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두려움

Kunner 2014. 10. 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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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엔 무엇이 있을까?

십수년 째 수도 없이 되뇌곤 했던 질문이었다.


한동안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던 나는..

요즘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길 끝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늘 말하는 것처럼..

나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언제인가는, 내가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일을 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에 근접할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 하고 있는, 계획하고 있고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과 잘 맞는 것일까?

아니,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계속된 오판과 잘못된 선택의 악순환으로 실패를 반복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어쩌면 내가 그 정도 깜 밖에 안 될 지도 모른다는 것.


모르겠다고 하는 나의 이야기들은, 실은 두렵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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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블로그 - 글을 쓰려고 만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이상해 진 요즘이다.

결혼, 이직과 같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글 쓰는 것은 어쩐지 어렵다.


언젠가 했던 말처럼..

마음을 정리하고자 글을 쓰는 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마음을 정리하고 난 후에야 글이 써 지는 모양이다.


글 쓰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던 탓에..

종종 머리 속에서, 또는 혼자말로 쓸 글을 뇌까려 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타자를 두드려 글로 옮기는 일은 정말 어렵다.


아마도, 무언가 글을 쓰면..

또 이런 두려움을 쏟아 내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