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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Letter from Kunner 2007. 3. 15. 06:34*
월요일은 학교, 화요일은 회사.
그리고 다시 수요일은 학교.
이제 다음 주 월요일까지 쭉 회사 일에 전념.
참 헷갈린다...
화요일 무렵엔 학교 갈 생각에 괜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내가 원한 일이긴 했는데.. 아직까진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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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학교는 참 낯설었다.
하긴, 학교가 낯설던건 예전 그때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아무튼.. 아직까지는 회사가 더 재밌다고 느껴지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뭐, 기왕에 하기로 한 거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니...
불평 불만 할 것 없이 무조건 열심히 해 봐야겠지.
하지만, 나이를 이리 먹고도 못 고치는 아웃사이더 기질과, 먼저 손 내밀지 못하는 소심함.
그리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거지근성은 어이할꼬. 정녕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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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상 사는 일이란,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다.
그토록 보기 싫던 교수가 오늘은 그리 나쁘지 않더라.
어느 새 씩 웃고 있는 나를 본다. 그래, 다른 건 모르겠지만 당신의 그 열정에 살짝 감탄했다.
역시나 무례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는 참아 줄께.
대신.. 시험 좀 쉽게 내주길, 나 숨 차다고..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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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학교를 갔다가 꼬마 친구를 하나 사귀게 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캠퍼스에서 그야말로 뻘쭘함의 극치를 만끽하고 있는데,
교양 수업을 듣는 중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사탕을 건네줬다.
"박하맛" 이라고 씌어진 그 사탕 봉지, 웬지 너무 귀여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단걸 좋아하지 않아놔서 사탕 같은 건 잘 안 먹는데, 처음 본 사람이 주는 걸 어찌 마다하나.
어떻게 통성명 하다보니 07 학번이라지.
하하.. 나랑 열살 가까이 차이 나. 그야말로 꼬마 친구네. -_ㅠ
뭐, 덕분에 동양 문화사 수업은 심심하진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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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서적들을 파악해 교보문고에 주문을 날리고, 오늘 책이 배송완료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를 보곤, "그래, 오늘부터 열심히 학교 공부를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박스의 포장을 뜯고, 미시경제 교재를 펴드는 순간...
"책장 가득히", "빼곡하게" 씌어져 있는 "자잘한" 영어를 보고 소름이 돋아 버렸다.
독해에 별 부담을 느끼는 편은 아니었는데, 저렇게 작은 글씨, 그것도 고딕체도 아니고 약간 흘려진 저 글씨체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책을 보니 겁부터 집어 먹었다.
나 참.. 그냥 한글로 해도 시원찮을 판에 웬 영어람...
이래놔선 교수씨의 영어 강의를 더듬거리며 듣는 수업이랑 다를게 없잖은가!
그래서 그냥, 책 집어 던지고 수원과 대전의 컵대회 중계를 봤다.
앞으로 저 녀석을 다시 집어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은 정환이형의 해트트릭 - 그 하나로 만족하는 하루다. 흐흐흐.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