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경기 보고 온 소감.. 피곤하니 짤막하게..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2. 11. 21. 10:34
    예고한대로.. 경기장을 다녀 왔다.
    내 생애에 언제 또 이런 빅매치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다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잘라 말하면 경기 스코어에는 전반적으로 만족, 경기 내용에는 상당히 불만족이다.
    최강 삼바군단을 상대로 3:2 라는 멋진 스코어를 낸 건 그간 월드컵에서의 성적이 홈어드벤티지에 의한 뽀록이었다. 라던 말을 일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볼 때,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
    우선, 두번째 골은 오프사이드가 맞는 것 같으며, 마지막 페널티킥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는 점을 확실히 말해 둔다.

    전반적으로 브라질의 파상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게다가 2:1로 이기고 있던 후반 중반 상황에서 뺏고 뺏기고의 반복을 보며, 아직 멀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뭐가 그리 급히 뻥축구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깝다.
    그리고 2점을 얻은 상황만 해도, 작품을 만든 것은 하나도 없이 그저 엉겹결에 들어갔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안정환.. 정말 지독히도 운이 좋은 놈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TV 중계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안정환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절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위치는 항상 공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위치였으며, 수비가담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그가 공을 잡으면 그걸로 경기의 흐름은 끊어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오늘의 경기에서 그는 공만 잡으면 자빠진다.. 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제일 화가 나는 건, 그런 그가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축구의 총아로 인정받는 다는데 있다.
    차범근은 해설을 할 때 선수는 공이 오기 전에 패스냐, 드리블이냐를 결정해야 한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나는 차범근처럼 축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안정환처럼 축구를 잘 하지도 못하지만 이 말만큼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에게는 그게 너무도 부족한 것 같다.
    흔히 안정환의 슛을 한템포 빠른 슛팅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템포 빠른 슛팅이 아니라 한템포 빠른 경기 운영인듯 하다.
    공을 잡으면 멈칫 하는게 느껴진다. 늘 그렇다.
    이제와서 새삼 꺼내기도 뭐하지만 그가 보여준 경기가 모두 그런 식이다.
    국내프로경기는 상대가 상대인만큼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고, 페루자 시절의 동영상은 모두 잘 하는 모습만 담은 거기 때문에 더 꺼낼 가치가 없다.
    다만 이번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뛴 포르투갈 경기와 이탈리아 경기를 유심히 살펴보길 권한다.
    9명이 뛰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1점 밖에 따내지 못한 것은 안정환이 원톱으로 박혀 있었기 때문이며, 이탈리아 경기에서도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경기를 한 것은 하프라인에서 페널티에어리어에 걸친 안정환의 둔한 몸놀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발 부탁한다.. 공을 잡는 순간 뛰어라. 아니면 패스를 하던지.
    그의 멈칫함에 모든 공격의 흐름이 끊기고 상대의 압박이 머리를 들이민다.

    내가 안정환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크겠지만,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은 단점 그 자체라고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설기현은 자기의 실력을 십분 발휘한 듯 하고, 이천수는 비록 카를로스에 밀리기는 했지만 오늘의 플레이에는 찬사를 보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영표는 오늘 거의 활약이 없었던 듯 하고(개인기의 대명사인 애들 앞에서 헛다리 짚다 정말 헛다리를 짚어 버렸다...), 송종국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뛸 마음이 없는지 전반 끝나고 교체되는게 당연할 만큼 무기력했다.
    유상철과 김남일은 전반 초,중반에는 무기력 그 자체였으나 차차 플레이가 살아난 듯 하다.
    특히 유상철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전반 후반 - 후반 초반을 지나며 극으로 치달은 듯 하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기는 하지만 모든 포지션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홍명보의 공백을 메울 만한 중앙수비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공격적인 중앙수비수는 후반 종반에 잇따라 수비가 무너지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만들었다.

    그 외 홍명보를 위시한 쓰리백은 약간 노쇠해 보였다.
    아무리 우리의 철벽수비라 해도 브라질을 상대로는 힘든 것일까..
    평소 축구해설자들의 단골멘트인 수비의 뒷 공간으로 찔러 주는 패스 에 의해 수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으며, 오프사이드라는 인식이 들긴 하지만 호나우도의 두번째 골 역시 그렇게 들어갔다. 물론, 브라질의 파상공세에 그만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의 한국축구는 공격수보다 수비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됐다.

