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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에 피는 장미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0. 9. 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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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오는 길.
    버스 정류장은 꽤 먼데다 한참을 돌아 간다.
    택시를 타는 건 어쩐지 마뜩찮고..

    집까지는 대략 3~4km.
    걸었다.

    높다란 가을 하늘에 태양이 약간은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가끔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발걸음이 가볍다.

    시골길에는 제멋대로 난 풀들, 그리고 이번 태풍에 뽑혀 나간 나무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들길에 핀 이름모를 꽃들과 함께 발견한 이 아이.

    들장미다.
    아마, 이름은 캔디렸다... -ㅅ-;





    가을이다.
    대체로 꽃이 피는 아이들보다는 결실을 맺는 아이들이 더 많은..

    들길에는 들장미가 제멋대로 흩어져 심어져 있었다.
    아마도 처음엔 누군가 심었겠지만, 그 후로 관리가 안 된 탓이겠지.
    그런데 왜 이 녀석만 유독 꽃을 피우고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장미란 녀석은 5월부터 서리 내릴 때 까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물론 한 봉오리에서 두번 이상 꽃을 피워내지는 않을테지만..

    고로, 저 녀석은 올해 들어 딱 지금이 자기가 피어날 때라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의 선택은 몹시 훌륭해 나의 눈에 드는데 성공한거고. -ㅅ-;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장미가 꼭 초여름에 피어야 한다는 법 같은 건 없는 거다.
    다들 자신만의 때라는 게 있어서..
    남들 다 꽃을 피워 낼 때도 꾹꾹 참다가 자기만의 타이밍을 잡아 내는 녀석도, 분명히 있는거다.
    그리고 분명히 그 안에는..
    때가 됐는데도 결국 피워내지 못하고 서릿발 떨어지는 추위와 함께 스러지고 마는 녀석도..
    분명히 있는 걸거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꼭, 어떤 나이에 뭘 해야 한다는 법 같은 건 없는 걸거다.
    모두가 저마다의, 나름의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초조해 할 필요 없겠지.

    하지만 기억해둬야 할 것은,
    영영 피워내지 못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는 것.
    언젠가는 내 인생의 서리를 맞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과연 나는, 그 안에 피워낼 수 있을까?

    입술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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