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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대선 행보에 관하여세상 사는 이야기/시사人Kunner 2012. 6. 3. 02:40
주변 사람들에게 안철수의 대선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사실 이미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부터 그의 정치 참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터라, 그리 새로운 호기심도 아니다. 다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과연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뒤로 물러날 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지 - 나 역시 사뭇 궁금해 지는 터다.
실은 나는 그의 어물쩡한 자세가 마뜩찮다.
마치 선문답이라도 하는 것 같은 그의 태도는 둘째 치더라도, 그의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흘려내는 것이 영 개운치 않다.
물론 이런 부분은 언론에서 너무 앞서나갔고, 그의 측근을 가장한 야심가와 호사가들이 그런 언론과 놀아나 한바탕 쿵짝을 벌인 결과겠지만, 그래도 그걸 그냥 보고만 있는 그의 태도도 영 맘에 들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그가 단 한 번도 대선에 출마하겠다거나, 포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측근임을 자처한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 씩 하는 바람에 졸지에 안철수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그의 아버지조차 군소 언론의 농간에 넘어가 이상한 인터뷰를 해 버렸고, 그 결과 수십년 동안 이어온 병원 문 마저 닫아 버렸다.
이런 과정에 그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신비주의를 두고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사실 그렇다.
만 45세를 넘으면 대통령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나라에서, 후보 등록기간이기만 하면 자격 요건이 되는 누구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또 만 45세가 넘었다고 해서 모두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그가 대선 판에 나오든, 그렇지 않든 - 그것은 철저히 그의 자유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된 것도 아니고, 딱히 그가 꼭 이 시점에 뭔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왕 나올 거라면 얼른 나왔으면 하고 바라기는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판의 흥행을 위해서다.
안철수의 정치적 성향이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을 이야기했던 터라, 그가 새누리당의 후보가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야권 연대의 한 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얼른 출정 의사를 밝히고 야권 연대의 경선 판에 뛰어들었으면 한다.
10년 전, 노무현이 그랬듯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선판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거다.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민주당 당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야권 연대를 위한 경선 무대가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가 문재인과 손학규, 정동영과 유시민 등과 함께 후보 토론회를 하는 모습, 울산과 부산, 광주와 전주의 선택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 자체로 일단 흥행 성공이다.
정치인(또는 정당 등의 정치 집단)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뭔 짓을 해도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이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 그것이야말로 정치인에게는 사형 선고와 같다.
설령 그것이 부정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일단 뉴스에 이름 석자 새겨져야 밥 줄 안 끊어지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했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처럼, 맨날 부정적인 뉴스만 주구장창 나와서는 곤란하다. 지난 총선은 사실 상 언론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나는 현재 그가 독점하고 있는 언론의 관심과 이슈 메이킹 능력을 전체 야권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거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검증' 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뤄질 것이다.
어차피 본선 가서 경쟁력 있으려면 예선에서 철저히 검증을 해 봐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검증은 소위 '논문 표절' 이라든가, '위장 전입', '탈세' 같은 식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보니 이 나라의 정치판이 이런걸 두고 검증이라고 하는 상황이 됐는데, 실제 검증은 그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 정책 비전,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막상 본선에 올라 갔는데 BBK 급 핵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찔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알고보니 MB의 재림이거나 한다면 참 골치 아프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굳게 믿지만 말이다. 하긴 MB의 재림이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다음으로 민주당 때문이다.
만약 그가 야권 단일 후보로 추대된다면, 박원순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을 파트너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민주당의 지지자들에게 심정적인 유대를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때문이다.
비호남 인사인 그가 정동영이나 정세균 등을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됐을 때, 기존 민주당 표가 고스란히 그의 표로 넘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야권 연대를 통해 민주당 외 다른 정당(민노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또는 통합진보당 등)의 후보로 단일화 됐을 때, 지지표가 대거 이탈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심지어 야권 연대에 불복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여럿 봐 왔다. 물론 지방선거나 총선과 달리, 대선은 딱 한 자리만 있어서 정파 이기주의가 작동할 여지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간 민주당이 해 왔던 일들을 볼 때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이라 본다.
그러니 야권 연대를 하는 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전체의 지지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며칠 가만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다.
아이러니 하게도 역시나 민주당 때문이다.
만약 그가 대선에 나와 야권 연대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로 추대된 후라 하더라도 본선까지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어달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 아무리 대세론을 등에 업었다 해도 한번쯤은 휘청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걸 극복했느냐 하는 점은 다 다르지만, 노무현이 그랬고, 그 잘 나가던 이회창도 그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모두 그랬다.
그렇게 휘청거릴 때, 과연 민주당의 태도가 어떨지 솔직히 우려스럽다.
혹자들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민주당이 잘 하지 않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단일화 후 남은 시간이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흔들림에 요동하고 자시고 할 틈도 별로 없었다.
만약 그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렇게 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 내 일각 에서 야권 연대 무용론이 제기되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기억의 시간을 조금 더 뒤로 되돌려 정확히 10년 전, 민주당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얼마나 흔들어 댔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대선 판은 이기기가 쉽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그간 MB가 하도 죽을 쒀놔서 과반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전국 총 득표 수는 오히려 야당이 많았으니 대선은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딱히 그러리란 보장도 없다.
새누리의 지지층은 (이해가 안 되지만) 참으로 공고하다.
그들은 어떻게 해도 전체 득표의 절반 가량은 꼭 가져간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이인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2%도 차이가 나지 않는 990여만 표를 얻었다. (만약 이인제의 탈당이 없었다면?)
또, 2002년 대선에서 역시 이회창은 1위 노무현과 2% 조금 넘게 벌어졌을 뿐인 1100여만 표를 얻었다.
재미있게도 2007년 MB가 얻은 표 역시 1100여만 표 였다.
언론은 2위인 정동영과 득표 차가 5백만이 넘게 난다고 압승이라며 떠들어댔지만.. 실제로 그네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는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찍던 사람들은 계속 찍을 거고, 안 찍던 사람들은 계속 안 찍을 것이다.
이렇게 새누리는 어떻게 해도 1000만 표 이상은 고정으로 먹고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다르다.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1200만 표(노무현)가 될 수도, 600만 표(정동영)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떻대도 결론은 같다.
지지층의 충성도와 결집이 새누리의 그것만 못한 것이다.
하물며 그 지지층의 대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 외의 인사가 단일 후보로 추대됐을 때 과연 그가 당선될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것이 딱히 기우는 아닐 것이다.
나는 최소한 6월 중으로는 발표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니 차라리 판에 뛰어드는 타이밍을 최대한 뒤로 잡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늦어져 김 빠지고 맥 풀린 경선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다.
한 8월 쯤이면 좋을까?
캠프 꾸리고, 정견과 공약을 발표하고 전국 순회 공청회 여는 데 한 달.
야권 연대 경선 하는 데 한 달.
어떨까?
그래서 10월이면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야권 연대에서 안철수의 승리를 점치는 듯 하지만..
나는 아직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더 매력적인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다. :)
청약 통장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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