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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Letter from Kunner 2006. 1. 7. 11:56
    정ː리(整理)[―니]
          [명사][하다형 타동사][되다형 자동사] 
         (어수선하거나 쓸데없는 것을 없애거나 하여) 가지런하게 바로잡음.


    어렸을때 나는, 정리벽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우리 어머니는 내게 물건을 쓰면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버릇을 들이느라 무척 애를 쓰셨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뭐든 찾으려고만 하면 없어서 도깨비 살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곤 했는데..
    사실 그건 집에 도깨비가 있어서가 아니라..
    쓴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 놓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히 가위가 그렇게 자주 없어졌던 것 같은데..
    온갖 것들이 다 그랬겠지만, 유독 가위를 찾아 헤맸던 일들이 기억이 난다.

    신학기 들어 새로 사 준 학용품 같은 건, 채 한달이 안 되어 다 잃어 버리곤 해서..
    나머지 기간 동안은 늘 친구들의 필통을 내것처럼 사용하곤 했다.
    몇몇 얌체같은 친구들은 싫은 내색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난 운이 좋은 편이어서 친구들은 내게 연필 빌려 주기를 아까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젠 쓴 물건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사실 아직도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은 못 되지만..
    입었던 옷가지, 펴고난 자리를 치우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한다.
    필기구는 거의 손에 잡고 살지 않다 보니, 볼펜이나 가위 따위를 찾으러 다니는 일도 없고..
    그래선지, 내가 버릇이 제대로 든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정리벽이 없다는 말 같은 건 듣지 않고 산다.

    하지만 세상 살이, 물건 말고도 정리 할 게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것들 중..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런하게 바로잡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사는가?
    가지런하게 바로 잡는다는 것은, 모두를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기만 한다는 뜻은 분명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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