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또 찾아 왔구나...

Kunner 2017. 5. 23. 01:34

"다 때려 치우고, 원 없이 책이나 읽고 글이나 끄적대고 싶다.."


끝모를 상실감과 무기력이 엄습해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던 날 - 쇼파에 반쯤 누워 내뱉듯 던진 말이었다. 


한창 열중이던 블로그마저 일년에 한 편 쓸까 말까 한 요즈음의 나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는 글 쓰는 걸로 밥 벌어 먹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장르는 수필일게다. 

아니면 사설이든가.

매마른 감성에 소설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껏 쓴대도 '상실의 시대' 의 아류 따위를 벗어 나기 어려우리라.

아무 결말도 맺지 못하는 허망함 뿐이겠지.


마흔을 바라보는 적잖은 인생에도 불혹을 갖지 못했다.

아직도 철듦은 저 멀리인가.

나는 여전히 수많은 惑을 달고 산다.


이런 글쓰기 역시 그 혹 중 하나일테다.



무엇을 할 것인가 대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라던가.

생각해 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참 많이도 하고 산다.


어쩌면 그저 비겁한 탓이다.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싫다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마지 못해 하는 통에 

점점 비루해 지고 있다.


언제인가는 그마저도 성장이라 믿었던 때가 있던 듯 하다.

그렇게 또 하나 배우고, 또 한뼘 자라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 있을거라 믿었던 때가 있던 것도 같다.

정말 믿었던 건지, 믿고 싶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하기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 새벽에 홀로 깨 아무 의미도 없는 넋두리를 하는 건..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 없는 이 못난 글쓰기를 다시 이어 보고 싶은 아쉬움 때문이다.



다 때려 치우고, 원 없이 책이나 읽고 글이나 끄적대고 싶다...



불현듯 깨닫는다.

또 찾아 왔구나, 우울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