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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오다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그야말로 양동이로 들이붓는 것 같은 비가 왔다. 몹시나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표현보다 잘 어울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양동이었다. 새벽 즈음 되니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바람이 마구 불어 재낀다. 창밖을 보니 이건 뭐..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제대로 찍힐 리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일단 셔터를 누른다. 베란다에서 미친듯 비바람에 흔들리는 건너편 언덕의 나무들을 찍었다. 인공의 빛 따윈 전혀 없는 칠흑의 밤 - 저 흰 빛은 번개다. 번개가 내려치는 찰나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 비가 아침까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엄마 출근길에 모셔다 드렸다. 와이퍼 출력을 최대로 해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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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성 세마대 우중산보
오늘 쯤엔 등산을 좀 해야겠다 싶었다. 이제 시험도 끝났고, 미뤄뒀던 여행을 시작해야겠지. 아침엔 날씨가 그런대로 괜찮더니 낮 들어 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흐리다. 뭐든 부지런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어느 덧 두시. 광교산이나 수리산 같은 데를 갈까 했었는데, 이도저도 아닌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에 올라가다 말고 돌아 왔던 집 앞 세마대나 가봐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 세마대는 옛 독산성터에 있는 누각으로, 임진왜란 때 권율이 가토 기요마사를 맞아 싸우던 전장이다. 씻을 세(洗), 말 마(馬)로 말을 씻는다는 이름은 이때의 일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 좋구나. 세마대 주차장까지는 집에서 채 몇 km 되지 않는다. 융건릉도 그렇고, 가까운 곳에 이런 저런 가 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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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디로 간걸까 - 토이(feat. 이적)
#1 친구들은 조금씩 다 적응해 가고 분주함에 익숙한 듯 표정 없어 숨소리를 죽이고 귀 기울여 봐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어디로 모두 떠나가는지 쫓으려 해도 어느새 길 저편에 불안해 나만 혼자 남을까 뛰어가 봐도 소리쳐 봐도 #2 사람들 얘기처럼 세상 살다보면 결국 남는건 너 혼자 뿐이라고 떠나가는 기차에 아무 생각없이 지친몸을 맡긴 채 난 잠이 드네 떠나온 여기는 어딘건지 알 수가 없어 길 잃은 아이처럼 무서워 나만 멀리 왔을까 다들 저기서 내린 듯한데 말해줘 넌 잘하고 있다고 너 혼자만 외로운건 아니라고 잡아줘 흔들리지 않도록 내 목소리 공허한 울림 아니길 바래 * 말해줘 넌 잘하고 있다고 너 혼자만 외로운건 아니라고 잡아줘 흔들리지 않도록 내 노래가 공허한 울림 아니길 바래 나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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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0 미명, 일출, 그리고 일몰.
요즘은 매일같이 장거리 운행이다. 확실히 회사를 그만 두니 차 탈 일이 많아진다.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데.. 마치 재작년으로 돌아 간 것 같다. 어제는 아주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해(정확히는 밤샘이지), 일출과 일몰을 다 보게 됐다. 아파트 입구에서 찍은 새벽녘의 미명이다. 때로 사진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 예상치도 못한 빛깔을 만들어 낸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나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랄까. 오묘한 색깔을 보며 놀라워 하다.. 문득 이건 내가 찍은게 아니라는 생각에 괘씸해 져서 카메라를 내쳐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푸훗..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일출을 만났다. 차 앞유리 너머의 풍경을 찍어서 그래도 나름 깨끗한 사진을 얻었다. 일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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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ergram - 2011.07.12
아주 오래간만의 애니어그램. 집에 있는 애니어그램 책을 한번 펼쳐볼까.. 제대로 된 해석을 좀 해 보고 싶은데 말이지. 이번엔 꽤 많은 항목에서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걸까. 나는 개인주의자인가, 열정적인 사람인가? 3번 날개를 가진 개인주의자 - 귀족 인가, 8번 날개를 가진 열정적인 사람 - 현실주의자 인가? 설명을 읽어 보면 그 둘 모두 나인 것 같은데;;; 모두 건강하지 못한 상태 말이지. 확실히 요즈음의 나는 정신적으로 좀 피폐한 것 같다.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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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롤스크린을 구매하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지 1년 반여가 되는데.. 내 방 창문에 커튼을 다는 걸 매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나중엔 사실 커튼이 없어도 별로 불편한걸 모르겠기도 하고.. 게다가 학교며 회사로 집은 밤에 잠자는 곳에 불과하다보니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요며칠 집에 있다보니.. 이렇게 쉴 때 달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천으로 된 커튼보다는 롤스크린 같은 걸 선호한다. 청소하기도 쉽고, 먼지도 안 나고.. 나중에 다른 걸로 갈아 버리기도 좋다.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명화를 실사로 출력해 롤스크린을 제작해 주는 곳을 찾았다. [바로 여기] 백가지가 넘다보니.. 뭘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방 안에 설치할 것이다보니 좀 편안한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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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 문득 지난 날을 떠올리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가 있지. 가끔 그게 너무나 괴로워 잠을 못 이룰 때가 말야. 그런 내가 -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 너무나 한심해져서.. 경멸스러울 때가.. 누구나 있겠지. 언젠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는 말을 보곤, 지난 날과 화해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나를 좀 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나를 지나치게 사랑했고, 너무나 쉽게 용서했으며, 너무나 쉽게.. 지난 날을 잊고 살았다. 자책하고 채근하는 건.. 그런 나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한 기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모른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편리한 일이다. 내일을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그때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