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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주를 보내고..Letter from Kunner 2005. 7. 1. 14:14오늘은 7월 1일, 정확히 한 해의 반이 갔다.
날짜가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
사실 오늘이 7월 1일, 다시 말해 한 해의 반을 보낸 직후라는 것도 생각지 못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게 됐다.
덕분에, 생각이 생각을.. 또 다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 잠 못 이루는 밤이다.
*
지난 며칠은 정말 열심이었어.
무기력감과 자괴감을 떨치기 위해서 하루에 한 시간씩 격한 운동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매달려 있었지.
정말 내 생에 이런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요즘은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
그 언제가 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복학하게 된다면 적어도 갓 스물된 애들에게 밀리고 싶진 않아서 전공을 독학해 보고 있는데..
그 전에는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다, 이런 걸 왜 배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전혀 관심도 없는 경제학.
이제는 제법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도 가고, 복잡한 수식이 들어 간 문제도 더듬더듬 풀어 낼 재주가 생겼다.
어제는 문제 하나를 이해 못해 책을 펴 놓고 카메라로 찍어 이리저리 보내 물어봤지.
덕분에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고..
난 절대 못 할 것 같았던 수학 문제를 풀어 내면서, 나름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
물론, 그 문제란게 대단한 건 아니었을거다.
다른 사람들은 아주 쉽게 풀어 내던걸 보면 내가 수학을 몰라도 너무 모르지..
뭐 어쨌거나..
나도 그 징그러운 수식이 잔뜩 붙은 문제를 풀어 낼 수 있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정말.. 요즘 같아선 공부가 이리 재미있을 수가 없다.
중요한 건, 꾸준해야 한다는 건데..
끈기가 부족하고 의지가 박약한(-_-;) 나를 잘 알기에..
이 열기가 얼마나 갈지 나도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단 며칠만에 끝나더라도. 그 동안만큼은 최대한 열심히 해 볼 것을 다짐한다.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큼은 떳떳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
살아 가면서..
꿈이란 것, 희망이란 것.
얼마나 갖고 살아?
내게 꿈이란, 내게 희망이란 어떤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누군가 내게 꿈을 물었지.
나는 비트에서 정우성이 읊조렸던 것처럼 "나에겐 꿈이 없다.. 없었다.."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거의 십년이 다 지난 지금, 또 다시 내게 꿈을 물으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경제적으로 풍족해 지는 것이 내 꿈인가?
멋진 차와 좋은 집을 갖는 것. 고급 옷을 입고 전망 좋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
적어 놓고 보면 참 유치한데, 삶 속에선 그게 어찌나 중요해 보이는지..
하지만 그게 아무리 중요하게 느껴진다 해도,
거기에 꿈과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여 버리면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해 질 듯 하다.
스물 일곱, 아직 한참 젊은 나이임엔 틀림이 없건만..
이름을 날릴 정치가가 되는 것은 너무도 허황되어 보이고,
저명한 학자가 되는 것도 역시 내게는 허망해 보인다.
자타가 공인하는 거부가 되는 것도 요원해 보이고,
스포츠맨이나 연예인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농부가 될 생각도 없다.
광산이라곤 가 본 적도 없으니 광부가 될 일도 없겠지.
공장 노동자가 될 생각도 없고, 다시 회사원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특별히 좋아하는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하고 싶은 뭔가가 있지도 않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물 일곱, 그 여름에.. 나는 아직도 나의 꿈과 희망의 이름에 어울릴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
여러가지 악재가 두루 겹친 상태에서도,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먹고 마시고 잠들고 눈뜨고, 얘기하고 웃고..
이러다 미쳐 버리지 않을까 생각했던게 우스울 만큼.. 난 그대로다.
달라져서는 안 되지만..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다행이다. 그렇지, 다행이야.
이렇게 쉽지 않은 인생인데, 어떻게 잘 버티고 있는지 대견하다.
그래, 대견하다.
아직 나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
잘 버텨주고 있어.
홈런을 쳐 내지는 못해도, 단타라도 꾸준히 날리고 있으니 그래도 아직 살 만 하다.
잘 버티고 있어.
****
끝모를 바닥으로 추락하면서도, 인간을 희망을 말하는 존재인가보다.
요즘.. 전에 없이 힘든 중에, 형과 내겐 미래를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 된다면 난 무엇을 할래."
"~ 된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 된다면 이건 이렇게 하자."
결국 냉정하게 돌아 보면 지금 상황에선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얘기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일까.
*****
다시 한 주를 보내고, 진작 잠에 들어야 했을 시간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주저 없이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다시 그 생각이 생각을 낳는 지금.
나를 단속하지 않으면, 주체하지 못할 나락으로 빠져들기 십상일게다.
주말이 오면,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고 싶다.
지금 여기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미친듯이 비가 온다만..
빗속 아니라 어디라도 좋으니, 꽉 막힌 답답한 가슴을 뚫어 냈으면 좋겠다.
나는 혼자가 좋고, 또 혼자가 싫다.'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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