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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나의 날이 될게다.Letter from Kunner 2005. 7. 5. 14:08
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생각인데, 내가 정말 하찮은 사람 같다.
아니, 내가 정말 하찮은 사람이 되어 버릴까 걱정이다.
*
난 축구를 좋아한다.
플레이 하는 건 영 소질이 없지만, 직접 경기장에서든, TV를 통해서든, 그저 지면을 통해서든.
관전하는 건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선수 하나하나에도 참 많은 관심을 가지는데..
(자, 얘기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단단히 잡아 두자.)
포르투갈 국가대표이자 박지성의 입단으로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윙인 C. 호나우도라는 선수가 있다.
뭐, 워낙 유명한 녀석이니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아무튼 이 녀석이..
85년생, 우리 나이로는 22인가?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감탄하다가,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 진다.
뭐, 세계적인 선수를 두고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욕 많이 먹는 축구 선수들 보자.
이동국, 나와 동갑이다.
A매치 첫 경기에서 불안한 실수로 적잖은 욕을 먹던 곽희주는 81년생.(참고로 이 녀석 좋아함)
욕 먹는 걸로 치면 둘째라면 서러운 천수. 요놈도 81년생.
그래, 요즘 별 중의 별로 추앙받는 박주영?
이 녀석도 C. 호나우도와 동갑, 85년생이다.
스물 두살.. 그 시절의 나는 뭘 하고 살았을까.
아.. 정말 우울해 진다.
축구는 학교 다닐 때도 잘 안 했으니 축구 실력이 그들을 따라 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만.
나는 그보다 다섯 살이나 더 많이 먹고, 과연 뭘 이뤄냈단 말인가?
이런 생각 하면 정말 우울해 진다.
난 왜 이렇게 인생을 설렁설렁 살았더란 말인가?
난, 정말 왜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며 보냈단 말인가...
**
이동국을 욕하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게으르다고.. 경기장에서 걸어 다니는 게으름이라고 욕들 한다지.
그런데 정말,
그렇게 게으르고 느린 선수가 한 나라의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선수가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명문구단(국내에서..)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게으르고 느려 터져 이렇게 늦은 새벽에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욕할 때, 그들을 욕할 때..
나는 무척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자신의 영역에 확고한 위치를 굳힌 사람들도 욕을 먹는데..
아마 나를 두고 욕을 한다면 그 욕의 몇 배, 몇 십배는 족히 되리라.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우리네 인생은 단거리 경주만 있는게 아니란 거다.
그래도 숨이 다할 때 까지는 매일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남은 삶에 힘을 더해 준다.
***
혹시 지금 나의 이런 말들이 성공이란 것에 대해 집착하는 것 같아 보일까?
능력 여하나 주위 여건 같은 것은 돌아 보지 않고, 그저 공명심에만 불타는 것 처럼 보일까?
마흔 한 살의 카이사르를 말하고, 스물 여섯의 나폴레옹을 바란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냐.
확실히 그건 아냐.
이건 객관적인 성공(그 기준이란 게 있든 없든..)에 대한 얘기가 아냐.
남이 뭐라 하던 간에..
내가 내 인생을 두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 웃으면서
"오늘 정말 수고 했다, 건너야! 잘 자고 일어내서 내일도 힘내 보자!"
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야.
그런데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그래 본 적이 별로 없는거지.
아.. 오늘 하루 왜 이렇게 보냈던가.. 하는 후회는 자주 하면서 말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안타까운거지.
****
일요일, 주말이라 푹 쉬어보자 한 탓에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어쩌다 보니..
늦게 잠에 들어 월요일을 망쳤다.
또 월요일..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들다 보니 벌써 새벽 5시가 되어 간다.
내일도 이리 보낼 순 없지.
내일은 다시 열심 내는 주중의 생활로 돌아 가야 한다.
단 몇시간일 지라도. 내일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고.. 잘 자자.
오늘 하루는 정말 부끄럽게 보냈지만, 내일은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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