    최용수는 나와서 뭔가를 해 볼 겨를도 없이 교체되어 버렸고, 김대의는 존재 자체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최태욱, 김도훈, 차두리등이 뭔가 해 보기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브라질로 넘어 간 상태였다.
    분위기가 브라질로 넘어 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2:1 로 앞서던 후반 초반에 우리 축구가 갑작스레 뻥축구가 된 데 있다고 하고 싶다.
    어렵게 뺏어서 뻥~ 차 버리면 브라질로 공격권이 넘어 가고, 또 어렵게 뺏어서 뻥~ 차면 브라질 선수가 공을 가로채고..
    어디 리드하는 팀이 그렇게 보채는 일이 있던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뻥축구가 되어 버린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에 반해 브라질 선수들 특히, 호나우도와 호나우딩요, 그리고 카를로스와 아모르주. 이 네 선수들은 정말 왜 저들이 세계 최강 삼바군단이라 불리는 지 확실히 각인 시켜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경기를 펼쳐줬다.
    아니, 어쩌면 오늘 경기는 호나우도의 주가를 높여주기 위한 경기였을까.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브라질은 역시, 세계 최강이다.

    오늘 경기에서 무분별한 선수교체로 말이 많지만, 난 좀 다른 의미로 받아 들이고 싶다.
    차라리 오늘 경기를, 월드컵 멤버가 아닌 앞으로 2006 년 월드컵을 대비한 멤버로 기용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홍명보와 황선홍은 은퇴경기니 만큼 교체투입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A매치이므로 FIFA 랭킹이 아깝느니 하는 것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그새 잊었는가? 히딩크 曰 : FIFA 랭킹은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교체가 무분별했다고, 또 세계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장난을 쳤다.. 등의 말이 많은데 일견 동의하지만, 그게 꼭 그렇게 짚고 넘어갈 만큼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사실 하루를 꼬박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선수들도 있는데 경기장을 밟아 보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전반적으로 오늘의 축구는 안타까움이 많은 경기였다.
    앞으로 그런 안타까운 부분들을 갈고 닦아야 함은 말 할 것도 없다.
    특히 차세대 수비수들을 발굴하고, 다시 미드필더를 거치는 플레이에 익숙해 져야 한다.
    히딩크가 일궈 놓은 4강 성적은 단기간에 걸친 벼락치기였지, 우리 축구의 100% 실력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해 앞으로는 벼락치기 했던 것들을 세세히 익혀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짧게 쓴다고 해도 또 이 모양이다...
    왠지 안타깝고 아쉽고.. 짜증나고.. 이런 느낌이 계속 되는 건 3:2로 졌기 때문은 절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늘의 경기관전은 즐겁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P.S
    최용수가 교체투입 된 순간, 나는 그가 J리그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훌륭한 플레이를 해 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옆자리 뒷자리에서 들리는.. 내가 듣기에도 거북한 최용수에 대한 야유와 욕을 들으며 나는 그에게 멋진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우리 쪽에 있지 않았다. 아니 분위기는 애초에 우리쪽에 있지 않았다.
    2골은 그저 행운의 여신의 선물이었을 뿐이다.
    98 월드컵 벨기에 전에서 그가 엄청난 삽질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또 하나의 황선홍이고, 또 하나의 유상철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황선홍을 개발이라고, 유상철을 홈런왕이라고 야유하며 당장 태극마크를 떼어 내야 할 것처럼 몰아 붙였던 사람들이 이제 그들을 영웅이라 하고 눈물 짓는 걸 보면 경멸을 느낀다.
    최용수는 또 다른 황선홍이며 유상철이다.
    그걸 모른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인생을 헛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야유와 욕설보다는 질책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멋진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를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에게 무분별하게 공세를 퍼 붓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이다.
    기회를 주고, 격려해 주자.
    잘 하는 선수에게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에게 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래서 설기현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욕만 먹다가 월드컵 이후에 각광 받는 거라고?
    그런 욕들이 선수 개개인에게는 오히려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거라고?
    그건 합리화에 불과하다. 설기현의 플레이에 있어 월드컵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거나 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건 나의 생각뿐 아니라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자신감의 차이와 동료들의 신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못 하던 선수가 갑자기 일취월장하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란 말이다.
    결국 운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P.S 2
    그렇게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는 안정환에게는 천운처럼 골이 오고 스포트라이트도 집중되는데 왜 그보다 훨씬 열심히 뛰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오기 힘든가...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안정환에 대해 편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 대해, 또 그가 이뤄낸 결과에 대해 부정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그가 그런 플레이를 고수하는 한, 우리축구의 공격은 여전히 한 축이 삐그덕 거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는 진정한 포워드가 아니다.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