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선대인&조국의 북토크에 갔을 때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샀던 책.
간만의 여유로 이제야 읽게 됐다.
나의 나태함에 철퇴를!!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수백명이 늘어선 탓에..
사인을 위한 사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를 대면하는데 허락된 시간이 5초나 됐으려나..


그제 읽은 『진보집권플랜』에 이어, 어제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를 읽었다.
오늘 새벽까지 읽었으니 오늘이라 해야 하나, 어제라 해야 하나.. 아무튼.


이 책은 조국 교수가 그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만든 시론집이다.
따라서 어떤 사안은 과거의 그것인 경우도 있고, 어떤 사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고, 
또 어떤 사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말한 것도 있다.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면서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도 구구절절히 동감하며 읽었다.
때로 무릎을 치고, 때로 가슴을 치면서..

한가지 재밌던 것은, 책을 읽으며 지난 계절학기 때 들었던 김병욱 교수님의 정치 수업 시간이 자꾸 떠올랐다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게 참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결국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 법인걸까.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여섯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정부에 고한다.
2. 보수와 진보에 고한다.
3. 시민에게 고한다.
4. 자본에 고한다.
5. 법률가에게 고한다.
6. 올바른 법치란 무엇인가.

저자는 초장부터 MB와 그 측근들에게 쓴 소리를 가한다.
그러나 그 쓴 소리에는 일방적인 무시나 폄훼가 아닌 진짜 충고가 들어 있다.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거짓 논리를 논박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잃어 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개헌이나, 비리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잘라내지만 MB나 이재오, 박재완에 하는 조언은 진짜였다. 물론 그 진짜가 조언의 대상들이 가짜임을 전제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번째 장에 이르러 저자는 보수와 진보에게 각각 지향해야 할 가치를 말하고 있다.
먼저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수구꼴통', '반칙', '탐욕'이 아니라 '합리성', '윤리의식', '도덕', '안정'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 땅에 왜곡되어 있는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라는 것을, 미국의 명배우이자 명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의 사례를 들며 이야기 한다. 또 사분오열된 진보에게 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통합하라고 말한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집권을 통해 정강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고 싶지 않아 통합에 주저할 경우, 그저 지금까지 쌓아 온 한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이건 민주당 뿐 아니라 다른 군소 야당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특히 민주당이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장에서 저자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딜레마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좀 더 큰 차원의 이야기에 흥미가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개개인이 생활을 통해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특히 87년의 혁명을 이루어낸 386세대가 급속도로 보수화되고,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했던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이것이 우리 모두의 해결 과제라고 말하는 점은 인상 깊다. '여기까지면 됐어' 하는 순간 혁명은 동력을 잃어 버린 것이다. 조금 더 고삐를 쥐었어야 했다. 프랑스의 68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넷째 장에서 저자는 물질만능에 빠진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찌기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권력은 시장 권력으로 넘어 갔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미 현대 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자본이 틀어쥐고 있는 상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 것일까? 이건희더러, 정용진이더러.. '너 그러면 안 돼' 하고 백번 천번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애완견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중산층 이하의 사회 구성원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사실 이건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래로부터 늘 있었던 일이다. 다만 그 범위가 좀 더 넓어 진 것일 뿐. 하지만 나머지 전체 구성원은 그게 옳은 일이 아님을 알았고, 그에 대해 공분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대는 그런 것에 대한 부정도 부정한다. 내 돈을 내가 쓰는게 뭐가 나쁘냐는 논리다. 사회 정의가 바로서지 않은 상태에서 축적된 부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정의일 것인데.. 자본의 정의는 그런 통상의 정의도 실현해 주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다섯째 장에서 저자는 법률가 - 특히 검찰에 대해 쓴소리를 가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부조리도 척결할 수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나라 정치 지형의 왜곡이나, 정치 권력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사회 권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급선무인 것이 검찰의 개혁이라는 것이다. 사실 검찰이 수사만 제대로 한다고 하면, 지금 이 땅에 떵떵거리고 사는 것들 중 제대로 남아 있는게 몇이나 될까? 강금원 씨는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것들이 이건희는 왜 그렇게 무른 방망이로 안마를 하며, MB와는 꼬리곰탕만 먹고 마는가 말이다(물론 꼬리곰탕은 특검이었지만). 저자는 사법부 - 특히 신영철 대법관이 법관의 독립과 스스로의 양심에 반하는 재판을 주문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법원 인사구조의 개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법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집행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약용과 이계심의 일화로 요약되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의 내용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 저자는 법률가(법학교수)답게 올바른 법치란 무엇인가를 이야기 한다.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이 확립하고자 하는 법치가 과연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일례로 공정사회, 법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들겠다고 연일 떠드는 MB는 이미 본인이 불법과 전횡을 일삼고 있고, 그 측근들은 사실 공직자가 아니라 수감자가 되어야 마땅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저지른 패악이 하도 심해서 민간인 사찰이나 대포폰 같은 것들은 예로 들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치란 法治인데, 그들이 말하는 법치는 아무래도 法恥인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은 통쾌하지만 그만큼 슬프다. 뿐만 아니라 약자에게만 강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게는 알아서 기는 법 집행. 반대파는 철저히 숙청하여 다시는 딴 생각을 못 하게 하고, 아군에게는 합법적으로 면죄부를 주어 날개를 달아 주는 걸 법치라 한다면 그 법은 부끄러운 법이 맞다. 참 이상한 일이다. 적어도 법률가라는 사람들은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 아닌가?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엘리트들이 아니냔 말이다 - 사법고시라는 좁은 문을 뚫은 사람들이니까.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법이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조국교수의 글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건강하다. 그는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말하고, 이것은 진보의 논리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진보의 논리라기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얘기들일 뿐이다. 바름이 진보라면, 그 반대에 있는 보수는 틀림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무지를 것이 아니라 귀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국교수의 글은 상당부분 평소에 가진 생각들과 많이 닮아있다. 그의 다른 저작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나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끝으로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이 책의 참고문헌들을 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바빠서, 피곤해서 라고 변명하며 게으름 부렸는데 참 부끄러웠다. 누구는 그렇게 많은, 그렇게 방대한 책과 매체를 접하며 지식을 습득하는데 누구는 고작 책 한권 읽기가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부끄럽다. 그리고 달라지자. 

이제 설 맞이 책읽기 목표 도서는 1권 남았다. 자, 또 시작이다. 읽자. 배우자.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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