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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trix, the Revolution 2003 D-7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03. 10. 29. 15:05
    매트릭스 시리즈의 완결편인 매트릭스 3, the Revolution 의 개봉이 일주일 남았어.
    매트릭스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매트릭스에 흠뻑 빠져 있지.

    그런 내게 11월 5일이란.. 정말 기다려지는 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매트릭스에 처음부터 열광했던 건 아니야.
    1편을 본 것도 올해 매트릭스 2가 개봉된 이후지.
    그 전에 매트릭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매트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1, 2를 보고 난 지금은 매트릭스 3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열광하고 있지.

    매트릭스는 단순한 SF액션 영화가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야.
    물론, SF 액션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매트릭스에 담긴 사상이란 말이지.

    앞으로 할 얘기들은 전문가의 견해가 아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아직 영화평 같은데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원래 각자 느끼는 바가 틀린게 당연하지 않겠어?
    내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본다면, "나" 를 둘러싼 "현실" 속에서 그건 그대로 또 다른 "현실"이 되는 걸테니.
    자.. 또 삼천포로 빠지는 걸 막기 위해 각설하고.. 나의 매트릭스를 들려줄께.

    일단 매트릭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헐리웃의 영화관을 먼저 알아야 할 거라 생각해.
    이제껏 다른 많은 장르의 예술들이 그렇듯..
    헐리웃 영화들 역시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해.
    여기서 말하는 이데올로기란, 민주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정치적 개념을 가진 작은 의미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철학적인 개념의 넓은 의미의 이데올로기야.
    이데올로기란 말 자체가 국어로 해석되지 않고 넘어 온 외래어니만큼, 그 뜻에 완적히 부합하는 단어를 찾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해석하듯 사상, 이념 등으로 생각하면 될꺼야.

    아무튼.. 헐리웃 영화들의 기본적인 이데올로기를 살펴 보면..
    일단 6~70년대까지 나온 영화들은 대부분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어.
    기독교에서는 절대적인 신과 부질없는 존재인 내가 존재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의 존재이유는 유일한 신의 진리를 증거하기 위한 것이며, 신의 진리란 절대적으로 선한 것이지.
    기독교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권선징악 이라는 해묵은 플롯을 가지고 영화를 전개해 나가지.
    영화의 주요배역들의 이름은 대개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영어식 표기가 많았고.
    마태-매츄(Matthew), 베드로 - 피터(Peter), 바울 - 폴(Paul), 누가-루크(Luke), 등의 이름이 영화 속에 단골로 등장했던 것 말이야.
    이건 내 자의적인 생각이 아니라 영화사에 관련된 책에 나오는 얘기들이니.. 실제로 믿어도 좋을거야.

    하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했던 70년대가 지나고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 질서가 또 다른 형태로 재편되는 80년대로 넘어 오면서, 헐리웃의 영화 속 세계관도 조금씩 달라지게 돼.
    이때부터 영화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의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해.
    다원주의의 영향으로 더 이상 선과 악의 이분법에 의존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이 출현하게 된거야.
    물론 기독교는 지금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종교로 그 입지가 탄탄하지만, 나는 현실이 아닌 영화 속 세계관을 말하는 거니 지나친 확대 해석은 삼가길 바래. ^^

    많은 사상들이 영화 속에서 시도되고, 또 그만큼 많은 시도들이 사장되고...
    그리고 그런 많은 시도들 가운데서 "그리스-로마 신화 의 세계관"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 오르게 됐지.
    "그리스-로마 신화" 자체가 다원화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사상은 없었겠지.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는 무척 새로워.(역사적으로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가 기독교보다 더 오래 됐지만 세계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은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이란 뜻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우선 신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고, 나 역시 신이 될 수 있지.
    이 점에서는 불교와 약간 비슷하지만, 정말 독특한 것은 신은 늘 선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똑같이 희노애락을 가졌다는 데에 있지.
    그러므로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의 신은 절대적인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개체들이며, 어떤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선인 것이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악이 되는, 그야말로 다원화 된 구조를 갖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영화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도 많았고.
    그야말로 제3의 르네상스 아니겠어?

