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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심해.Letter from Kunner 2005. 3. 28. 12:49
요즘 난 매일같이 전에 없던 두통을 겪고 있어.
머리 윗부분, 원을 그리는 이 두통은 뭐라 해야 하는지..
편두통이 아니니 원(圓)두통인가? 만(滿)두통인가?
아무리 그래도 만두통은 아니겠다. 하하..
웃을 힘이 있으니 지금은 머리가 덜 아픈가보다.
새벽 3시.
낮에 일하고 밤엔 자려 하는데, 이 일이라는게..
한번 손에 잡기 시작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지.
금방 할 것 같은 일인데도 막상 작은 것 하나하나 매달리다 보면 시간은 훌쩍 흘러가 버려서 또 이렇게 늦은 밤이 되곤 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선언한지 두달이 다 되어 가고 있어.
회사 그만두면 여행도 다니고 정말 늘어지게 쉬어 보겠다던 나의 다짐, 바람은 삶의 무게 - 그 지독한 악다구니 싸움에 묻혀 버리고..
정신차려보면 나는 회사를 다닐 때 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해야만 하는 기계가 되어 있다.
당장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은 참 힘들고 비참한 일이야.
먹고 살 걱정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참 웃긴 바람일까?
하긴.. 선택받은 소수 말고 이 세상 몇이나 먹고 사는 문제에 초월하며 살아갈까..
태생으로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니 후천으로라도 선택받아야 할텐데..
아직은 갈 길이 너무도 멀구나. 하하..
지금은 그저 별로 바라는 것 없고..
당장 하고 있는 일거리가 좀 마무리 되서 주머니 좀 여유 생기고..
잠이나 좀 늘어지게 자 봤으면 좋겠다.
늦게 자는데도 아침이면 눈이 떠지고 더 자려고 기를 써도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니..
이것도 죽을 맛인거야.
걱정이 많아서일까.. 그래서 이렇게 머리도 아픈건가.
나란 사람, 내 인생, 내가 속해 있는 사회 속에서, 그 인간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 않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가장 크게 상심하는 것 같아.
그리고 지금, 내 앞가림도 못해 허덕이고 있어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지금.
난 지나친 내 안의 번민과 갈등으로 내 일도, 주위의 일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불경기에 바쁜 건 축복이라는데, 눈에 띄는 수확없는 바쁨은 그저 번잡함으로 인식되서 참 힘이 든다.
빨리 이 번잡함이 정리되고 바쁜 만큼 수확을 얻어 낼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되기를.. 바래야지.
언뜻 돌아 보면 시간이 한참 지나있어서..
올해도 벌써 4분의 1여가 지나고 있어.
이렇게 3번만 더 하면 한 해가 마무리 된다니, 무서운 일이다.
나이 먹어가며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온몸으로 실감날 때,
그래서 실제로 시간이 빠른 건가, 내가 나이를 먹은 건가 모호해 질 때.
아무리 돌이켜봐도 어린 시절이 가물가물하게만 느껴질 때.
희망이라는 것, 꿈이라는 것이 아득하게만 느껴질 때..
바람이 꿈 짚는 소리처럼 느껴질 때.
그때.. 그때가 지금은 아니어야지.
그러기엔 난 아직 너무 젊지 않겠어.. 하하..
그러니 시간이 빠르게 느껴져도 매 초 매 시는 언제나 같다고 되뇌고,
어린 시절 가물해져가는 건 추억과 추억의 두께가 그만큼 두꺼워 진 탓이라 생각하고,
희망과 꿈이 아득해져갈 때는 새로운 희망과 꿈이 필요한 때라 믿고,
바람이 꿈 짚는 소리 같아져 갈 때는 세상 사 한바탕 꿈이더라 크게 웃어주어야지..
그래야지..
그렇지만 역시나 지금 난 두통이 심해.
원두통인지 만두통인지 모를 이 두통 때문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있는 듯 하다.
별 것 아닌 일로 짜증이 일고 조금의 기다림에도 답답함을 먼저 느끼는 건..
그래, 다름 아닌 이 두통 녀석 때문이다.
잘못되고 나쁜 건 다 이 두통 녀석에게 몰자.
자꾸 딴 생각 나는 것도 이 두통 때문이고, 자꾸 한숨이 나는 것도 이 두통 때문이다.
그래. 심지어 어제 사우디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0:2 로 완패한 것도.
모조리 이 두통 때문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본프레레 감독이 자꾸만 불안덩어리 스리백 라인을 가동시키는 것도 모조리 이 두통 때문이고.
천수가 유럽적응에 실패한 것도 이 두통 때문이야.
그런 의미에서 모레엔 이 두통이 좀 나아야 할텐데..
그래야 우즈벡을 완파하고 본선진출에 청신호를 켜지 않겠어..
그런데 참.. 과하게 늦은 밤, 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너무 우울해져 버릴까봐 장난스레 타이핑을 하고 있어.
글을 쓰면서 고치고 다시 읽어 보기보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치는 편이니, 얼마든지 이런 글도 있을 법 하지. ^^;
왜 그럴 때 있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 궁금해질 때.
아무리 생각해도 달리 방법이 없는데.. 그냥 계속 그런 생각이 들 때 말이야.
지금 하고 있는 것 외, 어떤 최선도 있을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지금 잘 하고 있는게 맞나 자꾸만 의심이 들 때.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나 대안이 없는 의심과 부정은 부질없다 하면서도..
계속 의심이 들고 왠지 자꾸 부정하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 말야.
그럼 그건 이미 최선이 아닌걸까?
아니면 최선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난 잘 모르겠다.
사실 지금 나를 감싸고 있는 상황들은 대체로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 온 것이 맞아.
크게 어긋나지도 않았고, 어떤 점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한 편이기도 해.
하지만 왠지 그런 상황과 현실을 바라보는 나는 좀 무거워져 있어.
냉정히 따지면 내가 원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건데 난 왜 이리 불편하고 무겁기만 하지?
그럼 내 선택과 생각을 거슬러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면 나아질까?
그건 또 아닌데.. 분명 아니라는 생각 드는데..
그저 잠시 힘들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뿐인가?
그저 머리가 너무 아프고.. 일이 힘들어서 볼멘소리 나오는 뿐인가?
다 두통 때문이야.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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