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4부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7. 8. 03:27
드디어 얘기가 마무리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우리는 3부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감독의 역량이 어떠했느냐를 짚었다.
내 의견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다만 이 글을 읽고 감독에 대해 평가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아드보카트를 말하는 이유(I)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부진에 대한 원인을 해외파의 숫자로 말한다.
심지어는
"토고조차 17명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다. 대부분 K리거인 우리 대표팀이 상대가 될 리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정작 그들은 그 토고 선수들이 대부분 프랑스 2부에서 뛰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과연 우리 K리그가 프랑스 2부리그에도 비교되지 못할 만큼 도매금으로 처리되어야 옳은가?
2002년 월드컵 이후, 몇몇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이뤄지면서 그네들과 우리 리그간의 간접 비교가 가능해졌다.
김남일의 엑셀시오르, 이천수의 누만시아, 안정환의 FC메츠나 뒤스부르크 같은 팀들이 과연 우리 K리그 팀들과 얼마나 다른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 주었던가?
에레디비지나 르샹피오나는 말할 것도 없고, 프리메라리가 조차 우리의 그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던가 그 말이다.
설령 저 팀들이 K리그에 편입된다 한들, 그들이 과연 상위권을 도맡아 자리잡을 수 있을까?
비록 홈이었고, 상대팀에겐 비시즌 동안의 투어에 불과했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바르셀로나를 1:0 으로 제압한 수원이 최하위를 마크하고 있는 리그이다.
결코 그들에 비해 쉽고 만만한 리그가 아니라는 말이다.
선수들에 화살을 돌리지 말라.
단순히 K 리그에서 뛴다는 것이 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의 원인이 되고,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도매금으로 매도해 버리는 현실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팀 도약의 발판은 해외파가 아닌 자국리그의 육성에 있다.
자국리그가 대표팀의 인력 POOL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
굳이 이 얘기를 덧붙이는 것은 대표팀의 전력을 말할 때 K리그가 폄하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K리그에서 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해외파의 숫자가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겨우 유럽리거 두명으로 올림픽 8강에 이른 김호곤 감독도 있다.(그를 명장이라 부르는 데는 이견이 있겠지만)
아드보카트를 말하는 이유(II)
앞선 3부에서도 밝혔듯, 내가 아드보카트를 평가절하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게 세계축구의 벽이고, 그건 선수들의 능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논리를 파해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세계축구와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할 것이고, 선수들의 기량 차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는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한 것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잊은 채,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감독에 어떻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가 보여 준 경기력이 그가 말하는 세계수준에 얼마나 근접했다는 것인가?
그 정도 수준의 경기력이라면 우리 국내 지도자들이 했어도 훨씬 나았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인걸까?
문화 사대주의는 축구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분명 유럽의 선진 축구 시스템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고, 축구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유럽파 맹신은 곤란하다.
1부에서도 했던 얘기지만 똑같은 성적을 국내 지도자가 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지금처럼 훈훈한 얘기들로 도배가 됐을까?
겪어 보지도 않고, 그 반대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의 피해의식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국내 지도자 양성과 경험 축적이란 얘기는 그저 허튼 소리일 뿐이다.
일부에서 회자된 홍명보 코치의 2010년 감독설 역시,
이런 얘기에서 한 발자국도 앞서 나가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아드보카트를 말하자
내가 냉정하게 아드보카트를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는,
그저 짧은 임기에 따라 나름대로 좋은 성적 내고 간 감독, 고마운 감독 정도로 얘기를 끝맺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난 4년을 덮어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임기와 관계 없이,
잘한 점은 잘 했다고 칭찬하고, 그렇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해야 옳다.
그래야 왜 잘못 됐는지 파악하여 다시는 그러지 않을 수 있고,
뭘 잘했는지 알아야 그걸 장점으로 계승해야 할 지 그러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만약 그저 짧은 임기였으니까.. 하고 말아 버리면, 지난 4년은 정말로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앞으로도 계속 그때는 임기가 짧았잖아! 하고 말텐가?
그때의 실험이 무엇이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알아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못 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매체에서도 POST 아드보카트를 논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후임인 베어벡에 대한 얘기도 앞으로 그가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뛸 것이라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아직 아드보카트에 대한 평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내리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인데 아직도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 역시 대안을 제시하는 글이 아니다.
나는 단추를 꿸 능력이 되지 않으니, 이렇게 옷감이나 두드리고 있을 뿐이다.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단추 꿰기에 앞서, 구멍이나 뚫어 볼까 노력 중인 것이다.
또 이 글이 아드보카트의 잘한 점이 아닌, 잘못된 점만 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그 이유는, 잘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 보태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한 것만 얘기하면,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 없다.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잘못된 점을 얘기해야 그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부디 아드보카트 감독과 2006년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져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맺는다.'쉼을 위한 이야기 >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동국 복귀 후 첫 필드골. (0) 2008.10.19 I miss.. (0) 2006.07.23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3부 (0) 2006.07.08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2부 (0) 2006.07.08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1부 (3) 2006.07.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