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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Letter from Kunner 2005. 12. 8. 07:36늘 웃으려 노력하긴 하지만, 다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냐.
나도 때론 무척 화가 날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를 때도 있어.
술도 안 먹고, 따로 스트레스를 풀 취미 같은 걸 가진 편이 못 되서..
그리고 내가 뭐 때문에 화가 났다고 일일히 말하는게 싫어서 그냥 입을 닫아 버리고 말지만.
나도 화가 난다고.
내가 찡그리면 같이 찡그려질테니, 짜증나고 한숨나도 그런 내색 안 하려 애쓰고 있어.
맘 같아선 같이 언성 높이고 같이 눈을 부라리고도 싶은데 그냥 꾹 참고 있을 뿐야.
내게 의무만을 강요하지 말아줘.
나도 딴엔 열심히 하고 있단 말야.
자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시키기만 하고, 시키는 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화만 내는 건 너무 부당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듯 말하지 말라고.
일의 중요도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향후 계획의 차이.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왜 생각할 수 없는거지?
화가 날 때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것도 점점 사람을 지치게 해.
듣는 사람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이 내뱉고 있다는 인식을 들게하는 말들.
듣고 있을 때도, 듣고 난 후에도 정말 너무 지쳐.
논리적인 대화를 원하지도 않으면서 논리적인 척 하지 말아 달라고, 제발.
때로는 완전히 상황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말대꾸 한다고 하고.
아예 입을 닫아 버리면 아무 말 않는다 뭐라하고.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고 들어가는 당신의 화법이 난 정말 지긋지긋해.
기분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상대를 대하는 당신의 방식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지.
둘을 반반씩 섞어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 기분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것, 그 기분에 따라 춤을 춰야 하는 건 악몽 같은 일이야.
기분이 좋을 때 하는 지나친 장난과 농담들에 대해 내가 별로 즐거워 하지 않는 건 같은 이유라고.
모든 지난 얘기를 꺼내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건 기억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분노나 증오의 감정을 오래 담고 살아갈 수 없는 성격 탓이기도 해.
하지만, 억울하고 화가 나는 감정은 조금씩 조금씩 쌓여간단 말야.
그런 얘기 나올 때면, 왜 그런 감정을 쌓아두느냐 왜 그 자리에서 풀지 못하느냐 하지?
매번 쌓아두는 건 아냐. 아니, 어쩌면 의식조차 하고 살지 않을지 몰라.
하지만, 분명히 쌓여.
"맞은 놈은 잘 자고 때린 놈은 잠 못 잔다"고.. 나쁜 짓 하면 그렇게 힘든 거란 얘기 있지?
하지만 그 말이 간과한 건, 매번 맞기만 하는 놈은 절대로 잠을 잘 잘 수 없다는 사실이지.
시비조의 대화가 시작되면 감정부터 격해지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닐거라고.
매번 문제의 원인도 결과도, 대책도 상대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너무 독선적이라 생각하지 않아?
늘 내게 변명과 핑계, 이유가 많다고 하지만 곱씹어 보시라고.
무조건적인 화살과 비난에 대해서 반박하는게 왜 변명과 핑계가 되는거지?
더군다나, 어떤 일에 있어서 앞뒤 정황을 알려 주려 하는 것 조차 변명과 핑계라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비난일 뿐이지. 안 그래?
당신이 원하는 건 "잘못했다, 시키는 대로 하마." 라는 대답일 뿐, 그게 왜 그렇게 됐는지, 그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떤지.. 이런것엔 하잘 관심이 없잖아.
그럴리 없겠지만, 그냥 상대를 비난하고 조롱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느냔 말야.
정말 그럴리 없겠지만 그런 것들이 반복되고 같은 상황에서의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록..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내가 이런 얘기들을 다 하지 않는 것도..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뻔하거든.
설령 누가 봐도 당신의 잘못이 확실한 얘기에 대해서도..
당신은 그렇게 말할거야.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다, 봐라, 난 이렇게 인정한다. 하지만..."
그리고 하지만 이하에 나오는 얘기들은 절대로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고, 더군다나 당신은 이렇게까지 말하지.
"내가 문제가 있는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너처럼 공격적이어서는 절대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그건 상대를 비난하느라 정신 없어서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는 당신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데도 말야.
내가 공격적이 되는 건, 이미 감정이 먼저 반응해 버려서야.
어떤 얘기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당신 앞에서 무슨 수로 냉정을 유지하겠어.
지금도 그래.
난 스트레스가 가득해 그저 쓰러져 잠드는 것 말고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얘기를 해도 먹힐 리가 없다는 교훈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냥 혼자 푸념하며 짜증을 달래는 일 밖에,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물론, 당신의 눈에 들도록 일을 처리하면 되겠지.
하지만 뭐든 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걸.
더군다나 이렇게 다친 감정으로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거야.
진정 승복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면, 난 그런 것 못한다고 말할 밖에..
정말, 나는 너무 화가 나 있어.
신경이 잔뜩 곤두서서 누구도, 어떤 말도 용납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쉬고 싶어, 정말 지쳤어.'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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