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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4일, 슈퍼컵 TV 시청기(ㅠ_ㅠ).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3. 7. 01:34
    그제 지난 해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최종 승부를 가르는 슈퍼컵 대회가 열렸었어.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은 울산, FA컵 우승팀은 전북이었어.)
    이벤트성 경기긴 하지만, 우승팀은 올해 내내 유니폼에 금장 패치를 달 수 있다 하니 이겨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 전북?
    난 원래 전북의 플레이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
    작년 중반까지 전북의 사령탑은 조윤환 감독이었는데, 이 사람.. 예전에 니폼니쉬 감독이 부천 SK에 있을 때 밑에 코치로 있던 분이지.

    니폼니시에게 배운 것 답게..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니폼니시와 거의 흡사한데..
    니폼니시 스타일이 뭐냐?
    "아기자기한 패스웍, 그러다 킬패스를 바탕으로 한 원터치 슈팅. "
    이거 참.. 교과서적이긴 한데 교과서가 으레 그렇듯 실제로 해 볼라치면 답답하게 꽉 막힌 축구가 되어 버린단 말야.

    그러다 후반 되면 의미없는 뻥축구가 되어 버리고.. 아마 선수들도 지치나봐.
    하긴, 보는 사람도 그런데 하는 사람은 오죽할까.

    아무튼.. 그래서 그동안 난 전북 경기를 별로 안 좋아 했었어.
    그런데 작년 후반에 조윤환 감독이 지난 4년간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당하고 최강희 감독이 새로 부임했어.
    이 분.. 워낙 유명하신 분이긴 하지만 이 분 사진을 혹시 봤다면 알겠지만 인상이 굉장히 안 좋으시거든.
    "메두사" 라던지.. "사마귀" 뭐 이런 별명 붙여 놓으면 딱일 것 같이 생기신 분이야.
    덕분에 "능력있다 하긴 하지만 인상 참 뭐하다. 아마도 연줄에 의한 돌려먹기 식 인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최강희 감독이 온 후 첫경기였던가?
    포항에서 열린 포항과 전북의 경기를 보는데, 포항이 (간신히) 이기긴 했지만 전북의 팀컬러가 예전의 그것과 조금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전북이란 팀에서 최강희 감독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비록 지금까지는 전북이 그다지 매력적인 팀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기대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어.
    물론, 감독의 축구철학이 팀내로 녹아드는 데는 몇년이 걸린다니 충분히 기다려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고.


    - 울산!
    아기자기한 패스웍을 표방하는 전북축구에 반해 울산은 선이 굵은 경기를 해.
    전통적인 킥앤러시.
    뻥축구라 폄하하는 사람도 분명 있긴 하지만, 부산이나 서울이 보여 주는 뻥축구와 울산의 그것은 분명 차이가 있어.
    그리고 그 차이는 아마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이겠지.

    사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축구가 전형적인 뻥축구지만 그들의 경기를 보고 뻥축구라 욕할 맘이 안 드는 이유는, 뻥축구긴 해도 재밌거든.
    보는 사람마저 숨가쁘게 빠르고, 정확하고. 그야말로 뻥축구계의 예술이지.
    일단 베컴이 차 주고 오웬이 마무리 지으면 대충만 잡아도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이 되어 버리니까.

    예전에 울산은 현영민과 박진섭(현재는 성남)이 차 주고 천수가 달려가 마무리 짓는 축구를 했었어.
    현영민과 이천수를 베컴과 오웬에 비교하는 건 좀 뭐하지만 어쨌건 호쾌한 축구를 한다는데는 대동소이 했다 이거지.
    02~03년의 이 패턴으로 울산은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었고, 이때 천수는 "K리그 사기유닛" 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어.
    딱 한 팀, 대전을 제외하고는 울산을 막을 팀이 없었어.(이상하게도 약체인 대전에 힘을 못 쓰는 울산)

