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아프다..

Kunner 2014. 3. 1. 00:44





지난 해 나는.. 

십여년 전 다짐처럼(http://www.kunner.com/153) 루비콘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카이사르가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비참해 진 것은 인간사가 아니라 나와 나를 믿어 준 사람들이었다.


이제 다 끝난 일이다, 다 극복했다.

수없이 그렇게 이야기 하곤 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악몽 같은 시간들에 빠져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다 끝난 것 같은데..

그때의 기억은 지독하리만치 나를 괴롭힌다.



2월 12일 밤..

딱히 날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날.

피곤해 녹초가 된 몸으로 침대에 들었다가 또 다시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한참을 울었는데..

문득 눈을 떠 보니 실제로 울고 있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 한참을 끅끅 거리다..

결국 통곡을 해 버렸다.


잘 참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러움과 원망과 수치스러움이 한번에 몰려와 봇물 터지듯 흘러 내렸다.

한 시간 쯤 울었을까, 

탈진해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즈음까지 울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원하게 울었으니 이제 다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마음 속에 원망이 남는다.

이 미움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를 향한 원망인가?

누구를 위한 증오요 분노인가.

생각할 수록 실체가 없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들과 나는 입장이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미숙했을 뿐이다.

일도, 관계도..


일이 실패로 돌아 간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것이다.

아마 위로하느라 해 준 말이겠지.

그런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어쩌면 나는 그 생각에 아직도 이 일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할 수록.. 더 치밀하지 못했던게 어찌나 한스러운지 모르겠다.

좀 더 성실했어야 했고, 좀 더 현명했어야 했다.

좀 더 냉정했어야 했고, 좀 더 영악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빌미를 만들어 버린 거겠지.

계획 대비 100% 진척을 보였다면, 누가 꼬투리를 잡았겠나.


조금 더 솔직하게는..

다른 일들이 늘 그랬듯,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아서 잘 풀리리라 낙관했던 것 같다.

이렇게 애태우고 바라는데, 설마 안 될라고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원망으로 시작한 마음은 어느 덧 후회로, 자책으로..

나는 어쩔 수 없는 녀석인 것 같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지독히 끔찍한 기억을 떨쳐내고, 이 한스러운 마음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이토록 아픈 이 시간을 넘어.


이렇게 나이테를 하나 더 그리고..

부디 성장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