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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게 점수를 주신다면 몇점을 주시겠습니까?
    Letter from Kunner 2005. 10. 30. 04:01

    요즘은 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매번 끄적거리다 창을 닫을 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어.

    누가 보채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 일정을 맞추는 일도 아니다보니 그런가?
    바짝 하기만 하면 금방 끝날 일인데도, 통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저 쳐다 보면서 한숨만 내쉰다고 될 일이 아닌데 말야.

    알지, 잘 아니 이제 바삐 손가락을 놀려야 할텐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단 말야.
    그래서 내심, 언젠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날이 있을테니 맘 잡을 때 까지 편히 쉬자 하고 있었어.
    아, 참 편리한 사고인가? ^^;


    그러다 어제 저녁, 032 로 시작되는 전화를 받았어.
    032면 인천인데, 인천에서 누가 나한테 전화할 일이 없는데.. 하면서 말이지.

    전화를 받아 보니, 며칠 전 엄마 핸드폰 수리 맡겼던 삼성 서비스 센터의 직원이더라고.
    전화기 잘 되느냐, 이상 없는지 확인차 전화했다며 말야.
    뭐, 삼성이던 LG던.. 서비스 받으면 으레 전화를 해 오니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었지.
    뭐라고 전화기 성능에 대해 자꾸 묻는데 귀찮은 마음에 건성으로(하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으려 유도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때, 이 아저씨 한 마디 하시더라고.

    "고객님 입장에서 제게 점수를 매겨 주신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아주 불만, 불만, 보통, 만족, 아주 만족 중.
    어떤 점수를 제게 주시겠습니까?"

    아마 사원평가 같은데 쓰는 건가보다 생각하며, "당연히 아주 만족 드려야죠" 하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
    결국 그 서비스 직원은 저 한마디 때문에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 건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점수를 몇점을 주던, 나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저 사람은 내 그 한마디가 무척이나 절실하겠다, 하는 생각.
    삼성의 서비스 센터 직원이란 자리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더욱 더...

    그래,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아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부끄러웠어.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아 가고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정말, 누군가에게 매번 평가를 받아 가며.
    고객이 별 생각 없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 가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태만하게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어.


    누군가 내게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과연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몇점이 나오더라도 고개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나는 당당하게 물을 수 있을까?

    "제게 점수를 주신다면 몇점을 주시겠습니까?" 하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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