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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조별리그 3차전 관전기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6. 24. 18:26우리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이자 2006년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가 된 對 스위스 전이 막 아쉽게 끝났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라는 말보다 더 어울릴만한 얘길 찾을 수 있을까?
분명 심판은 스위스에 우호적이었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 사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정 속에서 90분간 싸워야했다.
차두리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사기라며 흥분했던 것이 지나쳤다면, 적어도 그게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가 아니라는 것 쯤은 확실했다.
판정은 결코 번복되지 않는데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이므로 우리는 이 경기 결과를 인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패했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친 우리 선수들에게 앞선 두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오늘은 앞선 두 경기와 달리 좀 씁쓸한 관전평을 써야만 할 것 같다.
씁쓸한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 결과가 [0:2 패] 이기 때문이지만 경기결과로서 선수들을 도매급으로 처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누차 말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히 시합에 임해준 선수들에게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어렸을 때 시험을 치르고 나면,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틀린 문제를 다시 짚어 보라."
천성적인 게으름 탓에 틀린 문제를 되짚어 보는 일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그 이유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다.
잘 되지 않았을 때, 왜 잘 되지 않았을까를 분석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니까.
시계는 계속 돌아 가고, 월드컵은 다시 찾아 오고..
무엇보다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축구는 결코 오늘만 하고 말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늘 그랬듯, 전/후반과 실점 상황에 대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 맞겠지만..
오늘 경기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잘 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에 초점을 맞춰 관전평을 써내려갈 계획이다.
지난 토고와 프랑스전과 달리 시간의 흐름 - 선수의 교체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관전평은 우리의 2006 월드컵을 마무리 짓는 결산이기 때문이다.
1. 선발 라인업 -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지난 두 경기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면, 일단 선발 라인업에 있다.
일단 앞선 두 경기의 선발 라인업을 보자.
[對 토고전] 3 - 4 - 3
........................조재진........................
............이천수............박지성............
........................이을용........................
........................이 호........................
이영표....................................송종국
............김진규 김영철 최진철............
[對 프랑스전] 4 - 3 - 3
........................조재진........................
............이천수............박지성............
........................이을용........................
............이 호............김남일............
김동진 김영철 최진철 이영표
그리고, 오늘의 선발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對 스위스전] 4 - 2 - 4
........................조재진........................
............박주영............박지성............
........................이천수........................
............이 호............김남일............
김동진 김진규 최진철 이영표
박주영을 제외하고, 선발로 나온 선수들의 면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이천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 온 것이 그렇다.
방송사의 경기 시작전 라인업에는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 위치하고, 이천수는 프리롤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선발 라인업만 놓고서는 0:2 패배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스위스에게 이렇게 억울한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실제로 선발 라인업 때문에 경기를 그르쳤다고 말하는 것은 애매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쉬웠던 점에 대해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
박주영, 아직 미완의 대기인가?
박주영의 선발 기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간 한번도 출장하지 못한 - 심지어는 교체 투입도 되지 못한 선수를 선발 기용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승부수를 띄운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어린 선수는, 아직 월드컵을 감내해 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그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공간 활용과 정확한 슛이 이번 경기 내내 한번도 연출되지 않은 점은, 단순히 그가 함량 미달이어서가 아니라 월드컵 첫 출전의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해서가 아닐까 한다.
이는 지난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의 그의 플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앞으로 그가 더 큰 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부담감을 빨리 떨쳐내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어쩌면 그는, 지난 청소년 대회로부터 1년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제 스물 두살, 앞으로 미래가 창창하다.
부디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할 그를 기대해 본다.
어쨌거나 - 그런 바람과는 관계없이, 그를 선발 기용한 코칭스탭은 낙제점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천수의 프리롤?
나는 이천수에게 최적화된 자리는 측면이 아닌 중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천수가 측면을 빠르게 돌파하여 크로스를 날리는 타입의 공격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의 복귀를 시점으로 그런 변화가 두드러진 듯 하다.
측면에서 죽어라 크로스를 올려봐야 아무도 골을 넣지 못해, 직접 해결하는 법을 익혀야 했던 누만시아 임대 시절의 영향일까?
