숨 쉬고 있고, 찌뿌릴 일 많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웃고 있고.
    그 절절했던 순간들도 하나씩 잊혀져 가게 될테니까.

    결국 모든 일은 마음 먹기 달린 거라며 의기양양해 질 날이 올런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될런지도 모르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큰 절망감을 주는 건..
    못다한 어제의 숙제가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나를 옥죄어 갈 거라는 생각 때문이야.

    학교 다닐 때 그런 선생들 있지.
    화끈하게 매 한번 들고, 모두 보상하면 좋을 걸 해 올 때 까지 때리는 사람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잡시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런 사람 말야.
    좀 웃긴 얘기긴 하다만..
    내 삶을 관장하는 무언가도, 아마 그런 악질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크게 넘어진 후에도 다시 이 악물고 일어 설 힘이 내게 있으니.



    하지만 내일엔 자신이 없다.
    오늘까지만, 그리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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