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의 K리그 복귀설과 관련하여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12. 1. 7. 02:45
*
요즘 K리그는 전남에서 임의탈퇴된 이천수의 복권 문제로 인해 시끄럽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이천수의 팬이었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동국이지만, 천수도 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재능 때문이었다.
동국이의 경우, 나락에서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올라와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는다면..
천수는 실력 그 자체로 나를 매료시켰다.
그가 K리그에서 활약한 2003년, 2005년의 이천수의 플레이를 직접 본 사람들은 아마 이의를 달기 어렵지 않을까..
뭐 여튼..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
어제 뉴스를 보니, 천수가 임의탈퇴를 풀어 달라고 전남 측에 요청했단다.
장문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지.
일단, 방법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구단을 상대로(실은 그 뒤에 있는 거대 모기업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려는건가?
이놈 제정신인가..
예나 지금이나 주위에 사람이 참 없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아니나 다를까..
천수의 사과문에 대해 전남은 진정성이 없다며 딱 잘라 거절해 버렸더군.
아마 당분간 K리그 복귀는 힘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이천수에게 있어, 이번 사태가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대답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일단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감히 말을 꺼내지도 못할' 상황에서 '일단 얘기는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건 나름의 수확이다.
***
일부 팬들은 그만 용서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동정론을 펴기도 하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전남이 '몹쓸놈..' 하면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아량을 베풀어 주면 끝나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데다..
그간 못된 짓 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고..
더구나 이번 일은 그냥 못 된 짓이 아니라 아주 못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축구 실력에 매우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건 용서 받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뭐.. 화끈하게 용서해 줘라, 하고 말하기가 좀 뭐하다는 거다.
찾아 보니 예전에..
천수가 심판에 쌍욕 했다던 당시에 써 둔 글이 있었다.
자주 가던 축구 커뮤니티 - 사커월드에 썼던 글인데..
수년이 지난 후인데, 어쩜 이 녀석은 반성이라는 걸 모를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만약 지금 내 의견을 묻는다면?
그의 재능이 무척이나 아깝고, 그가 플레이하는 걸 리그에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동국 - 이천수 투톱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100 같지만..
내가 결정권자라면, 임의탈퇴를 풀지 않을 것 같다.
신의를 져버린 행위는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예전에 써둔 글을 가져다 올린 것이다.
당시 가졌던 관대함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
내가 변했다기 보다, 녀석이 더 이상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이천수 선수에 관한 이야기
2006·10·25 15:44 / Kunner
그다지 좋지 않은 주제를 두고 계속 새 글이 만들어지는것도 문제가 있겠다 싶지만다른 글을 쓰셨던 분들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기에, 죄송한 마음 무릅쓰고 새 글 올립니다.
양해 부탁 드릴께요.
회사에서 눈치 보며 글 써내리느라 중언부언 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주말, 이천수 선수가 경기 중 심판에게 폭언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소 무척 아끼는 선수의 일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수라 지칠 법도 하지만..
손이 많이 타는 만큼 애정도 많이 가는 법인가 봅니다.
요즘 제가 아끼던 선수들은 그야말로 암울, 또 암울이네요.
모쪼록 골이 깊은 만큼 산도 높아야 할텐데...
(어여 동국이라도... 휴..)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무슨 핑계를 댄다 해도 잘못한 건 잘못한 겁니다.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욱,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정상 참작이 될 뿐, 죄 자체가 사라지거나 가벼워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용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죄에 대한 대가를 달게 받는 것 뿐 다른 길은 없으리라 봅니다.
또,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무척 아끼는 선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엄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끼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에..
몇몇 분들은, "이렇게 욕 먹는 게 싫어서라도 빨리 유럽으로 가라" 라 하시지만..
그는 축구 선수 이기 전에 인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역시 그런 생각에도 절대 반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붐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펴 보이는 이유(감독으로서는 논외로 하더라도)가 비단 축구 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왜 이천수 선수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믿으십니까?
