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생각 없는 삶, 슬픈 봄날의 기록

Kunner 2015. 4. 6. 13:05






#1

언제인가는..

생각이 너무 많아 병이라 했다.


누군가는 내게 마라톤을 권하기도 했다.

머리 속에 지나치게 차오르는 열을 몸 밖으로 꺼내 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사실 뭐 딱히 내게 권한 건 아니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누군가에게 권했던 방법이라며 말을 했던 것인데.. 

아니, 그걸 따져가며 살펴 볼 이유는 없고..

여튼 그랬다.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싶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는 그걸 인터넷 공해라 한 적도 있었지만.. 한 해에 만개나 되는 글을 끄적이던 때도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어차피 다 날아가 찾을 수 없게 된 지 십년, 아니 십오년이 넘게 지났으니, 이제 공해라 부를 만한 것도 없겠지.


블로그가 방치된지 꽤 오래 됐다.

무슨 글이라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늘 한켠에 자리잡고 있지만..

다시 글을 쓰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변명이라면.. 도무지 한가로이 앉아 글을 끄적일 여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만 하루에 몇 시간은 될텐데?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면..

예전만큼 치열한 삶을 살지 못 하고 있다는 것.

끝없던 고민은 어느새 현실의 문제에 치어 저 멀리 버려졌다.

당장 입에 풀칠 할 걱정으로..

삶에 대한, 나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하지 못 하게 됐다.



#2

문득 문득..

이렇게 생각이 찾아 들때면 한참을 침잠하게 된다.


'내가 과연 뭘 알고 있는 거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정작 나 자신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는 걸 깨달은 다음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난 기록들을 뒤적이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애초에 이 블로그는 그런 목적으로 써내렸으니..


몇 개의 글을 훑어 내려가다..

그만 창을 닫아 버렸다.


그건 이미 지난 날의 나일 뿐이었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 불안, 고민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벌써 꽤 오래된 나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날씨 탓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서글픈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글을 적어 본다.


서른 여섯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