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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르쳐 주는 작가 - Yasu Suzuka.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1. 5. 28. 09:00

    지난 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갤러리 7 에서 열린 한중일 사진 작가 합동 사진전 - 『방관자의 공연』에서 Yasu Suzuka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핀홀 사진을 주력으로 하는 매우 독특한 사진 작가인데, 현대 사진 작가로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익숙하고도 낯선 시각 - 사진은 담는 것이 아니라 담기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사진전이었는데 그의 사진을 보고,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매우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소개]

    - 이름: 鈴鹿 芳康 Yasu Suzuka

    - 약력
       1947. 카나가와현 출생
       1966.-1968. Tama Art Univ.에서 유화 전공
       1973.-1975. Kyoto City Univ.에서 판화 연구.
       1975. San Francisco 예술 연구소에서 사진 공부.
       1984.-1991. Kyoto 대학에서 부교수
       1989. 교토 예술 신인상 수상
       2004. 일본사진예술학회 특별상, 프랑스 아를 국제 사진 페스티벌 '새로운 발견' 부문 수상
       현재.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 도쿄공예대학 객원 교수, 일본 핀홀사진예술학회 회장

    - Homepage: www.yasusuzuka.com



    《'Mandara': 프랑스 아를 국제 사진 페스티벌 '새로운 발견' 부문 수상작. 출처: yasusuzuka.com》


     


    Yasu Suzuka는 일본의 대표적인 핀홀 사진작가이다. 
    유화와 판화를 전공한 작가답게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색채는 매우 회화적이다. 
    하지만 얼핏 그의 작품을 보면 이것이 과연 전문가의 사진이 맞는지, 그저 수준 낮은 사진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 『방관자의 공연』에 전시된 그의 작품 《Kashiwazaki》를 보고 느낀 첫 느낌이 바로 그랬던 것처럼.

     

    《Kashiwazaki (Japan), Lambada Print, 61×50.8cm, 1998》 ⓒYasu Suzuka 


     
    이 사진은 전시회 입구에 제일 먼저 보이는 위치에 걸려 있었는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사진을 보면, 이게 어떻게 훌륭한 사진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사진이라면 누구나 - 심지어 핸드폰 카메라로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궁금했다. 
    과연 작가는 이 사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또 왜 이 사진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전시될 가치가 있는지 말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일본 작가는 총 10명이었는데, 이런 호기심 때문에 Yasu Suzuka의 사진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필연과 우연’의 조화와 그 의미를 주요 개념으로 하여 결국 ‘인간은 자연의 은혜로 살아 간다’는 겸허한 마음을 이끌어 내고, 여기에서 다시 ‘회춘(재생)’, ‘공생’, ‘평화’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보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실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영영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하는데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것이 과연 삶의 진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히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소외되어 가고 있다. 
    발전이 인류를 번영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인류는 점점 더 많은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은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홉스 이후 인류의 인지 범위가 늘어난 만큼 더욱 심화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사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삶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진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Yasu Suzuka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기껏해야 그의 홈페이지, 아주 약간의 일본 블로거의 포스팅, 그리고 사진 잡지에서 짧게 소개한 글이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나의 감평은 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Mandara’ 시리즈를 보고 느낀 매우 자의적인 해석임을 밝힌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 “우리가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또 작가는 말한다. -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조우해야 합니다. 창조 이래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는 서구 문명이 말하는 ‘도구로서의 자연’이나, ‘정복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 공생하는 자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그는 자연과의 공생을 통해 평화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애의 회복을 통한 회춘 - 인류의 재생을 염원하고 있다.




     
    'Mandara' 시리즈는 이러한 작가의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느덧 나의 삶에 있어서 여행이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여행 속에서 만난 갖은 인연으로 내 자신이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핀홀 카메라로 제작한 작품은 사람과 풍경과의 만남 속에서 대상은 ‘담은 것’ 아닌 자연스레 ‘담겨진 것’이다. 나의 사진은 피사체를 갈구하는 사진가의 행위와 달리 자연스런 만남으로 이루어진 나의 삶 그 자체이다.” 
    - 월간 포토넷 2010년 4월호,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 Yasu Suzuka



    작가가 피사체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피사체가 1:1 로 조우했다는 말에는 지극히 동양적인 철학이 담겨져 있다.
    사진이라는 매우 서양적인 매체를 통해 동양철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여년 간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를 여행하며 핀홀 카메라로 해변들을 촬영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주로 해 질 무렵이나 해뜨기 전에 촬영된 것들이다. 
    사실 핀홀 카메라는 노출이 부족해 해질 무렵의 해변을 찍기에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긴 셔터스피드를 이용하는 이른바 장노출 기법을 활용해 사진을 찍었다. 
    이러한 긴 셔터스피드는 노출 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긴 노출 시간은 작가가 피사체에 가하는 영향력을 더욱 줄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작가에게 선택된 ‘순간’은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가 더 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에 담겨진 피사체들은 작가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만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태양은 끝없이 생몰을 반복한다.
    바다는 모든 생물의 고향이다. 
    아무리 거친 파도라도 긴 시간 앞에서는 잔잔한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사의 흥과 망, 성과 쇠가 모두 이 작품들에 드러나 있다. 






    얼핏 초보 사진가의 습작과도 같아 보이는 이 사진들에는 수십 년간 자연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처음 한중일 사진전 관람을 계획할 때는 삼국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비교해 보며 한국이나 중국 작가들과는 다른 일본 작가들만의 고유한 특징을 뽑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보고 작가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고 난 후에는 일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보다 같은 동양인으로서의 정신적 유대를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또 삶과 자연을 대하는 자세, 사진을 보는 방법 - 낯설지만 익숙하고, 익숙하다 싶은데도 한없이 낯선 새로운 시각을 가르쳐 주었다. 



    ‘아날로그’, ‘느림’, ‘공존’ - 그 ‘겸허의 가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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