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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목구어Letter from Kunner 2018. 5. 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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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목구어(緣木求魚)
학창시절 저 사자성어를 배웠을 때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체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다니,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세상에 저렇게 대책없는 불합리함이라니..
아마 고사나 속담, 사자성어가 으레 그렇듯, 과장과 비약으로 교훈을 주려는 탓이려니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그 허무맹랑한 연목구어를 내가 하고 있던 것 같다.
**
이 길 끝엔 무엇이 있을까?
설레는 맘 반, 두려운 맘 반으로 늘 채근하며 달려 오던 차였다.
하지만 설레는 맘도, 두려운 맘도 점점 사라지는 지금..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나를 발견한다.
냉정히 돌아보면..
이 길은 내가 원하던 그 길도 아니었고,
이 길을 함께 간다고 믿던 사람들은 그 길을 갈 생각이 없었고,
무엇보다, 진짜 내가 그 길을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차갑게 식어 버린 열정 뒤엔
허탈감을 넘은 열등감과 모욕감, 잔뜩 굳은 피해 의식과 이로 인한 방어 기제만 남았다.
***
누군가 말했다.
"너는 회사에 충성하는게 아니라, 일에 충성하는 사람이잖아"
그래, 나는 일이 좋아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때, 혹은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을 때,
그 누군가가 말했듯 나는 언제든 일에 대한 나의 충성을 거둘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준비가 된 것 같다.
누굴 탓하랴, '연목구어'한 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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