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찾아야겠다.. 그렇게 살겠다..Letter from Kunner 2002. 11. 17. 13:03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라는 것은 회사 누나가 내게 자주 들려주는 말이다.
그렇다.. 나는 좀 더 상식에 맞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
그 누나가 말하는 상식이 뭐든 간에, 내가 말하는 상식이란 세상에 길들여짐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어떤 문제에서든..
어느 틈엔가 내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난 몇년간은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심지어는 그 몇년을 제외하고 평생을 함께 살았던 형이 내게 너무 많이 변했다는 말을 할 정도로..
내가 생각하던 삶은,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나란 인간이 원래 그랬던 것이라고 한다면 절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요 몇년 사이에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나란 사람을 그렇게 규정하고들 있을 것이다.
마치 회사 누나가 내게 상식을 요구하는 것처럼...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무작정 과거로의 회귀는 결코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 경우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좋은 선택이다.
그 얼마간 나의 모습은 내가 그토록 저주하고 증오하는 무언가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동안 나는, 그럴듯한 결과만을 위해, 또 남의 눈에 비친 나를 위해 살았다.
진정 나를 위하는 길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를 위한 길은 그것이 아님을 결코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그걸 위해 때로는 나를 기만하고, 때로는 나와 함께 남도 기만하며 살아왔다.
더러운 거짓말과 협잡한 타협으로 순간을 모면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나 자신을 속여 온 것이 부지기수였다.
참 묘하게도...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 너무도 슬프고 괴롭다.
내가 나를 봐도 낯설고 두려운 모습인데, 하물며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어땠을까..
예전처럼 좀 더 자숙하고, 좀 더 반성하며 살아가야겠다.
윤동주가 말했듯,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싶었던 지난 날의 내 모습을 찾고 싶다.
문제아로 낙인찍혀도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당당했던 내 모습이 언젠가부터 사회의 낙오자로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더럽고 냄새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내가 그리고 원했던 것, 그 삶을 살아가야겠다.
무심코 지나쳤던...
더 소중한 것이 있기에 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지하철 공익광고의 문구가 이렇게 가슴에 와닿을 줄은 몰랐다.
기필코.. 지난 날의 나의 모습을 찾고 싶다.
나는 길건호다.. 나는 길건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내 20대를 살고 있다.
한번 가면 그 뿐인 그 시절에서 나는 3년이나 어이없이 허비하고 다시 돌아가려면 또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그 길을 나는 걸으려 한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회고를 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겠다.
이런 바보같은 넋두리는 한번으로 족하다. 다시는 그렇게 살 지 않겠다.
신독(身獨)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나는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신독의 진리를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학교교육의 모순 때문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나를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찾아야겠다.. 그렇게 살겠다.
누가 나를 지켜봐 주지 않더라도, 그 누가 나를 욕하더라도 나는 나답게 살다 가겠다.
그게 혼자일지라도, 또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는 진정한 내가 되어 살겠다.
--------------------------------------------------------------------------------------------------------------
p.s 이런 짓은 참 유치하지만..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있는거 너무 싫어... (3) 2002.11.22 첫사랑을 만나다 (2) 2002.11.18 오늘 회식을 했다. (2) 2002.11.15 감기가 나은 것 같다!! (4) 2002.11.01 감기에 걸렸다.. (8) 2002.10.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