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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그 연휴를 보내며..
    Letter from Kunner 2005. 9. 20. 08:38

    *
    늘 설과 추석 즈음에는..
    비록 몇 안 되는 방문객들이지만, 명절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곤 했는데.
    이번 추석은 어쩌다보니 그 인사조차 놓치고 말았어.
    찾아 와 주었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미안해.

    늦었지만 추석 잘 보내기 바랬다는 것과, 잘 보냈음을 확신한다는 것.
    또 앞으로 여러분께 다가 올 시간들이 언제나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 바란다는 것.
    기억해 주기 바랄께.

    이번 추석은 정말 연휴가 짧았지.
    학교에까지 주5일 근무가 확산된 이 시점에서.. 평소보다 고작 하루 더 늘어난 연휴일 뿐이었으니까.

    지금의 나야 평/휴일의 구분이 없지만.
    내가 직장인이나 학생이었다면 꽤 짜증 났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럴때마다, 새삼 내가 프리랜서라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


    **
    요즘 살아가는 얘기를 해 보자면..
    지난 달, 내 발목을 잡느라 여념이 없던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사실상 종료된 상태이고..
    이제는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하긴 뭐한데.. 대체로 수월할 것 같아.
    설마 그 전 프로젝트보다 찡그릴 일 있을까.. 하하..

    낯가림이 심한터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편인데..
    프로젝트 덕분에 좋은 친구를 하나 얻게 된 것 같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담당자와 친구가 되는 건 무슨 경우냐 하겠지만 나야 뭐.. 대체로 그런 편이었는걸.
    이쯤되서 궁금한 것.. 나 낯가림 심하단 말 사실일까? 하하..


    ***
    시간이 지날 수록.. 나란 사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지나 온 세월이 쌓여서일까.
    아니면 예전에 중요하던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됨에 따라, 기억된 가치 비중에 혼란이 온 탓일까.
    마치 나를 표현한다고 믿던 어떤 사건이 더 이상 나를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된 것처럼..
    적어도 나의 혼란은 후자의 것인 것 같아.

    그 시절의 내가 더 좋은 모습이었을까, 지금의 내가 더 좋은 모습일까?
    부질없는 고민, 잠시 해 봤어.
    그 시절의 내가 더 좋았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과거의 내 모습이기에 부질없어도 너무도 부질없다는 것.
    역시 잘 알면서 말이지.

    아니, 어쩌면 말야.
    최근들어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소개해 본 일이 없어서인지도 모르지.
    내가 생각하는 나란 사람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나는 그들에게 어떤 모습의 나를 인식시키고자 했을까?
    쓸데없이 그런 것도 사고의 한 켠에 자리잡아 있어, 머리는 팽창 중.



    ****
    집에서 뒹굴다, 연애의 목적 이란 영화를 봤어.
    스토리를 대충 들은터라,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난 느낌은, 그 전에 내게 이 영화 스토리를 말해 준 녀석의 멱살이라도 쥐고 싶던걸.
    이건 뭐.. 그 녀석에게 들은 것처럼 저질 싸구려 영화는 아닌 듯 싶었으니까.
    어쩌면 강혜정이란 배우의 매력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만.. ^^;
    어쨌든 영화는 그리 나쁘진 않았어.
    스토리 전개에는 불만을 느끼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미묘한 감정을 잡느라 신경 쓴 부분이 느껴진다 할까?
    그렇지만, 연애의 목적이란 제목과 영화의 내용사이에 어떤 설정이 있는 건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여.
    연애의 목적은 유희인가, 치유인가?
    현재와 과거를 통틀어, 유희와 치유가 동시에 연애의 목적인걸까?

    뭐, "좀 더 솔직해 지자,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성 앞에서 사랑 운운하느냐.
    호감 가면 같이 잘 수도 있고, 즐길 수 있는거다." 라고 말하면서
    같이 한번 자자고 달려드는 박해일의 모습엔 거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긴 했는데..

    과연 그런 박해일,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그렇게 즐거움을 찾으러 다닌다면 환영했을까 싶기도 하고.
    같이 여관을 나오면서 자기 여자친구와는 여관을 잘 오지 않는다며, 그 본능을 억제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 하는 부분에선..
    남자들이 가진 공통적인 이율배반적 행태.
    내 여자는 그렇지 않길 바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한편으로 고개 끄덕여 지고 다른 한편으로 불쾌하더라.

    하지만 영화 전반부의 불쾌함은, 후반부로 가면서 일정 부분 상쇄됐어.
    지난 상처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을 두고 바보 같다 말하며, 사랑이란 것이 원래 그런거 아니냐 말하던 박해일.
    그런 그가 강혜정의 지난 시절과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연애의 목적은 유희인가, 치유인가. 아니면 그 모두 인가.
    조금은 고개 끄덕여 본다.
    사랑을 부정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일깨우는 치유.
    사랑에 아파 본 사람에게는 지난 상처를 잊게 하는 치유.
    그리고 현재의 즐거움 - 그게 비단 성이던 아니던 - 그 유희.

    연애의 목적..
    하지만 난 여전히 연애가 두려워..



    *****
    추석연휴도 마무리 되고.. 
    이젠 다시 일상으로 달려간다.
    다시 시작된 프로젝트.
    집 이사할 계획. 
    미결된 각종 문제들..
    쉽지 않은 인생사..

    하지만, 어렵더라도 힘 내보자.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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