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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을 다녀와서..
    Letter from Kunner 2005. 11. 10. 08:29
    "프리미엄 고객님이시네요?"

    어제 은행을 갔다가, 내가 프리미엄 고객이란 얘길 들었어.
    엥;; 웬 프리미엄?
    그게 뭔데요? 하고 물으니,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결국 좋다란 얘기더라고.

    내게는 워낙 생소한 얘기여서인지..
    왜 내가 프리미엄 고객이냐 묻지도 못하고 그냥 말아 버렸어.

    그리고 은행업무를 보기 시작하는데..
    이거, 좋더라고?
    발급하는데 수수료가 든다, 하지만 면제다.
    이체하는데 수수료가 든다, 하지만 면제다.
    이런 식으로.. 몇만원의 수수료와 보증금을 다 면제 받았어.
    그리고 창구도 전용창구를 쓰고.

    대접받는 게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분위기가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그래도 은근히 기분이 좋긴 하더란 말야.


    그렇게 은행 문을 나서서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쩔 수 없지 뭐..
    은행도 결국 더 많은 고객, 더 많은 자금, 그리고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하니까.
    알아, 알겠는데.. 아는데.. 
    참 안타깝더라고.

    아, 자본주의란 이렇게 허망한 것이구나.

    정말 그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보다 조금은 더 어려운 사람들일텐데..
    수수료 몇백원, 몇천원.
    내게도 돈이란 건 넉넉하지 않긴 하지만..
    그 푼돈의 수수료를 면제해 줬을 때 얻는 만족감은,
    내가 아니라 나보다 조금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클텐데 말야.
    가진 사람들 보다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혜택이 주어지는 세상이 되어야 할텐데..

    그간 은행이 사기업이라는 걸 잊어 버리고 있었어.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래서 은행의 그런 고객등급 정책에 속이 상하게 된거고.

    그 혜택을 받아 발급받은 카드를 보며, 흐뭇함과 답답함이 교차해.
    그래서 더욱 씁씁한 은행 갔던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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