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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가련다.
    Letter from Kunner 2013. 2. 13. 13:44

    막연히 길게 남았을 것 같은 인생이다.

    옛날의 현자는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고 했다지만

    이제 서른 중반, 아직 끝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삶이다.

    그냥 막연히, 막연히.. 아직 길게 남았을 것 같다.


    어쩌면 막막한 삶이다.

    어디가 끝인 줄도 모르고,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언제 끝나는 지도, 어디서 끝나는 지도 모르니 

    어떻게 가야 할 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건,

    삶의 로드맵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내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 어디 빙 돌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 때문일게다.


    가만 돌아 본다.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나에게 허락된 것과, 나의 주변 사람들과, 

    무엇보다 나의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이렇게 살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지.


    대답은 역시 아니다.

    십년 전의 나의 대답도 아니었고,

    지금의 나의 대답도 

    역시, 아니다.


    여전히 나는 과정 중에 있구나..

    약간의 한심함과 크나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과정이구나.

    그래, 과정이구나.

    나는 아직 더 좋아질 수 있는 거구나.

    가지지 못한 것을 두고 한스러워 할 게 아니라,

    가져 보이겠다고 주먹에 힘 줘도 되겠구나.

    그래야겠구나.. 싶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법이다.

    이미 가을은 갔다.

    힘든 시간도, 그렇게 가고 또 다른 시간이 오는 법이다.



    불공평한 처우라는 생각에 잔뜩 상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풀려간다.


    까마득하게 멀기만 한 삶.

    찰나에 불과한 하나 하나의 일들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겠구나.

    더구나 과정인걸.. 말이다.


    인생이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

    주변의 일들을 너무 얽어매고 있구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새삼스러운 깨달음, 

    작심삼일 같은 그 깨달음 뒤에 

    어떻든 안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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