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사라지는 모든 것들
Kunner
2012. 9. 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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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던가..
V.C 앤드류스의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당시 여성소설로 이름 날리던 작가인데..
나는 여성도 아닌데 왜 그런 소설을 읽고 있었던 걸까.
아마 제목 때문이었을까.
힘겨운 사춘기의 첫 문을 열어 젖히던 그 때,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소설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여성소설스러워서 다 읽고 난 후엔 '내가 왜 이런 걸 읽고 있지?'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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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사진첩을 넘기다..
문득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라는 문장이 맴돌았다.
생각하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기억.
아직도 만져질 듯한 그 시절의 기억들이 이젠 과거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추억할 필요도 없는 과거가 되어 기억 저편으로, 저편으로 떠밀렸구나.
***
생각하면 어디 그뿐이랴.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지는 게 어디 그뿐이랴.
서른을 넘긴 적잖은 삶에서,
아쉬운 장면이
그리운 시간이 어디 그때 뿐이랴.
아무리 소중했던 기억도,
아무리 간절했던 바람도..
그렇게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지는 모든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
그렇게 생각하니 또 허망한 게 사람 사는 일이다.
그러나 어디 사는 게 그런가.
바라고, 원하고..
또 언제를 두고 '생에 다시 없을...' 이라 하며 간절해 할텐데.
바보 같지만 어쩌나.
그게 내가 서른을 넘기며 배워온 삶인걸...