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를 찍다. #1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0. 12. 26. 18:27나는 새 찍는 걸 좋아한다.
새란 놈은 대충 찍어도 초점만 잘 맞으면..또, 그 뒤로 파란 하늘이 배경으로 깔리면..뭐 딱히 대단한 기술이 없어도 꽤 그럴 듯 한 사진이 된다.
그렇게 대충 찍어 놓고..'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은 감성샷'이라고 우기면 된다.
뭐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새 찍는 걸 좋아한다.
하긴, 이런걸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닐거다.이런 새 찍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사진 말이다.
<대충 찍고 자유를 갈망하는 감성샷이라고 우기는거다>
근데 사실.. 갈매기는 참 멋진 피사체긴 하지만 몹시 흔하다.흔한 것은 매력이 없다.
더구나 새우깡 한 봉지면 마음껏 담을 수 있는(심지어 광각렌즈로도 담을 수 있는!!) 갈매기로는 성에 안 찬다.야성이 살아 있는 새를 찍고 싶어.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녀석들을 사각의 틀 안에 넣어 보고 싶었다.
마침 겨울이다.겨울 하면 철새고 철새 하면 겨울이다. (응?)
하지만 철새 서식 포인트를 찾기 위해 하염없이 구글링을 하고..모처럼만의 쉬는 날, 차를 타고 하루 종일 시화호를 샅샅이 뒤지기도 하고..
그놈의 새 좀 찍어 보겠다고 별 짓을 다 했었더랬다.그러다 한 달여 전 쯤, 세번째 찾아 간 시화호에서 드디어 철새 서식지를 발견했다.맥 빠지게도.. 시화 방조제 안쪽에 있었다. 제일 가기 쉬운 곳을 왜 진작 가보지 않았는지..
어차피 새란 놈은 그냥 대충 찍기만 하면 된다.이제야 새떼 좀 담아 보겠구나, 300mm G렌즈의 위엄을 한번 보여 주겠구나(!) 했다.
그런데 웬걸..이놈의 새들, 내가 가까이 접근하는 걸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살금살금 다가가도, 팍팍 뛰어가도.. 멀리서 원을 그리며 다가가도, 완전히 반대 편으로 돌아가도..조금만 가까이 가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날아 버린다.
몹시 비싸게 구는게.. 천원짜리 갈매기랑은 차원이 다르다.
<한 걸음만 다가서도 수백미터 날아가 버리는.. 야속한 새떼>
그 넓은 바닷가에서 새떼와 숨바꼭질만 하다가 결국 포기.무지 추운 날씨까지 겹쳐 몹시도 서럽던 날이었다.
그 후로 새들이 너무 괘씸해서, 다시는 이놈의 새들 관심도 안 주겠다고 이를 박박 갈았더랬다.
<모델료 안 줘도 이렇게 포즈 잘 취해주는 피사체가 또 있냔 말이다!!>
새.새우깡만 손에 들면 미친듯 달려드는 갈매기 말고.. 진짜 새 말이다.진짜 야성이 살아 있는 그런 새를 제대로 한번 찍어 보고 싶었다.
ㅠㅠ
'쉼을 위한 이야기 >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첫 Full-frame Camera. A900 (0) 2011.01.13 새를 찍다 #2 (0) 2010.12.26 뒤태 (0) 2010.12.26 원숭이의 탈을 쓰다. (1) 2010.12.20 삼식이를 영입하다. (0) 2010.12.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