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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의 마지막 날.
    Letter from Kunner 2005. 12. 1. 07:53
    어느 틈에 돌아보니 11월의 마지막 날.
    핸드폰에 저장된 12월 31일로부터의 D-Day는 31을 가리키고 있다.

    정확히 한달 후면, 2005년과도 안녕인거구나..
    지리하기만 하던 병역특례를 마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한 해.
    포부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한 해의 실적.


    어렸을 땐 원래 결코 병약한 편이 아니었어.
    감기 같은 것 자주 걸리긴 하지만 금방 떨쳐내고, 아무리 아파도 병원 같은 데는 가 보지 않고 살았었고 말야.
    하지만 서울 올라 와서 회사 다니고 부터는 여기저기 자주 아프고..
    한번 앓게 되면 무척 아프곤 했었지.
    왜 이렇게 약해 빠졌느냔 사람들 말에 이런 대답을 했던 적이 있었어.
    자유롭게 날던 새를 새장에 가두면, 그 새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뭐, 반쯤은 말도 안 되는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었지.

    그리고 새장을 빠져 나온 올 한 해는 새장 밖 세상을 만끽하고자 했었어.
    내게 허용된 조그만 공간을 벗어나, 창공을 날아 보겠다 말야.

    하지만 아무데나 갈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데도..
    자꾸 손바닥만한 새장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늘 높이 날아, 겨드랑이 사이로 바람도 느끼고..
    새밥통의 모이가 아닌, 꿈틀거리는 벌레를 잡아 채기도 해야 하는데.
    자꾸 새장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배고파지면 모이를 먹으러 새장으로 찾아 들고..


    창공을 날던 새를 새장에 넣으면.. 그 새는 죽어가.
    하지만 그렇게 새장 속에서의 생활에 적응된 새는, 이제는 오히려 새장 밖에서 죽어가고 있다.
    물론, 새장 안에서 그랬듯 다시 새장 밖의 세상에 적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긴 하지만..
    올해는 분명히, 내게 허용된 자유를 에너지로 만드는데 실패했어.
    하지만 그게 실패로 끝나지만은 않을거라 믿어.
    오늘의 실패는, 올해의 실패는 내일, 내년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할 거라 믿으니까.
    눈물이 옥토에 떨어지면 씨앗이 된다지?
    끝끝내 참아내도 맺힌 눈물은 그렇게 밀알의 씨앗이 된다말야.
    결코 눈물만 흘리고 끝낼 인생은 아닐테니, 좌절이나 포기 같은 것.
    아직 십년은 이르다. ^^


    올해의 숙제들을 내년의 그것으로 만들지 말아야해.
    올해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은 꼭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 짓도록 하자.
    11월 한달을 뭔가에 붕 떠 있는채로 지내느라..
    내가 해야 하는 어떤 일들에 대해 태만한 경향이 없지 않았어.
    반성하자!
    그리고 다가오는 12월엔 꼭 그 일들을 말끔히 처리해 내자.

    하지만.. 남은 11월은 마냥 즐겁게 쉬어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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