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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데렐라 맨, 그 위대한 가족 이야기.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05. 9. 29.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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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공황, 그 절망의 터널을 뚫고 신데렐라가 된 사나이를 만나고 왔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브래독의 별명인 "신데렐라 맨" 은 
    그 이름에서부터 이미 그 화려한 엔딩을 암시하고 있다.
    감동 실화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스토리는 뻔하다.

    모두가 이젠 틀렸다고 믿는 복서가 그 온갖 역경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하는 내용.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여태껏 다른 좋은 영화도 많았지만.. 내겐 이 영화가 최고라고 스스럼없이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론 하워드 감독은 특별하다.
    뭐, 랜섬 같은 영화도 있긴 했지만..

    그리고 러셀 크로우.
    처음으로 그와 정면으로 마주했음을 느낀다. 
    그의 연기에 찬사를...
    이번 아카데미와 오스카는 그를 위해 존재할 것이다.


    나는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끝도 없는 절망으로 내몰고, 결국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의 허무한 결말을 맺는 영화는 극도로 싫어한다.
    차라리 어이없이 웃다 끝날 영화를 선택할지언정 결코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래, 나는 모든 영화는 보고 난 후에 감동을 주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감동은, 절망이나 비탄, 허무가 아닌 따뜻한 감동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네 현실, 아니 나의 현실로도 절망이나 비탄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토리를 짚어 가며 얘기하고 싶은데도, 감히 어딜 어떻게 짚어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직도 내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는지.
    그 한 scene, 한 scene 을 떠올릴 때 마다 눈물이 솟는다.
    그리고 이 눈물은 비통함의 그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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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애.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져 버린 소재더라도,
    내게는 늘 부족했던 것이기에, 나는 "가족애"를 다룬 영화에, 내 가족에.
    언제든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과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그는 약속한다.
    어떤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너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겠노라고.

    극도의 곤궁한 삶을 이기지 못하고 세 아이들을 친척에게 맡긴 아내에게 그는 말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편의에 따라 모였다 흩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함께여야만 하고, 함께일 때만 가족이다.
    그래, 정말로 가족이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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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달러 12센트가 없어 한겨울에 전기와 가스의 공급이 중단됐다.
    나이 어린 아이들은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고 빚은 늘어만 간다.
    실상 삶은 언제나 악다구니 같은 치열한 전쟁이고, 우리네 목구멍은 언제나 포도청이다.

    아이들을 데려 오기 위해 브래독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내던진다.
    아직 그를 알아 보는 사람들 속에서 빈민 구제를 위한 기금을 신청하고,
    잘나가던 시절, 그가 속해 있던 권투클럽에서 남은 18달러를 구걸한다.

    그에게 구걸을 하게 만든 것은, 그의 목마름이나 배고픔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렸고, 자신을 - 지미 브래독을 지켜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지미 브래독이 아니면 
    브래독은 어디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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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독이 찬란한 승리자의 모습이건 초라하고 처절한 패배자이 모습이건.
    늘 그를 믿어 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매(Mrs.브래독 - 그녀는 영화 내내 Mrs.브래독으로 기록된다)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감명 받았다.
    설령, 그가 그녀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 오히려 상대를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반해버렸다.
    생전 르네 젤위거가 아름다워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으리라.
    나는 브래독 부인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또 브래독이 되고 싶다.

    권투를 하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브래독의 시합을 구경할 수도, 응원할 수 도 없던 브래독 부인이 
    남편이 왜 권투를 해야 하는지, 또 왜 링에 올라 그의 존재를 입증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깨달은 후 경기장의 라커룸을 찾는 장면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브래독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들에게 허락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은, 그 험한 인생에 이미 충분한 보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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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위대한 것은 슬럼프를 딛고 재기한 챔피언이기 때문이 아니다.
    모두가 그의 패배를 점치는 데도 꿋꿋이 승리를 얻어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위대함은 링 위에서의 승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온전히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데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가 믿는 것들을 더 가치 있게 하기 위해, 그리고 더욱 사랑하기 위해...
    그는 링에 오른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나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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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내게 말하고 있다.
    지미 브래독은,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도 살아 내라."

    그러니 너도 살아 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내게 몰아쳐 온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진정 가치 있다 믿는 것들을 위해 살아 내라고.
    그리고 승리하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그는 말하고 있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영화를 보며 울고 또 울었다.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어 비참한 삶을 사는 그를 보며 울었고,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을 가진 그들 가족, 친구들을 보며 울었고,
    링 위에 선 그를 보며 울었으며, 
    그가 휘두르는, 또 그에게 작렬하는 주먹들에 울었다.
    그렇게 눈물 흘리기를 두시간여. 
    지금 난, 사실 완전히 지쳐 버렸다.
    마치 링 위에 서 있던 사람이 나였던 것처럼.
    마치..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 온 사람이 바로 나였던 것처럼.

    그리고 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몸서리친다.
    이 영화를 본 후, 앞으로 내게 다가 올 많은 시간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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