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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울 엄마 환갑이다.
    Letter from Kunner 2002. 12. 17. 10:41
    이제 새벽 1시가 넘었으니.. 오늘이 맞네..
    우리 엄마 연세가 벌써 꽉 채운 60이 된거 있지..
    하... 시간은 나를 비껴 지나가는 것만 같고, 울 엄마는 항상 어렸을 적 그대로인거 같은데
    어느덧 울 엄마가 환갑이래..
    여느 집 같았으면 손주가 재롱을 떨 텐데..
    우리 집은 형이나 나나 나이가 어려 손주는 커녕 며느리가 해 드리는 미역국도 못 드시네. ^^;
    어제 저녁에 집에 들어 오면서 케익이랑 미역국 끓일 재료를 사 오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한지..
    제과점에서 초의 개수를 묻는데, 큰 거 6개요.. 하고 대답하면서 문득 엄마한테 무척이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글쎄..
    이젠 정말 할머니 소리 들어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하니, 아들이라고 있는 녀석이 아들 노릇은 커녕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겠어..
    그런 맘 들기 시작하니 밑도 끝도 없이 또 죄송스러운 거 있지..

    담배 피우지 마라.. 건강에 안 좋다..
    일찍 자라.. 내일 회사 가야 잖느냐..
    아침은 꼭 먹어라, 몸 버린다..

    매일같이 듣는 이런 시시콜콜한 잔소리를 그저 잔소리로 귀찮은 듯 손 사레친 것들이 어찌나 후회되는지..
    새삼 반성한다고 내 삶이 크게 바뀔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일 아침 미역국은 직접 끓여 드려야겠다.
    지방에 뿔뿔이 흩어진 탓에 식구들이 한때 모이는 게 손가락 꼽을 일인데, 내일은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 놀러가 식사나 한끼..

    엄마 생신 선물을 고르려 이것저것 찾아 봤는데 마음 내키는 게 없어 주말에 울산에 가게 되면 형이랑 머리 맞대고 좋은 선물을 하나 사 드려야 겠다.
    생신선물을 미리 드리는 건 몰라도, 나중에 드리는 건 좀 말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좋은 선물이라면 조금 늦어도 나쁘진 않겠지..

    이모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막 울었대..
    울 엄마 박복하다고.. 환갑인데 잔치도 못하고 손주는 커녕 며느리도 없다고..
    아들이라고 있는 두 녀석이 엄마 맘을 헤아려 주기는 하겠느냐고.. 그렇게 울었대.
    왜 울고 그래.. 사람 기분 처연해지게..
    엄마는 요즘이야 환갑잔치는 다들 안 하는 추세니 같이 모여 식사나 한번 하면 되는 거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하지만, 그것도 당신 생신이니 하는 말씀이지 아들이나 동생의 입장에서는 또 안 그런 거잖아..
    기분 참.. 뭔지 모를 안타까움에 속이 다 타들어 가고 있어..

    괜히 이런 기분 내색해 봤자 울 엄마 속 긁는 것에 불과할테니..
    나는 꾹 참고 이런 내색 하지 않으려고..
    이제 편히 잠들고..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역국 끓여 드리려고..
    그리고 오늘은 엄마 기분 좋게 해 드리는데 주력해야지..
    돈이 얼마 없어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아들 노릇 한번 톡톡히 해 보려고..
    하다 못해 팔다리 주물러 드려도 되는 거잖아? 언젠가 부터 새치를 뽑지 않고 염색을 하기 시작한 울 엄마.. 염색도 새로 해 드리고..
    그러면 되는 거지? 그치? 푸하... 울 엄마 칠순엔, 꼭 이런 기분 안 느끼도록 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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