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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Letter from Kunner 2007. 10. 1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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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인 오늘은 학교 가는 날.
수업을 마치고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학교에서 무선인터넷이 된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하..
이제 남은 수업은 두 과목.
다음 주엔 중간고사가 있다.
추석에 개천절에.. 유난히 월/수 요일에 휴일이 많았던 이번 학기엔..
뭘 배운게 있던가, 싶은데 벌써 중간고사다.
고학년 수업이라 그런가.. 수업을 듣는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말이나..
이해가 되더라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싶은 얘기들이 많다.
또 저게 어떤 식으로 시험에 나올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것들 투성이.
애들은 벌써 족보니 하는 것들을 복사해서 나누곤 하던데..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어쩐지 비참.
**
다음 주가 중간고사라, 학교는 시험 얘기로 분주한데..
내 머리 속에 더 크게 자리 잡은 건 회사 일이다.
학교에 나오는 날에도 아침부터 일거리를 주시는 사장님과,
잠시 한눈 팔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있는 프로젝트들.
나 아니면 처리할 사람이 없는 몇몇 일들.
학교와 회사를 같이 다니겠다고 말할 때..
몇몇 사람들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의심의 눈초리를 내가 내게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졸업장만이라도 따야겠다던 내 다짐은 서서히 바래지고 흐려져..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을 매일 하며 살고 있어.
내게 과연 졸업장이란게 필요한가, 하는 생각부터.. 별의 별 생각들이.
고작, "대졸" 이라는 딱지를 얻기 위해 해야 하는 이 고역이.. 참 쓰리다.
***
생각하면 분명한건..
나는 대학졸업장을 원하고 있긴 하다는 거다.
그게 내 삶에 필요한지,그렇지 않은지는 차치하고.. 분명 나는 원하고 있긴 하다는 거다.
그리고..
어쨌거나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졸업의 시간이 그만큼 당겨졌으니..말이다.
****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수업이, 이틀에 다 몰려 있지 않았더라면..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처럼 학교와 회사를 병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때는 좀 낫지 않을까?
학교에 대한 회의감이 지금보다는 좀 누그러들지 않을까 말이다.
학교 끝나자마자 쪼르르 회사로 달려가 새벽까지 야근하고, 다음 날 또 출근하고.
또 한밤중에 집에 들어가 졸린 눈 비벼가며 아침 첫 수업에 지각 안 하려고 전철역에서부터 전력질주하는 그런 일.
만약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면,
학교에 대한 이 짜증, 심지어 두려움이.. 조금 누그러 들지 않겠는가.. 말야.
*****
회사를 다니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겠지.
만약 나의 수익구조가 다변화 되어, 회사의 월급이 나의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질 수 있다면,
나는 이 악다구니 같은 삶의 고리를 끊어 버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딱히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일도 아닌데.
지금은 내 생활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회사로 쏠려 있다보니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그냥 이렇게 벼랑 끝에 선 채로 한 2~3년 더 버틸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뭐가, 누구에게 좋을까?
지금처럼 마냥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을 바엔.. 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나을거야.
아주 급하게 뭔갈 만들어 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분명한건.. 이렇게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내가 원하는 삶도 그만큼 - 아니 그 이상으로 멀어져갈 뿐이란거다. 하...
공염불만 외고 있지 말고..
뭔가 달라져야 해.
뭘 먼저 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그 생각들을 어서 구체화 해야해.
아직 주위의 눈길이 차갑지 않을 때 움직여야해.
도와 준다는 사람이 있을 때 움직여야해.
그러고보니 나.. 언제까지 실망만 시키고 살 셈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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