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수업이 휴강이라 인사동에 다녀왔다.

도비님을 만나서 같이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안 맞아서 잠깐 인사만 드렸다.
인사한다고 잠시 나오신 현주누님과 같이 사진을 관람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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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진 전시회를 할 때는.. 
약간은 경건한 느낌으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노란 풍선처럼 즐거운 축제여야한다 싶었다.
벌써 2년, 이제는 그렇게 놓아 드려야 하고 그를 생각하면 기쁘고 즐거워야한다, 싶었다.


하지만 노란 풍선을 보기만 해도 울컥 거리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 많은데 유난 떨고 싶지 않으므로, 고개를 돌려 꾹 참는다.



내가 도착하기 얼마 전까지 권양숙 여사께서 있다 가셨단다.
어차피 그를 본다고 뭐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가 나를 알아 볼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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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이란 곳은 처음이다.
하긴, 나란 놈이 워낙 미술 같은 고상한 취미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미술관을 가 본게 얼마나 되는지 손 꼽기도 어렵다.

그런데 참..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내신 분 추모 전시회를 하는데..
이렇게 작고 초라한 미술관이라니.

분명 서울 한복판이긴 하지만.. 어쩐지 급이 안 맞는 느낌이다.
또 한번 굉장히 속이 상한다.

혹시라도 오해 없기를..
이런 불만은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고, 또 와서 봉사해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돕지 못하는 내가 한스러울 뿐이다. 

입구를 돌아 들어가니 입장료를 자발적으로 내는 함이 있다.
이미 연극 '아큐'에서 접해 봤던 방식이라 낯설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보니 아뿔싸.. 만원 짜리가 하나 밖에 없다.
만원짜리 하나를 넣고 죄스러운 마음에 얼른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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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하시는 분께 사진 촬영이 가능하냐고 여쭈니 방긋 웃으시며 가능하다신다.
거리낌 없이 카메라를 들 수 있다.
너무 좋구나.. ^^

어두운 실내지만 화밸 같은 걸 안 맞추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 분위기랑 비슷하게..

입구에서 코너를 돌아서니 한반도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보자마자 또 울컥, 한다.
황급히 다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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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일대기가 적혀 있는 홀을 지난다.
눈에 띄는대로 셔터를 눌러 본다.

첫 장면에서는 이승만 생일 기념 글짓기 때의 반항 선동 이야기와 사시에 합격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상고 출신이라고 그를 무시하던 그 많은 사람들..
그대들 같은 속물들이 왜 사시 출신이라는 데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가?
어차피 너희들의 잣대란 그런 것에 불과한데 거기에 열을 내는 나도 참.. 아직 멀었다.

두번째 장에서 원칙과 소신이라는 글귀가 한참 눈에 머문다.
결국 그 원칙과 소신이 그를 비극으로 몰아갔나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리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얘기지만.. 어쩐지 감정으로는 아직도 정리가 안 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귀향과 서거.
앞에서 관람하던 두 연인이 말했다.

"여기 의미 심장한 문구가 있어."

검찰에 출두하다.
서거하다.


더 보태지도 않은 그 말들에는 섬뜩함마저 묻어난다.
결코 풀 수 없을 그 응어리가 느껴진다.

최근 검찰 개혁의 방향과 정도를 놓고 말이 많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검찰의 날 선 칼이 자신을 향해 겨누어 지면 어떨까? 그때도 검찰 개혁에 반대할 수 있을까?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방법에 의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자는 지극히 민주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이란 법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같은 말로, 어떤 종류의 권력이든 초법적인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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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명록이 만장처럼 꾸며져 있다.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괸다.

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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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봤던 사진도 있고, 처음 보는 사진도 있다.
그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사진은 이것이다.

부럽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너무나 부럽다.
너무 부러워서 한참을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그를 가장 멋스럽게 담아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또한 이렇게 완벽하게 사진을 컨트롤 하는 실력이 부러웠던 것도 당연하다.

이 멋진 사진을 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액자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액자 유리로 내 모습이 비친다.

그는 떠나고, 저 사진 속 시간과 공간은 이미 없는 것이 되었지만..
이렇게 사진은 계속 남아서 내게, 또 누군가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새삼.. 사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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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귀향해 손녀와 같이 타던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옆에서 관람하던 아주머니가 말한다.

"저 까만 봉지에 아이스크림 들었을거야.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왜, 누가?

우리 모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같은 자전거를 살 생각 같은 건 없으므로 자전거의 브랜드는 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저렇게 바퀴 작은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사진을 찍으라고 일부러 저렇게 배치해 놓은 것 같다.
전시자의 의도에 너무 정직하게 반응해 사진을 찍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의성이 별로 없는지, 나는 이렇게 찍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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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나가니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과 실패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치인이 되어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하거나 낙선한(낙선이 더 많은) 기록들이..
그리고 그 유세 현장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씩 읽어 내리다, 문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화가 불쑥 나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말하지 않으리라..

그러다 앞에서 관람하고 있던 두 할아버지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참 좋은 얘기긴 한데.."

"좋기는? 진보라는 놈들 치고 말 못하는 놈 봤어?"



순간 눈이 뒤집힐 뻔 했다.
쫓아가서 맞대거리를 하고 싶었다.

그따위 마음씀으로 여긴 왜 왔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리고 또 묻고 싶었다.

그럼 너희들이 말하는 자칭 보수라는 것들 중에 깨끗한 놈 하나 있느냐고.

그래, 너희 말대로 이 땅의 진보가 악이라 하자.
그런데 지금 너희가 하는 꼴은 최악을 지지하면서 차악을 두고 뭐라 하는 꼴이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그것도 온몸에 똥 안 묻은 곳을 찾기 힘든 주제에 말이다.

제발 현실에 눈을 뜨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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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트릭아트가 몇개 배치되어 있다.
당신 살아 계실 때 왜 한번 안 가 봤을까 후회가 된다.
이렇게 술 한잔 따라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고백하자면, 내가 김해에 내려갔을 때는 이미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그를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칩거한 채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때였기 때문에 나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 핑계로, 그의 서거일에야 그를 찾게 되었다.
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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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는 죽었다.
그리고 또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저기에 아무 말도 쓸 수 없었다.
나는 아직 그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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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큐' 공연에서 명계남씨가 쓴 같은 글귀의 글자를 받았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결국은 간다.

역사는 나선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진보한다고, 헤겔은 말했다.
(헤겔은 보수화되었고, 타락했다. 그의 가설대로 역사의 발전이 나선형임을 몸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어쨌든.. 우리는 진보한다.
진보해야만 한다.

신분의 제약이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것을 전근대적이라 하고,
그 제약으로부터 개인을 해방한 것이 근대화라 한다면 
그리고 이렇게 근대화 하는 것이 진보라 한다면..

우리는 진보해야만 한다.
진보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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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즈음의 노무현 대통령 명함을 나눠주길래 두 장 받아 왔다.
아직 그의 존재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저 때 막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사람들을 만났겠지?

부럽다.

...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걸까?



그를 떠올리게 되는 날이면 늘 같은 기분이다.
몹시 우울하고 슬프다.

휴..

나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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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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