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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Letter from Kunner 2005. 10. 31. 06:42형 연습실의 연습생 중에 장광훈이라는 이름 가진 사람이 있어.
나이는 나와 동갑, 특전사 하사관 말년차 복무 중인 사람이지.
계급이 중사인 탓에 장중사라고 불리우더라고.
키는 작달만한데 몸은 완전히 근육덩어리여서, 딱 보기에 무척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랄까?
그리고 무척 예의 바르고, 항상 밝게 웃는 그 사람.
형에게 들은 바도 있고 해서, 처음 만나곤 참 좋은 사람이다 싶은 인상을 받았었어.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 들으면 들을 수록 참 친해지고 싶다는 인상을 받곤 해.
형 연습실에 자주 가지 않아서, 아직 한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원래 권투선수였대.
우리나라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던가?
키가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갈 것 같지 않으니 헤비급은 아니겠고,
미들이나 페더급 정도 되려나?
라이트는 아닐테고 말야.
권투를 잘 몰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어.
아무튼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전향해 바로 타이틀 획득했다니 대단하긴 해.
그러다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타이틀 반납하고 은퇴해 버렸대.
최연소 챔피언이 그렇게 은퇴했다니 좀 어이없지?
게다가 홧김에 5년짜리 군대를 지원했다니 참 재밌지.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래.
군대 월급, 하사관이니 그래도 조금 받긴 하지만.
받는 월급의 대부분을 불우이웃 돕는데 쓴다더라고.
뭐, 그래도 생활이 유지되니 하는거라 생각한다면 좀 더 들어보자.
여가의 대부분을 복지단체 같은 곳에 가서 봉사활동하는데 쓰고.
그 사람 싸이에 가 보니 온통, 아이들과 찍은 사진인데..
참,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어.
결코 의무감이나 가식따위 발을 붙일 수 없는, 그런 표정을 하고 있더란 말야.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복지관을 설립하는게 목표라 하던데.
꼭 그 바람을 이루게 되길 바래.
이 사람, 그 뿐 아냐.
지난 해 부터는 밥로스 그림을 배워서, 이제는 꽤 실력자가 됐는데.
그림을 그려 전시회에 출품하고, 그림을 팔아 생긴 수익으로 또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한가득 사가지고 복지관을 찾는다니.
정말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 없어.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던데..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이 살아 간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종교가 그런 것들을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나도 다시 교회를 나가고 싶어.
어떤 사람이 좋느냐,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느냐는 질문이 내게 왔을 때.
난 항상, 똑똑한 사람. 밝은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좋다고 말하지.
하지만 한번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건 결국, 나는 똑똑하고 밝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내 이기심을 깨닫고는, 고개 숙여 반성 하는 중이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 말하면서, 정작 나는 더불고 싶지 않은가...
이런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나는 참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고.
또 부끄러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고민과 나의 번민은 그들의 그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에 말야.
나는 기껏해야 내 한 몸 살아 갈 궁리만 하고, 내 이름 석자만 밝힐 궁리 뿐인데..
그나마도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허우적 대고 있는데...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
그건 정말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
그리고 나도 나태한 내 발걸음을 바삐 놀려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
그렇게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당장, 다음 주말에 같이 복지관을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하는 일이 바빠서.. 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이기심으로 가득한 내 치부를 가리려 할까?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다? 휴...'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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