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사랑한다

Kunner 2017. 6. 30. 14:50

결혼하고 맞는 3번째 결혼 기념일에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무려 10 시간의 시차 - 거의 지구 반대편으로 떨어져 버렸다.

마침 사랑이는 돌치레라도 하는지 무척 아픈 중이어서 가뜩이나 무거운 발걸음이 더 무거웠다.


생각해 보면 엊그제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십수년은 된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속상하고 슬픈 일들은 만들지 말자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때론 다투기도 하고 때론 서운해 하기도 한다.

수행이 모자란 탓이기도 하겠지만, 삶이 늘 그런 것 아니겠는가.




가끔 예전 우리 사진을 보면, 그새 우리 퍽도 많이 달라졌구나 싶다.

고작 몇년이 지났을 뿐인데, 티가 나게 늙어 버렸어.

비록 피부는 빛을 잃고, 주름은 늘어 버렸지만.

그때의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지금 가지고 있고, 그때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지금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간 쌓은 우리 추억이 또 한 가득하니

가는 세월을 아쉬워 하기보다는 다가올 선물 같은 날들을 하루하루 즐겁게, 감사하며 보내자.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인생에 새 생명을 낳고 키우느라 일상이 전쟁인 아내에게.

오늘은 더욱 더 사랑한다고, 고생한다고,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돌아 가면 더욱 잘 할게, 영주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