    헐리웃 영화들은 앞다투어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극단적으로 폴이니 피터니 하는 이름 일색이었던 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이 상상 할 수 있는 만큼이나 많아졌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중심이 신과 절대적 선이 아닌 인간이 되었다는 것에 있어.
    여기서 굳이 종교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자세한 얘기는 넘어 가기로 하고..
    헐리웃의 영화들의 사조가 인간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하나의 관점이 아닌 인간이 상상 할 수 있는 만큼 존재하는 관점들, 그 무수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세계관 들.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틀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처럼, 이제 영화를 똑같은 하나의 틀로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지.(지금은 당연한 말 같지만 과거엔 실제로 그런 일들이 존재했다고 하더군)
    이렇게 영화는 점점 인간적이고 현실적이 되어 가는거야.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관은 지금의 헐리웃 영화들에도 유효한 세계관이며, 그 세계관의 가장 큰 특성이 다원성인 만큼.. 앞으로 시도 될 많은 실험들도 그리스-로마 세계관 안에서 설명할 수 있을거야.

    그런 사조들과 맞물려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왜색(Japaness Style)이야.
    헐리웃 영화는 자본주의의 산물이고, 현재 헐리웃 자본을 쥐고 흔드는 것은 일본이지.
    다들 잘 아다시피.. 일본민족은 가끔 보면 좀 어이없게도 자신들의 우월성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어.
    과거 독일계, 이탈리아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그래서 3국협정이 가능했던걸까..)

    아무튼.. 일본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화속에 알게 모르게 왜색을 잔뜩 입히고 있고 그 결과 우리는 많은 영화 속에서 기모노와 가라데, 검도를 보게 되지.

    이제까지 한 얘기들은.. 모두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머리 굴려가며 타자를 두드려 댔던거고.

    매트릭스는 인간 - 기계 사이의 왜곡된 공간을 말해.
    애니메이션 매트릭스를 보면 좀 더 빠른 이해가 되겠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인간과 똑같은 사고구조를 가진 기계가 개발되고, 결국 기계들은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길 원하지.
    물론 인간들은 이런 기계들의 바람을 외면했고, 그 결과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발발했어.
    긴 전쟁이 끝나고 결국 승리는 기계들에게 돌아 가게 됐지만, 기계와 인간은 또 다른 공생을 해야만 해.
    전쟁 중에 인간이 기계의 에너지원인 햇빛-solar 를 가리기 위해 지구를 검은 구름층으로 뒤덮어 버렸기 때문에 기계는 더 이상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었고, 그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해 기계는 인간의 몸에 흐르는 전류를 이용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거지.
    정말 무서운 상상이야.

    사람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선 생명력을 가진 존재여야만 하고, 하지만 사람이 실제 사고를 가지고 존재하는 경우 기계에겐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기계는 매트릭스(자궁)란 가상공간을 창조해 인간을 또 한번 창조한 거지.

    이렇게 매트릭스란 인간과 기계, 기계와 인간의 왜곡된 공간이야.

    매트릭스를 통해 기계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 그 삶 자체를 지배하고 삶과 죽음까지도 관장하는 신이 되고, 인간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상현실을 현실이라 믿고 살아가는거지.
    이쯤 되고 보면 뭐가 현실이고, 뭐가 가상인지 헷갈리는 일이 벌어질 법도 하지.
    최근 미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들이 대개 매트릭스의 영향이라지?
    과히 이해할 수 없는 일만은 아냐. -_-;

    뭐가 현실이고 뭐가 가상인지?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색즉시공, 공즉시색... 나는 반야심경을 잘 알진 못하지만 이런 종류의 얘기라면 어렸을 때부터 무수히 들어 왔지.
    나뿐 아니라 적어도 동양권에선 모든 사람이 그럴거야.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는 마음 속에 있다고 하지.
    극락은 서방정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 속에 있다고, 그래서 내가 곧 부처요, 부처가 곧 내 마음에 있다고 말이야.

    그럼 가만 볼까? 매트릭스 안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일단 얘기를 좀 더 쉽게 이끌기 위해 1,2편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1편에서 모피우스는 오라클(신탁)의 예언에 따라 the one 이라는 "그" 를 찾다 "Neo" 를 발견하게 되지. (네오 라는 말이 New 라는 말의 라틴어인 것을 생각해 보면 마태, 베드로와 같은 맥락으로 또 한번 웃음짓게 돼)
    아무튼.. 모피우스는 네오를 "그"라고 믿고, 네오 역시 자신을 "그"라고 믿어.
    하지만 오라클은 네오가 "그"에 가깝긴 하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하지 :)
    그리고 매트릭스 속에서 매트릭스의 설계자(아키텍쳐, 신)를 만났을 때, 우리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바로 네오가 매트릭스의 버그를 찾아 내기 위한 프로그램 중 일부이며, 이미 네오 이전에 많은 네오들이 매트릭스 시스템의 버그를 찾기 위해 활동했었다는 얘기야.
    그리고 설계자는 네오가 다시 시스템의 일부로 돌아가게 되며, 네오는 자기 의지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지.
    만약 네오가 자기 의지로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더 이상 시온은 존재가치가 없으므로 파괴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네오는 자기 의지를 갖고 트리니티의 생명을 구해내며,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지.

