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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두려워 하는 너를 위하여..Letter from Kunner 2004. 9. 22. 00:15언젠가 너와 전화통화하다가..
비슷한 고민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은데 말야.
내게도 역시 나이란건 참.. 무시 못할 고민거리야.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했던게 어찌나 후회스러운지.. 바보 같게도 말야.
어쩌면 그땐 참 뭘 몰라서 그런 소릴 했나 싶어.
뭐, 생일 짚어가며 날짜 따지면 할 말 없지만, 어찌됐건 올해로 난 스물 하고도 여섯이다.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하던 스물 여섯은, 군대를 갔다 와서 졸업을 앞둔..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노는 대학생이었어.
그러나 지금 나의 스물 여섯은, 군대는 아니지만 병역을 지고 있고
대학 졸업을 앞두기는 커녕 처음부터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하게 생겼지.
그나마도 학교로 U 턴하게 될지 아닐지.. 고민 중이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쩜 이렇게 큰지 모르겠다. 하하..
가끔 불현듯 이런 생각 머리에 오르면, 무언가 불안하고 참 많이 조급해져.
빨리 뭔가 해야 할 듯 하고,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 같고..
그게 그리 말처럼 쉬운 거였다면, 그렇게 쉬운게 인생이었다면 우리 이런 고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텐데 말야.
가식적인 건까, 자위에 불과한건가 모르겠다만..
나는 어떤 고민에 있거나 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내 머리 속에서 그 고민이나 문제거리를 지우기 위해 그에 반하는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해.
언제라도 누가 똑같은 소릴 하면 그럴 리 없다고 반박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서일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암울한 인생이 불쌍해서?
어떤 쪽이라도, 실제로 나는 그래.
일부러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을 떠올리려고..
너도 한번쯤은 한참 심각하게 고민하던 것들이,
시간이 좀 지나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져 오히려 허탈해 할 때가 있었을지 몰라.
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순간을 넘기고 나면 더 이상 힘들지 않아서
왜 내가 그렇게 힘겨워 했을까 생각될 때도 있었을거야.
아직 삶에 대해 말하기엔 한참 이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볼 때..
우리네 인생이란게 그렇더군.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어떤 문제든 해결책은 바로, 생각의 전환인 듯 해.
"네 인생의 2막을 열어라"하는 카피를 가진 "2막" 이라는 책을 보면(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감명받진 않았어. 다만 미쳐 깨닫지 못한 몇가지를 알게 됐을 뿐..),
장애라는 것은 외재적 장애와 내재적 장애로 나눌 수 있다고 해.
외재적 장애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운명이란게 될게고.
(꼭 거창한 운명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바닷가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태풍이 올라 오면 그건 어찌해도 별 수 없는 장애. 즉 외재적 장애지)
내재적 장애란 그와 반대로, 내가 문제 해결의 키를 들고 있는 장애들을 말해.
"2막" 에서는 내 2막을 열기 위해서 내가 넘어야 할 각 장애들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각 장애들이 내재적 장애인지 외재적 장애인지를 구별하는 것으로 장애를 극복하게 돼.
그러니까 농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키가 지나치게 작다면, 그건 외재적 장애요인에 속하게 될거야.
물론 농구 선수 중에도 단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작다면 문제가 될테니.
하지만 내 생각에, 대개의 경우는 외재적 장애가 아닌 내재적 장애가 될 것 같아.
네가 새로운 인생을 위해 펼친 너의 2막, 그러니까 네 제 2의 학창시절.
거기서 생기는 고민이란게 과연 네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하늘의 뜻대로만 이뤄지는 외재적 장애일까?
물론, 몇가지는 그럴 수 있겠지만 너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 내재적 장애를 겪고 있을거야.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아까 위에서 말했던 생각의 전환이지.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심각했던 고민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 지는 것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겪게 되는 생각의 전환일거고.
다만, 우리는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그 고민을 위한 시간을 줄여 나가자는 것.
곧, 빠른 생각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이지.
오늘은 그 첫번째로..
네가 가장 심각해 하는 듯한 나이.
