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2부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7. 8. 01:21

    굳이 1부니 2부니 나누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자칫 글이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해 글을 나눈다.

    지난 1부에서 떠난 감독에 대해 논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얘기했었고, 그에 따라 이번 편 부터는 감독의 능력에 대해 평가하기로 한다.
    내가 감독을 평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이 시리즈들의 마지막 편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전에, 이번 2부에서는 그의 전술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 보도록 하자.
    --------------------------------------------------------------------

    아드보카트 - 전술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다

    다소 과격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말을 지금 처음 하는 것이 아니다.
    XTM의 방송에서도 나는 이와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전술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얘기다.
    언뜻 보면 비난에 가까운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제 그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감독은 지난 9월 우리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은 뒤 바로 4백에 대한 조련에 들어갔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4백 실험을 두고 기대와 의구심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히딩크도 실패한 4백이라는 얘기(사실여부와 관계없이), 9개월 남은 시점에서는 무리라는 얘기.
    그에 반해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높아져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와 우리 대표팀에서 4백을 보고 싶다는 막연함 기대감 등.

    감독의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어느새부턴가 우리 대표팀의 기본 전술은 4백을 기반으로 하는 4-3-3 이나 4-2-3-1 등이 되었으며 
    오히려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했던 3백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감독의 이런 실험은 정작 본 대회가 시작되자, 그야말로 실험으로 전락해 버렸다.
    감독은 지난 수차례의 평가전과 전지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한 4백이 아닌 우리의 오랜 전술인 3백을 들고 나왔던 것.

    물론 감독은 상황에 따라, 또 상대의 전술에 따라 전술적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술적 유연성이란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언발에 오줌 누는 식의 임기응변으로는 곤란하다.
    전형이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충분히 준비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본선에서의 3백, 4백 선택이 임기응변에 불과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에 대한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지훈련이나 평가전 등에서 3백이 아닌 4백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는 점.
    그리고 선수 구성에 있어 3백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대표팀으로 선발된 수비수들 중 3백에서 측면수비수들에게 필수적인 "준족" 이라는 특질을 가진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3백과 4백을 넘나드는 전술 유연성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다시 말하지만 전술적인 유연함이라는 것은 오늘 3백을 쓰고, 내일 4백을 쓰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세계 유수의 팀이라 할지라도 전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만약 전술변화가 이뤄진다면, 조직력 배가를 위한 훈련과 변화된 전술에 맞는 선수의 기용이라던가 하는 요인이 필수적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어설픈 전술의 유연함은 수비 조직력에 혼란만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본선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전반보다 후반의 수비 조직력이 훨씬 안정되었던 점, 코칭스탭이 남은 두 경기에서 4백을 기본으로 하는 전술을 사용했던 점이 이를 입증한다.

    좁은 의미에서의 전술적 유연함이란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가 이동되어 필요에 따라 전형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전술의 유연함은 현대 축구의 기본적인 특징이며 수비 시에나 공격 시에 더욱 효과적인 경기 전개를 위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 3백을 쓰고 내일 4백을 쓰는 것은 전술의 유연함이 아니라 수비 조직력을 흐트리는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아드보카트는 왜 본선 첫 경기에서 자신의 전술과는 거리가 있는 3백 시스템을 사용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감독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의 전술가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드보카트에 대해 논한 기사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1&article_id=0000004220&section_id=107&menu_id=107

    지난 9월, 감독이 선임된 후 기고된 컬럼인데 읽어 보면 알겠지만 감독으로서의 그의 역량에 의문을 품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 기사는 내가 전술적인 문제로 그를 비판하는데 핵심적인 동기가 되었다는 점도 함께 언급해 둔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토고전에서 보여준 난데없는 3백으로의 회귀가,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유로 2004에서 네덜란드를 이끈 아드보카트는 본선 대회 직전까지 4-3-1-2 를 기반으로 하는 전술을 기본으로 하다 본선에서 갑자기 4-2-3-1 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결과는 역시 신통치 않았고, 그 후로 네덜란드는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가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조련한 4-3-1-2 와는 거리가 있다.
    감독의 선택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얘기는 결과론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네덜란드의 강점을 말할 때 선수들의 능력 외 감독의 전술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대회 4강에 올랐는데도 졸전에 대한 책임을 묻고, 또 오죽하면 무전술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을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아드보카트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월드컵 대회에 나섰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아드보카트는 2년 동안 변한 것은 2004가 2006이 되었다는 점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모든 것이 유로 2004와 판박이였다.
    다만 다른 것이 있었다면 네덜란드 선수들의 면면에 비해 한국 대표팀의 그것이 조금 달랐다는 점과, 유로 2004와 같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점 뿐이다.