아니면 원래 이천수라는 선수가 측면보다는 중앙을 선호하는 타입의 공격수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측면이 아닌 중앙 - Big과 보조를 맞추는 Small 의 역할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드보카트가 이번에 이천수를 중앙으로 기용한 것은 대략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중앙에서 공간으로 침투하는 회수가 지난 두 경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
전반에 센데로스에게 통한의 헤딩골을 허용한 후에도, 결코 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두 경기와 달리, 이번 경기에서 공격진들의 침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침투의 한 가운데 이천수가 있었다.
또 슛팅을 아끼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몇번의 유효한 슛팅을 만들어 낸 그의 플레이에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고 싶다.
하지만 이 성공이 절반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공격수들과의 유기적인 조합이 이뤄지지 못한 채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격수들의 유기적 조합이 미흡해, 2:1 월패스나 공간으로의 쓰루패스가 연출되지 못한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운 일이다.
조별리그가 세차례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의 조직력을 높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특히 아쉬웠다.
스위스의 공격수들이 감각적인 힐패스나 2:1 패스를 통해 우리의 문전을 위협하던 것과 대비해 볼 때, 우리의 조직력 결여는 가장 큰 패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세 경기 모두 다른 선발진으로 모두 다른 방식의 경기 운영을 했다는 것이 못내 못마땅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 우리 팀의 플레이에서 주안점은 무엇이었을까?
박지성 원맨팀
가장 나쁜 팀은 멤버 한 둘이 팀을 이끄는 이른바 "원맨팀"이고,
가장 좋은 팀은 베스트 일레븐과 벤치 멤버의 수준차가 적은 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대로,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팀은 흡사 박지성의 원맨팀과도 같았다.
어딜 가도 박지성, 무얼 해도 박지성.
우리 팀은 오직 박지성만 막으면 되는 팀이 되어 버렸다.
컨디션 난조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박지성은 3경기 내내 풀타임을 뛰어야만 했고, 선수들은 공만 잡으면 더 좋은 위치에 다른 선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박지성에게로 볼을 던져 주느라 급급했다.
심지어 두겹, 세겹으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에워 쌓여 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그게 선수들의 문제인지, 코칭스탭의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박지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현재 우리 대표팀의 키플레이어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팀은 특정 멤버의 유무로 얘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팀은 아직 좋은 팀이 되지 못한다.
박지성 원맨팀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제2, 제3의 박지성이 등장해야 한다.
그저 박지성에게 슬쩍 볼을 밀어 넣고 "나는 할 일 다 했다" 는 식의 플레이는 곤란하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팀의 에이스는 박지성이 아닌, "나" 라는 점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이기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말이 아님에 대해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2. 흐트러진 수비 조직력 - 무엇이 문제인가?
전반 킥오프 후, 우리 수비수들이 서두르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스위스 선수들이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자 공을 걷어 내는데 급급했던 것 같았다.
시작 후 얼마 안 되어, 오른쪽에서 이영표가 걷어 내는 공이 거의 터치라인을 넘어가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영표라는 선수의 능력을 감안하면, 이는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흡한 맨마킹 -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다.
코너킥이나 프리킥등의 찬스에서 마크하던 선수를 놓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스위스 선수들의 골 결정력이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단순히 안도만 하기에는 우리 수비 조직력이 참 좋지 않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우리의 패배는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과 관계 없이 예고된 것일 수도 있다.
후반의 석연치 않은 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반의 골은 결국 마크맨을 놓치는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위험지역에서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대인마크가 아쉽다.
기본적으로는 공간을 마크하는 존 디펜스를 한다 치더라도, 위험지역 -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는 1:1 전담 마크가 필요하다고 볼 때, 우리의 오늘 수비는 그렇지 못했음이 아쉽다.
수비는 수비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굳이 누구누구라고 지적할 것도 없이 모두 그랬다.
다만 최진철만이 홀로 그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에 노장투혼을 발휘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경기가 진행될 수록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서서히 침몰하는 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불안한 위치 선정
미흡한 맨마킹과 더불어 선수들의 위치선정은 우리 수비의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특히 코너킥의 경우, 낮고 빠른 야킨의 킥이 우리 골대를 가로지르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수비수가 적절한 위치에 서 있었다면, 머리 위로 지나가지 않는 이런 공이야말로 차단되어야 마땅하다.
