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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rior - 가족의 화해에 관한 무척이나 아픈 이야기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11. 12. 22. 20:27
언젠가 극장에서인가? 아니면 출발 비디오여행 류의 TV 프로그램에서인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TV에서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극장에서의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걸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봉을 했는지 말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나가서 그 기억까지 따라서 묻혀 버렸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 이 영화 예고편을 봤었지' 할 뿐.
이런 종류의 영화는 뻔하다.
아주 뻔하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내용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뭐 격투를 스포츠로 봐야 할지는 얘기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복싱을 스포츠로 본다면 뭐 내내 비슷한 맥락일거다.
보통은 고난에 빠진 주인공이 있고, 그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챔피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주위사람 - 특히 가족의 갈등과 화해는 기본 레파토리다.
멀리는 록키가 그랬고, 가까이는 신데렐라맨이 그렇다.
(예전에 신데렐라맨을 보고는 잔뜩 붉은 눈시울로 포스팅을 했었지. http://www.kunner.com/252)
이 영화 역시 이 오랜 레파토리를 충실히 지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더 내용을 압축했다.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역시 압축된 형태로 표현된다.
누구 하나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이다.
누구 하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가 - 아버지가, 그가 - 형이, 그가 - 동생이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영화는 가족의 화해에 대한 무척이나 '아픈' 이야기이다. 1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몹시 볼만한 영화기 때문에 스포일링으로 누군가의 감상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내린다.
*
버림받는 것은 항상 약자의 몫이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강자는 버리고, 약자는 버려진다.
버려진 토미는 버린 아버지와 형을 증오한다.
하지만 누가 버렸든, 누가 버려졌든..
상처는 똑같이 남아 있다.
그건 가족이란 굴레가 주는 숙명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면 영화 제작자는 기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상투적인 얘기다.
상처가 똑같이 남는다고?
그럴리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버린 자가 버림 받은 자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상처입은 짐승 같은 톰 하디의 눈빛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차라리 갈등은 증폭되어 폭발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변증법의 신봉자로서 나는, 갈등은 발전의 매개라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피할 때가 많다.
특히나 나이 먹어가면서는..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아진다.
그게 옳아 - 라고 생각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갈등이 두렵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내가 겪고 있는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영화 속 토미가 될 자신은 없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
하지만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증오는 아니다.
증오는 그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사실은 결핍에 대한 갈망이다.
토미는 경계하지만, 차단하지 않았다.
매몰차게 거절하고, 모욕을 주었지만 그건 상처에 대한 자기 보호일 뿐이다.
오히려 그가 바라던 것은 기회였으리라.
과거와 화해할 기회.
자신을 버리고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할 기회다. - 그 대상은 가족이기도 하고, 군(軍)이기도 하다.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은 결핍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
삶은 때로 지독한 아이러니다.
알콜 중독으로 가족을 잃었던 아버지 패디는 술을 끊으면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토미를 껴안을 수 있었던 것은 술을 마신 후다.
형제는 주먹을 나누고 뼈가 부러진 후에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땀냄새 가득한 격투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륵, 주륵 잘도 흐르더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주먹다짐 - 그 지독한 아이러니
*****
차라리 지랄이나 제대로 해 봤다면..
차라리 나몰라라 다 집어 치워보기나 해 봤다면..
차라리 욕하고 모욕주기를 한번이나 해 봤다면..
좀 나았을까?
토미는 아니더라도 브랜든(형) 처럼이라도 해 봤다면.. 말이다.
그렇게 지랄 맞게 물어 뜯어도.. 이렇게 마주 대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
앞서 복싱 영화가 늘 그렇듯, 이라고 말했지만..
이 영화는 신데렐라맨이나 기타 다른 스포츠 영화의 코드들과 매우 닮았다.
신데렐라맨만 놓고 비교해봐도..
신데렐라맨에서는 대공황 때문에 고난을 겪고,
이 영화에서 브랜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고난을 겪는다. 2
또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의 부인 - 르네젤위거와 이 영화 브렌든의 부인의 역할과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둘 다 너무나 매력적이다!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이 그랬던 것처럼.. 브랜든은 이미 Winner 다!
신데렐라맨이 호평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격투 장면의 리얼함이라고 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워리어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럽다.
뭐 이렇게 리얼하게 싸워댄단 말인가.
특히 브랜든이 펼치는 몇몇 고난이도 그라운드 스킬은 정말 아마추어 맞나 싶다.
(아, 나는 격투기를 잘 아는 편이 아니라 뭐가 고난도인지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멀쩡히 서 있는 상대의 목을 두 다리로 감아 바닥으로 집어 던지는 것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배우들도 몹시 많이 준비했던 모양이다.
정말 연습 열심히 한 모양이다. 비록 근육은 톰 하디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스킬은 매우 볼만했다.
별 반개를 그릴 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반올림인 탓도 있지만..
이 영화는 별 다섯개 다 받아도 좋겠다.
★ ★ ★ ★ ★
내용, 극 전개, 영상, 캐스팅. 모두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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