이건 나 역시 크게 심각해 하는 문제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내재적 장애야.
그래서 섣불리 네게 감놔라 배놔라 할 순 없어.
그저, 이런 생각도 있다는 정도로 가볍게 읽고, 혹여 마음에 든다면 깊이 새기면 그만이지.
부디 쓸데 없는 잔소리나 유치한 얘기 따위는 아니길 바래.
*
우리 세대는 평균 수명이 아버지 세대보다 길어질거야.
적어도 10년 이상 길어질 거란 연구결과가 있대.
그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생각해보면..
나의 10대와 내 아버지의 10대는 다른 것 투성이야.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건 비슷한 나이에 하지만
세상을 접하고 사회를 경험하고 하는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
내 아버지가 10대때 가지던 관심분야와 내가 10대때 가진 관심분야,
그리고 내 아버지가 10대때 또는 20대때 경험한 것과 내가 그 나이에 경험한 것 역시..
또, 영국의 수상, 토니 블레어가 말했듯..
지금은 단순한 가치관을 넘어 인간 사회 자체가 바뀌는 변혁기이기 때문에,
기존 산업시대나 그 이전 농경시대가 갖고 있던
나이에 의한 제한이나 기회의 유,불리는 존재하지 않아.
학교는 더 이상 20살의 전유물이 아니고,
기업에서는 경력자를 우선하기에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자리를 비우지 않아.
게다가 너는 너와 같이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없는, 경험과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
잘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너와 그들의 차이가 단순히 나이 몇개의 차이뿐일리가 없어.
만약 차이가 단순히 그것밖에 없다면, 그건 신의 농간이지.
게다가 의학수준이 발달하고, 정보를 접하는 창구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교육기회가 늘어나므로..
나이 때문에 뭘 할 수 없는 일은 점점 줄어 들게 될거야.
이제는 정년퇴직한 노인이 학교에 들어갔다는 얘기 같은 것,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
옛날 같으면 나이 예순이 죽을 날만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되겠지만,
지금은 쑥스러워서 환갑잔치도 안 하는 추세라고 하더구나.
이건 우리 뿐만이 아니라,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된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얘기야.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70년대 이후로 이랬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참 감명깊게 읽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에 나온 일화에 따르면..
KFC 를 창업한 Mr.샌더스는 처음 KFC 체인점을 개설했을 때 이미 일흔을 아우르는 나이였고(이 얘기는 "2막"에도 나오는 얘기지.)
대다수의 저명한 리더들 역시, 나이가 그들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지는 않았어.
그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다며 나와 상관 없는 남의 나라 얘기 정도로 치부하는 패배주의에 빠질 너라면 너의 "2막" 시작도 안 했을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얘기,
한 반년 전에 네게 했던 것 같은데..
다시 해 볼께.
유럽을 일깨운 카이사르(Caesar, 씨저)의 경우 나이 마흔까지 한량이었어.
명문가이긴 하지만, 정계에 못 나간지 오래 됐고 그 나이까지 엄청난 바람둥이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그야말로 한량에 불과했지.
하지만 그의 나이 마흔 하나, 이미 그는 대제국 로마의 수장이 되어있던거야.
그로부터 4년, 그가 살아 온 40년 이상의 시간보다 더 큰 일을 그는 해냈지.
그에비해 난 아직 스물여섯인걸, 넌 아직 스물 다섯인걸?(하나씩 빼볼까? ^^)
이런 모든 얘기들..
결국 나이는 너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나이를 먹을 수록 네겐 원숙미가 더해지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결코 가지지 못한 경험들..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너만의 시각을 갖추게 되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신출내기들의 그것보다 못 할게 없을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결코 시간의 버려짐이 아니라,
결코 죽음으로부터의 남은 날들이 하루 줄어든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삶이 주는 풍요로운 선물을 받는 하루하루일거라고.
그래서 난, 적어도 지금은 나이가 내 삶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
그리고 난, 너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
자, 힘 내자 ^^
지나치게 긴 글이 됐다, 조만간 다시 얘기할 날이 있으리라 안녕은 다음으로 미루자.'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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