꼭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두 실점 상황이 모두 우리 수비수들이 위치를 선점하는데 미흡했다고 볼 때
수비 시 적절한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잔실수
이런 전술적인 움직임과는 별개로, 선수들이 잔실수가 아쉬웠다.
바르네타 정도를 제외하면 "빨라서 못 막겠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는데도 불구, 우리 선수들의 볼처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걷어 내느라 급급했고,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무작정 찌르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걷어 낸 볼이 상대에게 연결되는 상황이 잦았고, 몇번은 중대한 실점위기를 자초하게 했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점점 좋아지긴 했으나 앞으로 우리 팀이 더욱 노력해 보완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전반 초반의 잔실수는 우리 팀의 정신력과 체력을 극심하게 갉아 먹기 때문이다.
역시 수비에 대한 문제는 조직력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데,
이 조직력이라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문제지만, 손발을 맞춘 시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우리가 며칠 대충 손발 맞춰보고 실전에 임하는 "브라질스러운" 팀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수비에 대한 지적은 이쯤 하고, 이제 코칭스탭에 대해 지적해 보기로 하자.
3. 코칭스탭
단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더구나 지난 경기에서 칭찬하게 했던 점이 이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 내고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 하는 일은 그것과 조금 다른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이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9개월이라는 짧디 짧은 시간만이 허락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 감독에게 내려지는 평가는 결과와 관계없이 다소 우호적이어야 마땅한지 모른다.
그 시점에서 감독을 맡는 일은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일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는 점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토고전의 리뷰에서 했던 말과 마찬가지로, 그 점은 월드컵에 참가한 모든 팀이 마찬가지고 그런 점까지도 전력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 스위스전을 보고 느낀 코칭스탭의 문제점에 대해 논해보기로 하자.
선발 라인업에 대한 감독의 의도?
우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늘 경기의 선발 라인업과 전략 구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두 경기 내내 기용하지 않았던 박주영을 선발 기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위스의 좌우 측면이 약하다는 분석결과에도 불구, 윙포워드가 아닌 중앙 공격형 선수들로 공격진을 가득 채운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조재진을 제외한 세 선수들이 서로 자리가 겹치는 상황에 대해 감독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감독은 대체 어떤 전략으로 스위스전에 임했던 것일까?
미드필드에서의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경기를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감독은,
수비력에 의심을 받고 있는 박주영을 선발로 기용했다.
또 컨디션 난조로 시달리고 있는 박지성을 지난 두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풀타임 기용했다.
아쉬운 교체카드
아드보카트의 교체 타임은 토고전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한 것 외에, 조금은 느린 것이 아닐까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프랑스 전에서의 관전평에서도 후반 교체 타임이 좀 느리지 않은가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아서, 첫 교체가 후반 20여분이 다 되어서야 이뤄졌다.
교체 선수가 경기에 나와 경기의 흐름에 감각을 맞추는데 5분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면 늦어도 너무 늦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약 5분 후, 후반 25분경 설기현이 교체되어 들어 왔는데 이는 지난 프랑스전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다.
이 교체 선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0여분.
무언가 보여 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닐까?
물론 그럴 수 있다.
게임의 흐름 상 교체투입을 하는 것보다 지금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는게 나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아드보카트의 교체카드는 어쩐지 미욱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격적인 축구 = 다수의 포워드?
토고전을 승리로 이끈 다음, 감격에 찬 리뷰에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
사실 아드보카트호의 불안요소는 선수의 기량도, 포메이션도, 평균신장 도 아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의 부재" 라고 생각하던 나로서는 어제 경기는 단순한 승리 그 이상의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코칭스탭의 전략/전술적 대응을 두고 말한 것이다.
결국 앞선 두 경기와 스위스 전의 차이는 교체투입된 선수가 제 몫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가져 온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다인가?
안정환과 설기현을 투입하는 것이 정녕 아드보카트의 전략의 전부였을 뿐이란 말인가?
이래저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드보카트의 이번 용병술을 놓고, 포워드의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지난 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히딩크의 용병술에 깊이 매료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오늘의 교체가 지난 두 경기에서의 그것에 비해 아쉬운 것은 아드보카트의 전술 구상을 읽을 수가 없다는 점에 있다.
먼저 위에서 말한대로 선발 라인업에서 박주영과 이천수, 박지성이 서로 맞지 않았다.
