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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이 오려거든, 빨리 왔으면 좋겠다.
    Letter from Kunner 2005. 11. 28. 11:08
    나는 네가 있어야 행복할 것 같은데,
    너는 내가 없어야 행복하구나.
    전혀 맞지 않는 이 대구에 나는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겠어.

    진작 말해 줬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겠어.
    그랬다면 널 그렇게 귀찮게 하지 않았을텐데.
    부담가지게 해서, 마음을 무겁게 해서 미안해.
    아니, 어쩌면 넌 줄곧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설령 알아 들었다 해도, 결과는 같았을까?
    그래서 더 미안하네, 그걸 알 수 없어서...


    내게 내민 손이라 생각했고.
    날 보고 웃는 거라 생각했어.
    난 그 손 잡으면 되는 건 줄 알았고, 같이 웃어 주면 되는 건 줄 알았어.
    그렇게만 하면, 네가 내게 오는 줄로 알았어.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였네.
    아니, 오히려 나를 불편해 하는 네가 있을 뿐.
    결코 그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해.

    나 때문에 힘들다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는건, 애초에 내 몫이 아니었던가봐.



    서툴어.. 참 서툴어.
    이젠 익숙해 질 법도 한데, 난 여전히 너무 서툴어.
    쉽게 다치고, 다치게 하고.
    더 이상 그런건 원하지 않는데도.. 또 그러고 마네.
    네게 말로 전하지도, 메일이나 SMS를 보내지도 못하겠지만..
    참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혼자 주억여봐..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떨까.
    한참 덥던 8월쯤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럼 어떨까.
    아마.. 난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까?
    이렇게 아플 줄 알면서도,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 것을 알면서도..
    아마 난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거야.
    그 아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리는 일 따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내게도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 사실 이성과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가?
    차라리 가능과 불가능을 타진할 수 없었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어떤 계산도 없이 그저 바람만 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는가 보다.



    천천히 식다가, 어느 순간엔 스러지겠지.
    그 스러진 맘 주워 담으며 또 다짐하게 될거야.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시는 나도, 상대도 아프게 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그날이 오려거든,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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