    비록 대표팀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감독 개인은 철저히 행운과 함께 했다.
    짧은 임기라는 면죄부와 스위스전의 오심논란으로 감독의 전술적 능력에 대한 분석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만약 네덜란드에서처럼 9개월이 아닌, 그 이상의 시간이 아드보카트에게 허락되어 있었다면..
    결과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글쎄,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고 믿는 편이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지만 아드보카트의 능력에는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논지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 
    이제까지 즐겨 쓰던 전술을 마다하고 자신이 부임하기 전 선수들에게 익숙했던 전술로 대회 첫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며, 전술가로서의 그의 소신과 철학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의문이다.





    아드보카트의 축구 = 토털사커?


    감독은 늘 공격축구를 표방한다고 말했다.
    그래, 그 말 자체에 대해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상 어떤 감독도 나는 수비적이고 소심한 축구를 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심지어 우리네 리그의 몇몇 팀의 지도자들께서도 항상 공격축구를 주창하니 아드보카트의 이런 말은 그냥 넘어가 주어도 좋다.

    하지만 우리가 화끈한 공격 축구를 했다고 믿는 사람들,
    또 본선에서 보여 준 선수비 후역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원래의 아드보카트 축구는 공격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건 단지 아드보카트의 립서비스에 홀렸을 뿐이라 말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아드보카트가 부임한 이래로 지금까지 펼친 여러 경기들 중에,
    상대를 압도하고 공격을 퍼부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만 여기서 지난 해 펼쳐진 이란전이나 스웨덴, 세르비아 전은 언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9개월이 터무니없이 짧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부임 5일 후의 이란전을 두고 감독의 능력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흔히 네덜란드의 축구를 두고 토털사커라 말하고, 가장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토털사커의 중심에 아드보카트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경기가 실제로 그랬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드보카트의 주요 전술이라 할 수 있는 4-3-3 에 대해 짚어 보자.
    성남일화의 김학범 감독은 4-3-3의 키워드는 중앙미드필더와 윙포워드에 있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에 따르면 4-3-3 시스템은 공격 시 양쪽의 윙포워드와 원톱이 유기적으로 위치를 변화하고 빈 공간을 노리며, 중앙미드필더들이 줄기차게 상대의 허점을 노려야 한다.
    또한 수비시에는 윙포워드들이 미드필더진에 가세해 수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다시 말해 4-3-3은 선수들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드필드 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드보카트가 보여 준 경기에서 우리의 4-3-3 은 어떠했는가?
    과연 어디에서 우리는 중앙에서의 힘싸움을 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본선에서 4-3-3 이라 불릴만한 전술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 중 박주영 선수의 인터뷰나 최근 최진철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올라오는 긴 패스 연결은 코칭스탭의 지시였다고 한다.
    그 결과 공격진과 수비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미드필드진은 철저히 와해되었으며 
    아드보카트가 내세운 전술은 굳이 말하자면 4-2-1-3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후반 들어 승부수를 띄울 때 쯤이면 4-2-3-1 로 변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자주 보여 준 덕분에 우리에게도 낯익은 포메이션이 된 4-2-3-1 은
    유로 2004에서도 그랬듯 아드보카트가 위기 때마다 들고 나온 바로 그 전술이다.
    아무래도 4-2-3-1은 아드보카트의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인가보다.

    4-2-3-1 이란 전술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 보자면,
    토털사커의 대명사인 요한 크루이프가 피파매거진에서 4-2-3-1 을 두고 관중의 흥미를 잃게 만드는 전술이라 평한 적이 있다.

    (피파매거진 2005년 10월호, KFA 홈페이지 인터뷰 참조)


    우리의 지극히 수비적이고 뻥축구에 가까운 전술은 이 4-2-3-1 포메이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아드보카트의 축구는 4-3-3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4-2-3-1 이었고 같은 이유로 그의 축구가 토털사커라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려 공수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고, 이로 인해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번에 날아 오는 긴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
    이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신물내는 뻥축구 아니던가?
    대체 어딜 봐서 이게 토털사커며 현대 축구라 할 수 있겠는가?


    공격 축구가 아니라도 좋다.
    단순히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풀어 나갔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축구는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기 전개에 주력하며, 이에 대한 예로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같은 걸 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감독이 자신의 전술에 대한 준비가 철저했느냐에 있는 것이다.

    오토 레하겔이 하면 현대축구고 효율적인 축구지만, 아드보카트가 하면 뻥축구가 되는 이유는
    그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준비란, 시간이 모자랐다는 변명만으로는 덮기 힘든 아드보카트의 문제점 그 자체다.

    전술가로서 자신의 전술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는 감독이 대체 어떻게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단 말인가?



    (3부에 계속)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