또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 온 선수들을 포함해도 이는 마찬가지다.
안정환과 박주영, 이천수와 박지성.
모두가 오로지 중앙 - 중앙만을 노리고 달릴 뿐이다.
가장 늦게 투입된 설기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날리는 타입의 선수가 없다.
과연 감독은 어떤 전술을 구상하고 있던 것일까?
그나마도 나머지 교체 카드 한장은 남겨두어서, 앞선 두경기를 포함한 조별리그 내내 감독의 용병술에 안정환과 설기현을 투입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것은 결국 결과론에 따른 이야기일 뿐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그의 선수교체는 또 하나의 성공신화로 기억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에 패배했고, 어쨌든 그의 모험은 그저 모험으로 끝나 버렸을 뿐이다.
4. 심판의 부적절한 판정
핸드볼이나 오프사이드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스위스 전의 판정은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전 對 독일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주심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우리를 곤혹스럽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경기의 심판이 스위스 사람이었다는 것과 이번 경기를 연관시켜 우리와 스위스의 악연을 말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웃음)
오심은 축구의 일부다.
하지만 편파판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건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가 아니다.
모 방송의 편집 영상처럼, 그 경기에서 축구는 죽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기에서 패배했다.
그게 오프사이드든 아니든 우리는 두골을 먹고 영패했다.
우리에겐 지나치게 가혹하고, 상대에겐 반대로 너무나 너그러웠던 심판의 판정은 선수들의 추격의지를 꺾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지만, 판정이 공정했다면 최소한 2:0 이라는 스코어상의 완패로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당시 후반전의 한껏 몰아치는 분위기가 그랬고,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선수들의 의지가 사그러든 것이 확연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경기 결과가 아쉽고 또 아쉬움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심판의 판정은 유효하고 결과는 번복될 수 없다.
그 심판의 옷을 벗기는 것이야 가능할 지 모르지만 말이다.
더럽고 아니꼽지만 어쩌겠는가?
외신이 우호적인 시각을 보인다고 나아질 것도 아니고, 설령 블래터가 읍소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
칼을 갈자.
날카롭게 칼을 갈자.
심판의 호각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실력의 날을 갈자.
토고와 프랑스, 스위스 따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아도 좋을 실력의 날을 갈자.
쓰라린 상처는 오직 그라운드 위에서만 치유될 수 있는 법이다.
5. 관전평을 마치며
비록 16강의 대열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
지난 그 긴 시간 동안 그저 두드리기만 해야 했던 월드컵 원정 첫 승의 문을 열었고, 언제나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프랑스와 대등한 게임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승점자판기 정도로 치부되는 약팀이 아니라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임을 세계에 알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예비된 영광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월드컵을 준비한 시간 동안 - 감독 선임이라던가 선수 수급에 대한 문제 등을 떠올려 보면, 이런 아쉬움과는 별도로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한 코칭스탭, 선수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남은 월드컵은 남의 잔치로, 그저 축구 잔치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밝혔듯, 시계는 계속 돌아 가고 그에따라 또 다른 도전과 과제가 있다.
같은 이유로 이런 경기 결과에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오늘의 실패를 비추어 내일의 성공을 다질 수 있다면 지금의 이 눈물은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축구도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자.
해야 할 일이 많다.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 이뤄낸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
꼭 국제무대에서의 성과 뿐 아니라 유소년 축구, 프로축구 등 기초적인 축구 토양의 발전은 아직도 "이제 시작이다."
먼, 하지만 그리 멀지만은 않을 미래의 영광 - 그 책임을 우리도 함께 지고 있다.
선수나 코칭스탭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고 있다.
매 경기결과에 일희일비 하지는 않는지,
숲도 나무도 보지 못한 채 결과에 대한 희생양을 지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의무는 제쳐둔 채 권리만을 부르짖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을 가하는 손가락을 자신에게도 돌려 볼 줄 아는 성숙한 팬 의식을 가지도록 하자.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 마지 않는, 축구강국으로 가는 중요한 열쇠가 우리 손에 들려져 있음을 명심하자.
쓰린 눈물과 한숨으로 그치는 오늘이 아니라,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두루 살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2006년 독일 월드컵 관전기를 마친다.'쉼을 위한 이야기 >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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