    스토리대로라면 네오는 신(아키텍쳐, 설계자)의 사명을 받은 the one 이어야 하는데, 신의 사명 대신 스스로의 의지를 선택한다는 얘기야.
    이는 곧 신의 의지에 따라야만 하는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시켜 또 다른 신 - the one 이 된 네오를 말하는 거야.
    2편 말미에 네오가 매트릭스 내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적을 일으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은 네오가 또 다른 신 - the one 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절대적 개념의 神이 아니라, 매트릭스 안에서 프로그램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자를 말하는 거야.

    내 해석의 근거는 내가 위에서 말한 헐리웃 영화의 사조들이고, 결국 매트릭스라는 것은 가상이냐 현실이냐 하는 논쟁보다, 무엇이 인간적인 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해.

    워쇼스키 형제는 결국 절대적 가치, 유일신 중심의 스토리가 아니라 Neo-the one의 의지에 따른 인간 중심의 스토리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고 있어.

    하지만 과연 매트릭스에 나오는 얘기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 하는 점은 충분히 의문거리가 될 수 있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쉽게 단정할 수는 없어.
    개인적으로는, 워쇼스키 형제가 암시하는 그 어떤 것도.. 결국엔 허구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2편에서 네오가 트리니티를 구하고, 현실에서 이적을 행하는 장면을 보곤..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어.
    정해진 프로그램(운명, 신의 의지)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길을 걷는 것.
    신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 바로 이 부분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관이 딱 맞아 들어가는 대목이랄까?
    2편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이것은 내가 위에서부터 여러 번 말한, 바로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해.

    오라클이 네오가 “그” 가 아니라고 말한 것도, 내 관점으로는..
    네오는 더 이상 “그” 일 필요가 없는거지. 시스템의 일부일 뿐인 오라클은 네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거야.

    프로그램(운명, 신의 의지) 상으로 보면, 네오는 분명 크나큰 버그야.
    프로그램 오류, 버그의 결정 판이지.
    그런 네오와의 일전 이후 자기도 모르는 이상한 능력을 갖게 된 스미스 요원 ? 그 역시 버그야. 스미스는 또 다른 형태의 네오, the one이 되는 거지.
    그는 매트릭스가 아닌 그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더욱이 3편의 예고편을 보면, 스미스가 베인의 몸을 빌려 현실에 나타난 것을 보면, 스미스 역시 단순한 프로그램의 틀은 벗어 난 셈이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든 내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현실이라고 믿는 공간마저도 매트릭스의 일부라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어.
    네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매트릭스 안이었다는 우울하고 허무한 결말이 될 것 같아, 한편으로 너무 걱정이 되고 있어.
    하지만 헐리웃 식 영웅을 만들고 그 뒤로 인류는 쭉 행복하게 살았다 는 등의 유치한 스토리로 영화를 마감할 수는 없으니.. 아마도 허무한 쪽으로 결론이 나겠지.

    결국 3편의 2시간으로는 이 모든 심각한 주제들을 심도있게 다루기엔 불가능 할 거란 생각이.. 이런 추측을 더 가능성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아마.. 대전쟁 이후 매트릭스 특유의 때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네오가 잠에서 깬다거나 하는 등의 얘기가 전개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있어.
    애니 매트릭스를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애니매트릭스의 각 에피소드들의 결말은 허무주의가 깊게 베어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리고 그 특유의 벨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흰 화면, 독백.. 이런 것들은 워쇼스키 형제가 자주 쓰는 방식이고.. 아마 결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보고 있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정말.. 영화의 완성도가 팍팍 떨어질 것이므로, 나는 가급적이면 더 세게 내 뒤통수를 쳐 주기 바라고 있지만 말야.

    정말 기대 된다…
    어떤 내용과 어떤 장면으로 나를 흥분 시킬지 정말 기대돼.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매트릭스 3 the Revolution 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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