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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고스톱 삼매에 빠지다
    Letter from Kunner 2006. 7. 29. 14:05

    우리 엄마는 요즘, 고스톱 삼매에 빠져 있다.

    이제 사흘 째 됐는데, 참 재미있어 하셔.
    왜 진작 가르쳐 드리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TV의 드라마 보는게 유일한 낙이 되어 버린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재미거리를 찾아 준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다.


    지난 해에, 컴퓨터도 가르쳐 드릴 겸 오락거리라도 제공할 겸 해서
    컴퓨터로 고스톱 치는 법을 가르쳐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땐 오프라인으로 혼자 컴퓨터와 하는 고스톱이었어.
    딴에 생각하기로는..
    웹사이트에서 로그인 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고스톱 치는 일을 엄마가 익히기엔 너무 어렵겠다 싶었지.

    요즘엔 오프라인 고스톱 게임이 안 나오니, 나온지 아주 오래된 게임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화면도 굉장히 조악하고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화투장이 너무 작게 보여서 재미 붙이긴 어려웠었어.

    그러다 며칠 전, 엄마한테 온라인 고스톱 치는 법을 가르쳐 드렸는데..
    로그인 할 때 마다 키보드의 글자 찾느라 고생하는 걸 빼면, 아주 잘 하셔.
    노령이라 해도 좋을 엄마 연세를 감안한다면 놀랍다고 해야 할까?
    사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이 많으신 분들에겐 쉬운 일이 아닐테니 말야.

    온라인으로 고스톱을 즐기는 엄마를 보며,
    그간 엄마의, 아니 나이 드신 분들의 학습능력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번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생각은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고 살지 못해.

    내 나이 가는 것만 따지지 말고, 엄마 연세도 생각하고..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 노력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안 되네.

    이제부터라도 하나 하나 만들어 가고, 즐겨 나가자.
    그저 당신의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드리자.

    효도란.. 그렇게 어렵고 거창한 것만 두고 말하는 게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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