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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디존슨이 퍼펙트 게임한게 축구 전체의 뉴스보다 더 중요한가?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4. 5. 20. 16:25
    어제 집에 가는 전철에 올라 운 좋게 누군가 보다 던져 버리고 간 스포츠 신문을 집어 들었다.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휙 집어 던지곤 신문 이름을 관심있게 보질 않아서 기억이 안 나는데..
    축구 외의 스포츠에 별반 관심이 없는 나로선 참 보기 곤욕스러운 스포츠 신문이었다.

    정확히 단 한 면..
    그 많은 페이지 중 딱 한 쪽만 축구 관련 기사였다.

    1면부터 축구 면 전까지 모조리 야구 기사고.. 축구 다음 면은 골프, 배구 정도.
    골프와 축구면이 같은 비중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한면 있는 축구 기사에서..
    유럽 축구 소식 절반, 이천수 소식 한단..
    나머지 짜잘한 기사 몇개 끝.

    처참하다 싶을 정도였다.
    대체 축구 전문 기자들은 어디서 뭘 하길래 기사가 고작 그 정도인지 궁금했다.

    아침마다 뉴스를 보는데..
    어제 아침인가 그제 아침인가에는 기아의 이종범선수가 보약인지 뭔지를 먹는 것까지 기사에 나오더군.

    축구 선수들은 그 잘난 보약 한재 안 먹는단 말인가?

    독자들이 축구보다 야구에 더 관심이 많다고?
    그건 그야말로 쀍스러운 소리지만, 설령 그렇다 하면 그건 언론의 잘못이 크다.
    자꾸 언론에 나오고 그래야 관심도 가져지고 하는 법이지..

    주위 사람들에게 K리그 경기를 보라고 하면 다들 그런 말을 한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

    대표 선수들 프로필은 줄줄 꿰는 사람 많지만..
    에드밀손이 뭐하는 사람인지, 신태용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이천수가 K리그에서 날아 다녔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 사람이 태반이다.
    신태용은 이름 덕에 일본 만화책 주인공인 줄 알 정도다.

    이건 다 언론의 책임이다.
    자꾸 선수이름을 들이 밀고 알려줘야 관심이 생기고, 그렇게 관심 가지게 된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되면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자기가 좀 안다 싶은 선수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별 유명한 선수가 아니더라도 계속 인터뷰해서 지면에 내보내면 유명세 타게 되어 있다.

    이효리가 급격하게 뜬 걸 봐라.
    작년 여름, 모든 찌라시들이 이효리 띄우기에 온 힘을 기울인 덕분에 별 시덥잖은 지지배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걸 우리는 목격했었다.
    연예인들 뿐이 아니다.
    실제로.. 야구에서는 별 시덥잖은 것도 다 기록화 해서 대단한 뉴스랍시고 내보내지 않는가.
    이런 데이터는 프로연맹에서 제공하는 것인지 기자들이 직접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설령 제공되지 않는다해도 정말 직업의식 가진 기자들이라면 알아서 만들어도 모자랄 판이다.

    유럽축구가 어쩌고 선진축구가 어쩌고 하는 소리만 좀 끄적이면 대단한 축구기자고, 시스템이 어쩌고 포메이션이 어쩌며 어디의 누구 감독이 어떻다고 쓰면 안목있는 축구기자인양..

    그야말로 크나큰 착각이다.

    축구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사명감을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과거 우리 정치사가 지금보다 훨씬 암울했을 때, 정치부 기자들이 가졌던 투철한 사명감(물론 아닌 경우도 많았지만)을 가지라고 하면 오버일까?

    매번 월드컵때만 반짝 들끓고 마는 우리 축구.
    어떤 데이터를 들이대도 국내 최고의 스포츠임에 마땅하지만, 언론에서만큼은 3류 대우를 받는 우리 축구.

    나는 감히, 언론에 50%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관심이 없는 것도 관심을 가지게 만들 수 있는 언론의 힘을 과소평가 하지 않는다면야..

    기사거리가 그렇게 없는가?
    기사거리가 없어서 못 쓰고 있는건가?
    왜 매번 기사거리가 다 그모양 그꼴이고 또이또이인가?

    축협이 시끄러우면 축협얘기 좀 쓰고..
    유럽에서 뭐 한다 그러면 그 얘기 좀 쓰고..
    A매치나 몇몇 유명한 대회 하면 그 얘기 좀 쓰고..

    그러고 축구기자 노릇 잘 하고 있다고 하려는가?

    지금부터 하루에 한명씩 각 구단 선수들 인터뷰 해 보라.
    1년 기사 거리 다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프로축구연맹에 의뢰해서 누적된 출장기록 상위 10걸 뽑아 달라 해서 일주일에 한명씩 5일짜리 기사로 심층 인터뷰를 하라.

    당장 각 팀의 유망주 한명씩 선정해서 인터뷰 하러 가라.

    인터뷰 기사 하단에 팬클럽 주소를 기재하고, 해당 선수와 후원을 맺는 방법을 제공하라.
    만약, 팬클럽이 없다면 직접 만들면 그만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카페 하나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
    기사의 성패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물론, 회원가입하고 추후 운영하는 거야 관심있는 사람한테 던져 버리면 그만.
    해당 선수를 후원하는 방식이 K리그엔 없을 걸로 알지만, 한번 추진해 보라.
    잘만 정착된다면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을까.
    물론, 이게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못 박는 것은 아니다.
    강구해보면 훨씬 더 좋은 방법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안 하는 우리네 축구기자들에게는 한숨이 난다.

    인터뷰 하러 갈 시간이 없는가? 지방에 내려갈 차비가 없는가?
    시덥잖은 남의 나라 얘기 쓸 바에 그 돈 돌려서 각 팀 선수단이나 찾아 다니길 바란다.

    몇몇 선수만 뜨고, 나머지는 그런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K리그의 현실..
    이건 다 축구기자랍시고 자리만 꿰차고 앉아서 선진축구가 어쩌고, 유럽이 어쩌고 하는 공염불이나 외는 기자들 때문이다.


    정녕 너희들이 축구기자인가?
    각성하고 또 각성하라.




    # 글의 말미에.. 첨언.

    랜디 존슨이 퍼펙트 게임을 한게 전체 축구관련 뉴스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인가?
    랜디 존슨이 정확히 한 면을 다 차지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퍼펙트 게임이나 기타 야구 룰과 우리나라의 현재 기록들이 나머지 한 면의 반을 차지하는 판에 축구 기사는 국내 + 해외 통틀어 1면이었다.
    그것도 중간에는 기다란 성인광고.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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