    그러다 천수가 스페인 라리가로 진출하고, 울산은 이천수 대신 최성국으로 이 킥앤러시를 이어가야 했는데..
    최성국과 이천수의 기량 차이로 인해, 울산 축구는 변화를 겪어야 했어.
    그 결과 04년, 울산은 4백을 바탕으로 한 4-4-2 로 전법을 바꾸게 되고, 단순한 킥앤러시가 아닌 전방위 압박을 기본으로 하는 팀으로 바뀌었어.
    김정남 감독은 워낙 인품 좋기로 소문난 분인데, 인품과는 별개로 지도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종종 있긴 했었어.
    하지만 리그에서의 꾸준한 성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술변화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지도력은 수준급이라는게 내 견해야.
    아무리 강팀이라해도, 실력의 평준화가 이뤄진 K리그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
    심지어 FC 서울 같은 팀은 매년 리그가 시작될 때는 상위권을 예상하다, 리그를 마칠 때는 하위권에서 맴돌곤 하거든.
    그에 반해 울산은 정말 대단한거야. 
    비록 우승은 작년 한번뿐이지만 지난 5년간 계속해 수위를 다퉈오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울산 축구에 문제는 없느냐?
    굳이 짚어내자면 딱 하나, 한골차 승부로 잠그기 모드 돌입하는 게 문제야.
    사실 이거 문제야, 큰 문제지.
    우리 김정남 감독께서.. 워낙 "신승" 하는 걸 좋아하시는 터라, 한골만 넣으면 잠그기에 돌입하신단 말야.
    한번 잠그기 들어가면 시종일관 수비진에서 상대 골에어리어 쪽으로 뻥뻥 차 지르고, 툭 치기만 해도 그라운드에 나뒹구는데..
    보고 있다 보면 환장하지.
    경기장에서 봤다면 돈 아깝다고 욕할 판이고.
    아무리 내 사랑 울산 팀이지만, 이런 건 자중해 줘야해.

    이건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닌, K리그 자체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어.
    그러다보니 축구팬들끼리 저 팀도 이기고 있을 때 이랬는데 우리 팀이 그러는게 뭐가 문제냐 하며 툭탁거리는 게 심심찮게 들리기도 하고.
    분명 그런 점에서 K리그의 팀들은 모두 원죄를 갖고 있긴 하지만, 누군가 이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만하지 않겠어?
    그리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팀이었으면 더 할 나위 없겠고.


    - 슈퍼컵!!
    아무튼.. 그렇게 두 팀이 맞붙었는데, 개막전 슈퍼컵을 TV에서 중계해 주더라고.
    역시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는 이래서 좋다.
    평소엔 축구에 관심도 없던 언론이 들썩이고,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축구 매니아가 되니까. 하하..
    좀 씁쓸하긴 하지만, 나 역시 주는 열매 받아만 먹는 베짱이 축구팬으로서..
    그저 주는 열매에 감사하며 즐거운 맘으로 TV를 봤지.

    아쉽게도 일 때문에 전반전을 놓쳤는데, 후반전 시작 휘슬과 함께 스코어를 보니 0:0.
    "오랜 휴식기를 거친 후의 첫 경기라 재미 없게 진행되는건가?" 하고 생각하니 웬걸..
    너무 박빙이라 골이 들어갈 듯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고 있던 거야.
    해설자가 무승부 경기를 이렇게 재밌게 해설해 본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몇번이나 말하는데..
    속으론 "이 우라질 것아.. K리그엔 원래 무지 재밌는 경기가 많단다. 니들이 평소에 관심을 안 가지니 모를 뿐이지" 하며 열심히 봤어.
    정말.. 들어갈 듯 들어갈 듯 안 들어 가는데..
    양팀의 공격도 수비도 정말 정상급이었어.
    괜히 작년 우승팀들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
    그렇게 팽팽한 균형이 깨어진 건 후반 43분이 넘은 시간.

    0:0 으로 마치고 30분짜리 연장전에 들어가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후반 35분 무렵, 부상으로 나간 이종민 대신 들어 온 장상원의 헤딩 결승골로 게임은 끝이 나게 됐어.
    단 한골차 승부, 스코어 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게임은 정말 재미있었어.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휴식기가 너무 긴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될 정도로 말야.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혹서기 한달, 혹한기 한달. 딱 이렇게만 쉬면 참 좋을텐데..

    그렇게 슈퍼컵 시청을 마치고 나니..
    아직 개막도 안 한 K 리그가 벌써부터 엄청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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