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에 둘째 딸을 기다리면서 쓴 글이다.
산부인과의 편지 쓰기 이벤트에 지원하기 위해 썼다는 것은 비밀로..
게으름 탓에, 푸름이가 세상에 나오고 이틀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글을 올리게 된다.
안녕, 사랑하는 푸름아.
어느덧 예정일이 한달이 채 남지 않았어.
처음 네가 엄마 뱃속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 부터 지금껏, 우리는 딸을 둘이나 갖게 된다는 생각에 몹시 설레고 신나 하고 있어.
재미있게도, 엄마 아빠의 주변에는 딸만 둘 가진 친구들이 많아서 많은 얘기를 듣곤 했거든.
그럴때 마다 ‘딸 둘을 키운다는 건 어떤 걸까’ 하며 ‘우리도 딸이 둘이면 좋겠는데’ 했었는데...
기적같은 선물이 온거야.
엄마 뱃속에,
너란 선물이.
‘잘 부탁해’
언니가 태어날 때 어쩔 줄 몰라 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는 무척 능숙해 졌어.
너를 위한 유모차를 사고, 젖병이며 속싸개, 손싸개 같은 것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가 하면 어떤 것들이 있으면 편하고, 어떤 것은 쓸모 없는지 가릴 줄도 알게 됐어.
이렇게 네가 태어나면 입을 옷들도 미리 다 정리해 두었어.
처음이라 모든게 서툴고 힘들었던 언니 때와는 정말 다르지.
어쩌면 언니에게 고마워해야 할런지 몰라. :)
물론 여전히 무서운 것도 사실이긴 해.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늘상 떠나지 않는 고민이니까.
엄마 아빠가 된지 이제 3년을 좀 넘겨 초보 딱지는 좀 떼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한 것도 사실이란다.
모쪼록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탈 없이 무럭무럭 커 주길 바랄게.
잘 부탁해 아가야.
‘행복한 설렘’
너는 어떤 아이일까?
엄마는 언니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동을 느낀다며 참 많이 궁금해 하고 있어.
태동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했던 언니가 태어난 후에는 동네에서 제일 가는 왈가닥이 됐는데,
이렇게 활발한 태동을 가진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말이지.
아빠를 더 닮았을까, 엄마를 더 닮았을까?
입가에 보조개가 있을까?
머리 색은 짙은 검은 색일까, 밝은 갈색일까?
언니 처럼 졸릴 때만 쌍꺼풀이 생기려나?
언니는 호기심이 많고 겁이 없어 가끔 불안하게까지 만드는데, 너는 또 어떨까?
아이 라는 건, 언니 외에 아직 다른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려나?
이제 몇번만 더 손을 쥐었다 펴면 너를 만날 수 있게 되겠지?
우리는 아주 아주 행복한 설렘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어.
‘돌아보면…’
돌아보면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퍽이나 힘든 한 해였어.
지난 해부터 시작된 회사 일의 고단함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한 해의 대부분을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미안함으로
무리해 갔던 오키나와 여행은, 공항 도착하자마자 태풍으로 공항이 폐쇄되고 여행 기간 내내 호텔에 발이 묶여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