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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시작.
    Letter from Kunner 2006. 5. 30. 11:02

    *
    푸념 섞인 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불평과 불만이 가득 쏟아져 내릴까봐, 
    참고 참고 꾹 참은 얼마간이었던 듯 해.

    평소엔 않던, 만화나 펌질을 해 보기도 하고..
    우스갯 소리를 올려 보기도 하고.

    우울한 나의 글들을 다음 페이지로 넘겨 내려 무지 애를 썼던 게 사실이다.
    하긴, 그나마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


    **
    얘기들을 다 풀어 내지 않다보니 암호 코드 같아져 버렸어.
    좀 지난 글을 보면, 내가 봐도 이게 무슨 소린지.. 정확히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최대한 자세하고 상세하게 써내야겠다.. 했는데.
    사는 얘기, 글로 어떻게 다 풀어 낼 수 있겠어.
    그래도 찰떡 하면 꿀떡 하고 알아 들으니 아직까진 할만 해.

    몇년 지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고 나면..
    이 기록들을 보며 즐거워 할 수 있는 날들이 오겠지?
    그땐 왜 그랬나, 왜 별거 아닌 걸로 그리 고민했었던가 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며 짧은 탄식 - 그런 날이 오겠지.


    ***
    얼마 전 거리를 걷다가,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걸 보고 깜짝 놀라 버렸어.
    이제 봄이 아니라 초여름.
    벌써 여름으로 접어 들고 있었구나.. 
    나만 아직도 봄 언저리에 머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좀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
    사람들 많은 그 거리에서 앵글을 맞추는 일이 어쩐지 쑥스러워서 꺼내 들었던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 거리에서 맡은 장미며 아카시아 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
    올 여름은 그렇게 꽃향기와 함께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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