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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아파 본 적 있나요
    Letter from Kunner 2006. 2. 1. 01:08
    "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담담했던 그의 표정.
    그리고 그렇게 또 난...
    "


    왜 없겠어, 이 나이 먹도록 사랑 한번 안 해 봤을리도 없고..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대상을 두고 저마다의 이유로 맞는 헤어짐에도 불구, 
    모든 헤어짐은 가슴 아픈 일인걸.

    언젠가는 왜 나는 안 되느냐며 고개 떨군 적도 있고,
    또 언젠가는 더는 눈물 닦아 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 누르며 차갑게 돌아 서던 적도 있고,
    또 어느 때인가는.. 
    간절한 마음 그대로이면서도 여기까진가보다 하며 부질없이 시간에 기대던 때도 있고.

    사랑이란 그렇게 저마다 다른 모습의 이별로 끝이 나더라.
    하지만 그 모든 헤어짐에 어느 하나 가슴 아프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대상을 두고 저마다의 이유로 맞는 그 헤어짐들이 말야.


    내가 무슨 냉혈한이나 된다고, 사랑에 아파보지 않았겠어.

    하지만 아무리 죽을 것 같아도 밥술은 뜨더라.
    지난 시절 언젠가는, 결코 다른 사람을 맘에 담지 않고 평생 간절한 맘 지키고 섰을거라 맹세하던 때도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굳은 다짐은 바래지고, 
    어떨 때는 차라리 빨리 누군가를 만나서 지난 기억을 지워 버렸으면 좋겠다 바라던 적도 있던 것 같아.
    또 그렇게 누군가가 바래진 다짐 위로 덧칠을 해 오기도 하고.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지워진다 하기도 하고,
    아무리 죽을 것 같은 사랑도 결코 그 때문에 죽지는 못한다 하기도 하고.


    언젠가 읽은 어느 시의 구절엔, 
    나이를 먹는다는 건 놀랄 일이 그만큼 줄어 든다 했던데..

    나이를 먹는 것,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그런 건가봐.


    앞으로 또 누군가를 만날게고, 또 누군가와 헤어짐을 맞게 될거야.
    영영 누구도 맘에 들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지.
    앞으로의 일, 나는 몰라.
    하지만 누군가 만나게 되고 헤어지게 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


    어쩌면 그건, 세월과 경험이 만들어 낸 "굳은살" 같은 걸거야.
    만나고 헤어짐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니..
    더는 그렇게 아파하지 말라고, 더는 그 당연한 일 때문에 삶의 극단에 서지 말라고..
    좀 슬프기도 하지만 매번 톡톡히 덕을 보고야 마는.. 슬프게도 쓸모있는 굳은 살 말이지.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그러하듯.
    시작의 설렘과 마침의 절망.
    그에 얼마나 벗어 날 수 있을까?
    아무리 굳은 살이 인이 되어 박힌다 해도, 어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말야.


    그렇게 아픈 건 당연한 거라니.. 기왕에 아플 거라면 사랑이나 제대로 하자.
    아파도 좋으니, 우리 사랑할 때만큼은 좋아 죽을 만큼 하자.
    어차피 헤어질 땐 아파 죽을 만하게 되는데.
    사랑이란 것, 좋아 죽을 만큼 해 보지도 못하고 아파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겠어.. 하하.
    헤어짐이 두려워 벌써부터 한발 빼 두고, 에둘러 이리저리 찔러보다 끝나는 그런 사랑은 하지 말자.

    사랑은 무엇보다. 진실함, 그 하나로 하자.
    그 후의 헤어짐도 진실함, 그 하나로 받아 들이면 될테니...

    그리고 나서 죽을만큼 아파 오면..
    그땐 또 이만큼 자라있는 굳은 살을 만져 볼 수 있을거야.


    사랑에 아파 본 적 있느냐고.
    아마.. 죽을 때 까지 사랑은 아파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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