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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맞이 책 읽기 #3 -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쉼을 위한 이야기/책 2011. 2. 6. 19:36

    설맞이 책 읽기의 마지막을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이 쓴 『프리라이더』로 장식했다.
    책이 표지 디자인 보다 훨씬 좋다. 둘러 쳐진 흰 종이를 벗겨내고 난 후의 표지는 참.. 안습이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듯 출판 디자인에서 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알고 싶어 지도록 표지 디자인에도 좀 신경을 썼으면 한다.

    드디어 설맞이 책읽기 목표였던 3권을 다 마쳤다.
    설 연휴가 꽤 길었으니 그 긴 시간 동안 책 3권 읽은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목표를 완수했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더구나 이번에 읽은 책들이 참 알찬 것들이라 그 의미는 배가 된다.


    이 책은 지난 번 선대인 & 조국 북토크에 가기 위해 사둔 것이다.
    이미 어제 읽은바 있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와 함께.
    선대인 부소장을 트윗에서 follow 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애초에 내가 열혈 트위터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북토크와 이 책을 통해 선대인 부소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기득권을 향유하는 일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알면서도 과감히 기득권을 버리고, 그 기득권이 얼마나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지 잘 알면서도 그에 맞서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이라고 하니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공공연한 비밀을 들추어낸 것이다.
    아마 사회 경험 있는 사람들치고 여기 있는 내용을 처음 들었다고 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물론 정확한 수치와 같은 세세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이야기는 책의 내용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함부로 발설하기 힘든'이라는 뜻이고, 여기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가 아닌 '함부로 발설하기 힘들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니 이것을 책으로 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 오랜 시간 공공연한 비밀이 전사회적으로 용인되어 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공고한 기득권의 카르텔이 짜여져 있었을 것인가? 그들이 세워 놓은 성벽의 크기가 얼마나 될런지 알아갈수록 절망스럽기만 한데, 이런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는 도전한 것이다. 그 성문을 열어 젖히기 위해 단기로 뛰어든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얘기를 공론화 한 그 자체로 저자는 박수 받아야 한다. 물론 박수 받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런 부조리를 해결하는 것이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 부조리를 해체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주로 하는 일은 사업제안 및 사업관리다. (물론 프로그램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 툴도 직접 건드리는 등 그 외 다른 일도 하긴 한다. 누가 나의 직무가 무엇이냐 물어 보면 '잡부'라고 할 정도로..)
    특히 우리 회사는 정부 기관과 관련된 사업들을 주로 하는데, 이를테면 정부 조달 사업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IT 분야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설분야는 사업 규모가 현저히 달라서 동률 비교는 어렵다. 다만, 사업비 책정이 개판이고,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이뤄지는 건 매일반이다. 돈 되는 건 이미 대형 사업자들이 다 챙기고, 하청의 하청들만 죽어 나는 현실도 닮았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입찰 제한이 걸린 작은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쟁자만 다르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암투와 로비가 얼마나 심한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이게 다 우리들 세금이야." - 내가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하던 얘기다. 그런 세금을 가지고 대부분 상식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허접한 수준의 사업들을 진행한다. (왜 해야 하는지 물으면 예산이 남아서, 라고 대답하는 공무원까지 있을 정도다. 사실 애초에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뻔히 다 아는 것을..) 이렇게 진행되는 사업이 허접하니, 또 다른 사업을 해야만 한다. 애초에 제대로 된 호미질 한번이면 될 것을 가래로 퍼낼 사업거리로 만들고, 가래로라도 제대로만 하면 될 것을 눈 먼 돈 빼돌리느라 혈안이 되어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 가래도 호미도 아닌 숟가락으로 퍼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 당연히 한번이면 끝날 일이 몇번이나 반복되는 사업이 되는거고, 그렇게 하니 당연히 사업은 산으로 가고 이미 돈은 엄한 놈들이 다 먹고, 실제로 사업 수행하는 사람들만 죽어나는거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를 이 책은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지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하고 짜증스럽고 얼른 책장을 덮고 잊고 싶어진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은 지나치게 잔인하게 읽히는 법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이런 공공연한 비밀을 들추는 이유는, 단지 뒷담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현실이 이러니 두 눈 똑바로 뜨고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자는게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이 책에 없는데, 그건 2권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나라는, 이 나라의 정치는 - 보수도 진보도 모두 기득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불과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득권은 자본이 온통 틀어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해 우리 사회는 정의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요동 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것은 부질없다. 부정한 기득권을 인정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의 책을 읽으며 했던 질문을 또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이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프리라이더를, 
    아니 그저 무임승차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삥 뜯는 이 불량배들을 어떻게 처단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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