왜 그에게 가능의 문이 아닌, 불가능의 문을 열어 보이십니까?
왜 이천수 선수가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선수가 되지 말아야 합니까?
이천수 선수는 그 잘못에 대해 징계를 받을 것이고(받아야만 할 것이고),
나름대로 반성도 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보여 줘야만 합니다)
그가 함량미달의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리고 이런 시련 - 스스로 만든 시련이기에 시련이라 부르기가 무엇하지만 - 이 그를 더욱 성장하게 해 줄 것을 믿습니다.
멈추면 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아닌 그 혼자만의 인생을 살게 될 뿐이겠죠.
또 하나, 언론은 이 주제를 가지고 선정적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야말로 철 모르고 날 뛴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흉기로 어쩌고..' 이런 기사, 과연 가당키나 한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언론에 같이 널 뛰고 있는 분들도 인상 찌뿌려 지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스무살 시절에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아,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군' 이라고요.
그래요, 실제로 그랬다 합시다.(그 사실에 대해 모르니)
그럼 이천수 선수는 평생을 개차반으로 살아야만 하는 건가요?
반성이나 갱생 같은 건 그에게 주어질 수 없는가 말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구요?
오히려 그보다, 따끔한 질책과 함께 그가 고쳐야 할 점을 제시해 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왜 피그말리온 효과 같은 이야기 아시죠.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면서, '너는 쓰레기야' 라고 하셔야 옳습니까.
물론 그는 프로고, 더 이상 학생이 아닙니다.
그러니 학교/학생에 대한 얘기는 필요 없을거라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가 더 잘 되길 바란다면, 진정한 팬이라면, Supporter 라면.
무조건 감싸 안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닌 그의 나갈 길까지 미리 비춰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팬이 아니야, 라고 하시는 분들 꼭 있을 겁니다.
나는 원래 그가 맘에 안 들었고,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는 분들 꼭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예 그가 매장 당해서
다시는 TV에 나오지 않고, 다시는 매스컴을 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도식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거듭 말하지만 이천수 선수는 잘못했습니다.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자숙, 또 자숙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격의 완성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성인 군자가 아닌 바에야 감히 누가, 인격이 완성되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저 역시 자격이 없기에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따위의 말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성의 잣대를 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생각하지 않은가요?
그의 인격을 논하시는 분들 중 막무가내 식으로 인간성을 들고 나오시거나 아예 몰락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을 스스럼 없이 밝히시는 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의 인간성은 맑은 하늘 입니까?
중요한 건 그가 반성하느냐, 그가 달라질 것이냐의 여부가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그렇듯 시간이 변하게 해 줄 것이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겁니다.
언제까지고 개차반인 인간성으로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딱한 일이지만,
지금 이랬다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낙인 찍을 필요는 없잖겠습니까.
누구나 20대 중반의 나이엔 아직 턱없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거고,
아직 완성을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더 이상 비하할 필요도 없고, 있는 죄를 없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우리는) 아직 턱 없이 부족하며,
아직 보여 줄 것이 보여 준 그것에 비해 너무나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이 한 일보다 더욱 많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죽는 날까지 안 그런 사람 있을까요?
완성이라는 단어로 그를(우리를) 가두지 말고, 완성으로 가는 채찍질을 내립시다.
그는 징계라는 채찍으로 다스려 질 것이고,
언론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다시 우호적으로 돌려 놓기 위해 그 전보다 곱절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난의 여정 자체가 그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절대로, 피하거나 두려워 하지 말고 자신의 죄 갚음을 다 하는 이천수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을 응원하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당신들을(무엇보다 동국아.. -_ㅜ) 응원한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 갈테니까요.
'쉼을 위한 이야기 >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전 기대중!! (2) 2011.10.24 이동국과 리웨이펑. (0) 2010.11.12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감상문 (부제: 마이너리티 리포트) (0) 2010.10.22 예고된 재앙, K리그 올스타 전에 대한 회한 (0) 2010.08.06 힘내라 동국아... (1) 2010.06.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