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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수 좋은 날..
    Letter from Kunner 2003. 1. 19. 00:47
    현진건 소설 중에.. 운수 좋은 날 이라는 작품이 있어..
    소설 속의 운수 좋은 날은, 가난한 인력거꾼인 주인공이 최고의 수입을 벌어들이게 되는 날이야.
    그래서 병든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까지 사 들고 집으로 간거지..
    하지만, 그 운수 좋던 날은 그에게 최고의 절망을 맛 보게 만들었던 거야.
    바로.. 설렁탕을 먹고 싶다며 조르던 병든 아내가 숨진 날이기도 했던 거지.
    뭐..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 다들 알고 있을 테고..

    아내의 죽음과 짭짤한 돈벌이의 대치.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오간 주인공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 은..
    진달래 꽃과 함께 반어법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려 주는 대목 아니겠어?

    내가 글을 쓰려는 건 이런 고리타분하고 각다분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아주 짜증나고 재수 옴 붙은 오늘의 일과를 말하려는 거야.
    그럼에도 제목이 운수 좋은 날 인 것은? 아주 저열한 반어법이라 할 수 있지..

    오늘은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본 날이었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밥도 못 먹고 6시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나갔었지.
    그렇게 학원에 도착하니 7시..
    그렇게 10시까지 운전연습을 하다가.. 학원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시험장으로 향한거야..

    학원에서 연습할 때는 점수가 워낙 잘 나와서..
    강사가 그러더라구..
    이변이 없는 한 붙을 거라고.
    그래서 마냥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그 이변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내 실력 미달이라고 하기엔 너무 짜증나고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거야..
    끔찍해서 그에 대한 건 긴 말 하기도 싫고..
    간단하게 말하면, 옆차가 와서 나를 쌔리 받았어. 커브를 틀고 있는데.. 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를 쌔리 받고, 나는 그거 피하려고 핸들을 돌리긴 했는데 이미 늦어서 차도 꽈당 나도 꽈당..
    근데 더 나를 황당하게 한 건.. 누가 잘 못 했던지 둘 다 실격이라는 거야.
    하.. 어이없지? 응.. 나도 어이 없어.

    결과가 나온 후 한 두어시간 정도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네..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짜증나고... 하지만 미안하다고 울상이 되어 있는 사람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재시험 치게 해 달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원칙만 내세우는 경찰들이 싫어 그냥 집에 와 버렸어.

    아니.. 집에 오기 전에..
    내게 동반자살을 구사한 사람이 미안하다며 수입인지를 사 주대?
    재접수 할 때 마다 만3천원이라는 거금의 수입인지를 사야 하거든..
    그래서 무심코.. 다음 주 토요일 접수 해 조요.. 그렇게 하고 집에 온거야..

    그러고 학원에 결과를 통보해 주려 전화를 했지.
    그리고 사정 얘기를 하고..
    그러니까 학원에서 하는 말이.. 회사에 말 해서 하루 쯤 평일에 시험 보고 출근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라구..
    만약 주말로 미뤄지면 주행시험일자 같은 걸 미뤄 볼 때 2월 말께나 면허를 딸 수 있을 거라고..

    아주 암담한 소리지.. 기능시험과 함께 나를 까무러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그러기에 부랴부랴.. 울 회사 개형에게 전화를 걸어 평일에 시간 좀 내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하더라구..
    그러기에 평일로 일정 조정을 하는 걸로 합의를 보고..
    시험장을 물색하는데.. 또 벼락 같은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내가 접수해 놓은 강서 시험장은 일단 시험일자를 당길 수 없고, 천상 다른 곳에서 접수해야 하는데, 접수처가 다르면 인지세를 또 내야 한다나?

    그럼 결국 내 쌩돈 만3천원이 날아 가는 거잖아?
    어휴.. 한참 생각하다가.. 그래도 어떡해.. 1월 안에 딸 수 있다면 만 3천원이 아깝진 않겠더라구.
    그래서 인지세를 또 내기로 합의를 봤지.
    그런데 접수증을 내가 들고 있으니 학원에서 접수대행을 못 하잖아?
    그래서 접수증을 좀 보내 달라더라구.. 학원셔틀버스가 오후 1시에 있으니 그 편으로 보내 달라고.
    그때 시간이 12시 40분 쯤이었는데..
    집에서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택시 기본요금이야..
    그래서 부리나케 집을 나와 택시를 탔지. 허.. 근데 이게 왠일..
    길이 막히고 또 막혀서 기본요금 거리를 1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고 만거야.

    하하... 무슨 스토리라도 짠 것 처럼..
    그래서 전화를 했지.. 이러이러하니.. 월요일쯤 받게되면 늦겠습니까... 하구.
    그랬더니 늦는다네? 지금 받으면 좋겠대..

    뭐.. 별 수 없이 거기서 갑자기 행선지를 바꿔 신촌으로 달려간거야..
    그렇게 갈 때 한 시간, 올 때 한 시간..
    전철엔 주말이라고 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원..

    이제 오후 3시 반이 좀 넘었을 뿐인데..
    오늘 하루가 너무 길고 끔찍하다.
    정말.. 무서워... 원래 오늘 기능을 붙어서 내일 또 도로주행 연수를 받고 그래야 스토리대로 이어지는데.. 제기랄.. 이래서야 아무리 시간을 내 본 다고 해도..
    이번 달 안에 면허를 발급받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아...
    한번쯤이야 회사에서 허락을 해 주겠지만 몇번이나 그러는 건 불가능 할 거 아니겠어.. ㅡ.ㅜ

    아허~~~~~~~~~~~~~~~~~
    누구를 탓하리오.. 오늘 나의 운수가 너무 좋은 것을..

    정말.. 운수 좋은 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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